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하는 법 -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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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집으로 이사왔을 때에도 책이 적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이 키우는 집에서 갖고 있는 정도의 규모였고 그저 남보다 조금 책 욕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13년... 지금은 3 x 5 사이즈 책장이 2개, 3 x 4 사이즈가 1개, 와이드 1 x 5 사이즈 책장이 3개, 와이드 1 x 4 책장이 4개, 이동책장이 하나 ... 집안 구석구석 책장이 없는 곳이 없게 되었다. 처음엔 예쁜 서재 거실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런 서재를 만들겠다는 목표보다 좋은 책을 더 많이 들이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은 자꾸 사고 싶다는 욕구가 훨씬 커서 잠깐 시간이 흐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치 책 동굴 같은 집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큰 아이가 자라고 어렸을 적 읽었던 책을 처리할 때쯥 둘째가 태어나는 바람에 버리지 못한 책, 일하느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책, 끝없이 읽고 싶은 리스트 중 서점 갈 때마다 한,두 권씩 사들고 오는 책...정말 끝이 없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처리하기도 많이 했다. 큰 아이와 둘째 사이는 간극이 너무 커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둘째 친구들의 위 형제나 큰 아이 친구들의 동생들에게 나눔을 하기도 하고, 동네 책방에 한무더기 갖다 주기도 하고, 너무 오래 되어 나누어주기 뭣 한 책들은 폐지로 팔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많이 나간 것 같은데도 도대체 어디가 비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

 

<책 정리하는 법>은 명쾌한 제목, 그대로의 책이다.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 소유욕 때문에 점점 많아진 책들로 고민하다 결국 헌책방까지 열게 된 작가의 노하우와 그의 풍부한 배경지식을 내놓은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인 "완벽한 서재"에 대한 꿈도 풀어놓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시켰는지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기성 책장의 불편함을 느끼고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책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게 된다.

 

작가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난 참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책을 잘 보관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사용해 보고 자신에게 최적의 시스템을 작가는 찾아낸다. 책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법도 이러저러하게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았고 독자에게 소개한다. 나도 책을 좋아하고 사라한다고 자부해왔지만 정말 책을 잘 보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책은 서재 꾸미는 법에서부터 책을 잘 보관하는 법, 책을 정리하는 법, 고장난 책을 수선하는 법까지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그런 정보를 얻는 것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공감이 훨씬 크다. 게다가 작가가 소개하는 인용 문구를 통해 다른 책을 들여다 보는 것도 덤.

 

결국 책 정리하는 법은, 책의 주인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려있다. 올해 장마 기간을 거치며 베란다에 있던 분류된 책장에서 헌책방 냄새가 얼마나 났는지 깜짝 놀랐다. 나름 좋아하는 책만 모아놓은 곳인데, 좋아한다고 모아놓기만 했지 거의 들춰보지 않는 책들이라 그 책이 습기를 머금으니 어마어마한 복수를 했던가 보다. 들이는 일보다 내 최애 작품 몇몇만 남기고 내보내는 일을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 즐거운 마음을 지인들과 나누면 얼마나 기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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