하버드 자기조절 수업 - 아직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당신에게
가오펑 지음, 전왕록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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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이 있다. 난 어릴 때부터 너무 태평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그런 것에 비해 많이 내성적이다. 하지만 나의 알 수 없는 태평함 때문인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곧잘 헤쳐온 것 같다. 때론 태평함이 게으르게 비치게도 하지만 내게 태평함마저 없었다면 지금껏 어떻게 버텨왔을까 싶다.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최근 "근자감"이라는 유행어가 어쩌면 그냥 나온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 사람을 이루는 바탕이 되고 결국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게 만드는 기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버드 자기조절 수업>은 '조기조절력 강의'의 창시자이자 교육 베테랑이며 마케팅 전문가인 작가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한 공개 심리 특강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받았던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읽어나갈수록 "하버드"와의 접점을 찾을 수 없어 처음엔 당황했는데 제목은 제목대로, 내용은 내용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책은 자신에겐 늘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잘 안되고 나만 실패하는 것 같고 주변인도 안 따라주고 정마 그지 같다고 느낀다면,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책은 운명이란 무엇인지부터 정의 내리고 나에게 주어진 행운이 아닌, 내가 쌓아올린 기회라고 설명한다.

 

"한 개인의 운이 좋고 나쁨은 그 사랑의 주관적인 태도와 심리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운명으 외부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기보다는 상당 부분 자신에게 달려 있다. "...23p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외부적 환경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은 환경에 의해 성격이 결정되고 가치관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나를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운명을 결정짓는 6가지 요소로, 가정환경과 지식, 인맥, 비전, 감정지수와 의지력을 꼽는다. 성인이 되기 이전에 성립되는 것들이 꽤 많이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정환경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고, 지식 또한 학령기에 맞춰 노력해야 하는 것인데 그때만큼 공부하기 싫을 때가 있을까. 인맥 또한 어린 시절 형성된 성격에 따라 사교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니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적 환경 탓만 하고 있기엔... 버려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 시간에 나 자신을 철저히 분석하고 고쳐야 할 점은 세부적으로 관찰한 후 변화해야 한다.

 

"선택을 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행동은 변화를 불러오고, 변화는 당신의 운명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31p

 

책의 하반부는 구체적인 변화 노하우를 설명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조절법이다. 지금, 하는 일마다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자기 자신을 바로 바라보며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이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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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하는 법 -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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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집으로 이사왔을 때에도 책이 적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이 키우는 집에서 갖고 있는 정도의 규모였고 그저 남보다 조금 책 욕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13년... 지금은 3 x 5 사이즈 책장이 2개, 3 x 4 사이즈가 1개, 와이드 1 x 5 사이즈 책장이 3개, 와이드 1 x 4 책장이 4개, 이동책장이 하나 ... 집안 구석구석 책장이 없는 곳이 없게 되었다. 처음엔 예쁜 서재 거실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런 서재를 만들겠다는 목표보다 좋은 책을 더 많이 들이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은 자꾸 사고 싶다는 욕구가 훨씬 커서 잠깐 시간이 흐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치 책 동굴 같은 집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큰 아이가 자라고 어렸을 적 읽었던 책을 처리할 때쯥 둘째가 태어나는 바람에 버리지 못한 책, 일하느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책, 끝없이 읽고 싶은 리스트 중 서점 갈 때마다 한,두 권씩 사들고 오는 책...정말 끝이 없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처리하기도 많이 했다. 큰 아이와 둘째 사이는 간극이 너무 커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둘째 친구들의 위 형제나 큰 아이 친구들의 동생들에게 나눔을 하기도 하고, 동네 책방에 한무더기 갖다 주기도 하고, 너무 오래 되어 나누어주기 뭣 한 책들은 폐지로 팔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많이 나간 것 같은데도 도대체 어디가 비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

 

<책 정리하는 법>은 명쾌한 제목, 그대로의 책이다.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 소유욕 때문에 점점 많아진 책들로 고민하다 결국 헌책방까지 열게 된 작가의 노하우와 그의 풍부한 배경지식을 내놓은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인 "완벽한 서재"에 대한 꿈도 풀어놓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시켰는지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기성 책장의 불편함을 느끼고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책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게 된다.

 

작가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난 참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책을 잘 보관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사용해 보고 자신에게 최적의 시스템을 작가는 찾아낸다. 책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법도 이러저러하게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았고 독자에게 소개한다. 나도 책을 좋아하고 사라한다고 자부해왔지만 정말 책을 잘 보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책은 서재 꾸미는 법에서부터 책을 잘 보관하는 법, 책을 정리하는 법, 고장난 책을 수선하는 법까지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그런 정보를 얻는 것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공감이 훨씬 크다. 게다가 작가가 소개하는 인용 문구를 통해 다른 책을 들여다 보는 것도 덤.

 

결국 책 정리하는 법은, 책의 주인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려있다. 올해 장마 기간을 거치며 베란다에 있던 분류된 책장에서 헌책방 냄새가 얼마나 났는지 깜짝 놀랐다. 나름 좋아하는 책만 모아놓은 곳인데, 좋아한다고 모아놓기만 했지 거의 들춰보지 않는 책들이라 그 책이 습기를 머금으니 어마어마한 복수를 했던가 보다. 들이는 일보다 내 최애 작품 몇몇만 남기고 내보내는 일을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 즐거운 마음을 지인들과 나누면 얼마나 기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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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 7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인물 관계도’ 수록,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박완서 외 지음, 성낙수.박찬영 엮음 / 리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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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가면 많이 당황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독해력이다. 초등학교까지는 어찌어찌 이해하며 견뎌왔는데, 중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각종 숙제나 수행평가를 위해 준비하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무수히 뒤따르기 때문이다. 3,4학년까지는 곧잘 책을 붙잡고 읽던 아이들도 5,6학년에 올라가며 거의 책을 놓다시피 하다보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독해력은 초등학교 중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중학교에 올라오면 성인 수준의 독해력을 요구하니 당황할 수밖에.

 

장편소설은 긴 호흡을 견뎌내며 많은 등장인물과 갈등, 사건 등을 파악해야 하므로 그것대로 읽기 힘들고, 단편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막상 읽었으나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에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와 수능 공부를 제외하고라도 우리 역사의 단면을 세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단편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한다.

 

 

집에는 <한국 단편 소설 40>이 있다. 평소 많이 접해볼 수 있는 단편 소설의 집대성이다. 어쩌다 보니 저 40 시리즈 말고도 리베르에서 나왔던 30이나 여기저기 다른 단편소설지들도 많아서 많이 겹치는 작품들이 많았다. <한국 단편 소설 70>은 그런 단점을 한 번에 불식시켰다.

 

처음엔 70이라는 제목 때문에 70편의 작품이 수록된 줄 알았는데, 70은 40 시리즈에 더해지는 30 작품을 수록하고 있어 합해서 70이 된 듯 하다. 하지만 더해지는 30편의 소설들이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접하기 좀 더 어려운 작품들로 구성되어 이 한 권으로 모든 것이 보충된 느낌이 든다.

 

 

구성이 좋다. 개화기 시대 안국선의 <금수회의록>부터 시작하여 일제강점기를 거쳐 50년대와 60~70년대, 80~9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그 중에 몇 작품씩 뽑아 전문을 실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소개하는 "시대별 주요 작품 소개"는 각 시대별 작품의 특징을 설명한다. 소설은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동시에 시대적 배경 지식은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각 작품별 소개도 좋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작가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는 사건과 갈등으 이해해야 하므로 그것에 대한 설명도 꼼꼼히 읽고 작품을 읽는다면 읽었지만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상황은 사라질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 페이지를 통해서는 각 작품의 특징과 국어적 해석이 더해진다. 소설을 자신이 이해하는대로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공부와 직결되는 중고생들에게는 이런 설명이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40시리즈와 가장 구별되는 장점은 바로 "인물 관계도"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당췌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이 인물 관계도는 명쾌한 해답 같은 역할을 할 것 같다. 등장인물들끼리의 관계를 간단하지만 잘 표현하고 있고 간단한 흥미 위주의 줄거리를 넣어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사실 본문으로 들어가면 빽빽한 글자 간격으로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학생들이라면 조금 거리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길지 않은 작품들이므로 한 작품씩 읽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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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맨 비룡소의 그림동화 252
스즈키 노리타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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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한 그림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분명 비룡소 그림동화 시리즈의 252번째 그림책인데, 내용은 전혀 그림책 같지 않아요.

사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제목이 <케첩맨>! 슈퍼맨도 베트맨도, 스파이더맨도 아닌 케첩맨~! 아주 재미있는 영웅 이야기인가... 생각했죠. 우리 집 꼬마도 득달같이 달려와 재미있겠다며 읽어달라고~ 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어, 그런데...내용이... 좀 심상치 않아요. 역시나 둘째는 별 재미가 없는지 다 읽자마자 씽~ 가버리더라고요. 하지만 마지막장까지 넘긴 저는 이 그림책의 진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죠.

 

 

주인공은 다름아닌 "케첩맨".

몸통을 누르면 새빨간 케첩이 튀어나온대요.

캐첩맨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떠돌아다니다 한 감자튀김 전문점을 찾아내죠.

 

 

케첩맨은 케첩이 나오는 자신을 잘 알고 케첩을 팔아 보라 하지만...

주인은 바쁘다며 감자를 튀기는 아르바이트를 시켜요.

케첩맨에게는 쉽지 않은 감자 튀기는 일.

 

"오로지 감자만 튀기는 날들.

케첩맨은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좀처럼 없었어요."..(본문 중)

 

케첩맨의 생활이, 고민이 낯설지가 않네요.

제가 대학을 선택할 때에는 자신의 적성이나 성격 같은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어요. 무조건 성적!에 맞춰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의 대학에 합격하는 게 담임 선생님, 학교, 부모님의 바람이었죠. 고집이 셌던 저는 왠지 그런 것이 너무 싫어 어른들이 권하는 것과 반대로 막연히 품고 있던 꿈에 다가가겠다고 제가 원하는 학과를 선택했죠. 그 선택이 옳았느냐...하면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으니 실패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경험을 아쉬워하지는 않아요.

대신 내 아이들의 진로는 충분히 고려하여 아이들이 원하고, 자신들의 적성에 잘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고 바랐죠. 무려 20년이 지났는데, 지금 우리 청년들 또한 우리 때와 별 다름 없이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제대로 된 보수도 못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많이 안타깝네요.

 

케첩맨은 우연한 기회에 케첩을 팔게 되지만 감자 튀기기도 계속하게 되죠. 케첩을 팔게 되었어도 일상은 그리 변한 게 없는거죠.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케첩맨의 뒷모습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에 대해 잘 알아 언제든 비상할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늦은 때란 없죠.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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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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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이라는 이름은 역시, 노벨문학상 이후에 익숙해졌다. 굉장히 예리한 작품들이라는 소개를 본 것 같은데 아직 그녀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다. 너무 어렵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시 시도도 해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에 뒤로 미뤄놓기만 했다. 그러다 단편이라면...이라는 생각에 <19호실로 가다>로 시작했다.

 

첫 작품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부터 무척 불편하다. 이 작품이 쓰여진 때가 1960년대라는데, 읽으며 계속 떠오르는 건 최근까지 이어지는 미투 운동과 패미니즘 운동이다. 미투 운동 전에 읽었다면 불편하지 않았을까. 아닐 것 같다. 내가 여성이고 여성으로 성장하기 이전부터 스스로 그런 부당함, 불편함, 혐오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스펜스의 뻔뻔스러움에 당황스럽고 바버라의 당당함과 포기에 또 한 번 당황한다. 아마 작가 도리스 레싱이 여성 작가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읽어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끝내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정의라거나 정당함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결말이나 이야기보다 더 눈에 띄었던 건 스펜스의 심리 묘사이다. 한 순간, 한 순간 계속해서 이어지는 양가 감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도리스 레싱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 대해서도 무척 잘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느 하나의 성보다는 인간 자체를 잘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변해가는 세상과 환경 속에서 적응해야만 하는 사람들(대부분은 여성이지만)의 다친 마음을 정말로 예리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이나 "영국 대 영국", "한 남자와 두여자"에서는 히스테릭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때론 판타지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떤 상황이든 이 작품들 속 주인공들의 고민과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도리스 레싱의 단편들이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작가가 희망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 봐요. 그렇게 흥분할 필요가 없어요. 그렇죠? 내 말은, 힘든 일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에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186p

 

그렇기에 전체 작품들 중 "19호실로 가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이야기이고, 모든 엄마, 아내들이 겪는 공통된 감정인 동시에 인간이 갖는 외로움과 고독을 처절하게 그려낸다. 인생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각자가 중심을 갖고 살아야 하느 것이지만 살다 보면 쉽지 않다. 나의 "무엇"을 찾기 전에, 엄마로서 아내로서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희생하고 우선시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설 속  수전이 원하는 온전한 고독에 온전히 공감한다. 그러므로 그녀가 선택한 결말이 너무나 안타깝다. 아니... 그 결정마저 인정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더 그녀에겐 벗어날 수 있는 구멍이, 숨 쉴 틈이 없었다는 증거일테니...

 

이제 그녀의 장편에 도전해 보아야겠다. 읽기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귀찮다고 넘기다 보면 내가 당했던 부당함이 내 딸들에게도 이어질테니. 용기내어 도전하고 부당하다고 소리내는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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