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겨울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5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민을 처음 접한 건 아이들 그림책을 통해서다. 그래서 당연히 아이들 그림책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무민 캐릭터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꽤나 봤기 때문에 좀 궁금했다. 도대체 무민에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어른들도 좋아하는지.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무민 연작 소설이 출간되는 걸 보았다. 그저 그림책인 줄로만 알았더니 소설이라니, 궁금했다.

 

<무민의 겨울>은 무민 연작 소설 8부작 중 5번째 소설이다. 11월부터 4월까지 겨울잠을 자는 무민들인데, 그런 무민이 어느날 갑자기, 깨어난다. 어떤 징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방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갑자기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했다. 처음엔 무민마마도 깨어보고 집안도 돌아다녀봤지만, 어둡고 음침한 겨울을 이 가족이 잠든 집에서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아, 무민은 집 밖으로 나간다. 어찌 보면 모험이다.

 

내게 낯선 환경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일텐데, 무민은 완전히 혼자였다. 한 번도 겨울을 겪어보지 못한 무민이었기에, 간절하게 누군가가 함께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친구를 찾아 떠난 무민은 불빛을 발견하고 다시 자신의 집 주위로 돌아오지만 이렇게 만난 친구들은 모두 겨울을 즐기고 겨울의 삶을 사는 이들 뿐. 무민을 제대로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이가 하나도 없다. 무민은 때로는 외로움을, 때로는 당황함을, 때로는 추위 속 따스함을 느끼며 차츰 겨울에 적응해 나간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무민 세계를 이해하느라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있는 세계인지,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고, 무민 외의 캐릭터는 모두 창작된 캐릭터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었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깨달은 건,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그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다는 사실이었다. 그러고 나니 무민이라는 연작 소설을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공감하게 됐다. 책 속 인물들은 때론 안하무인이고 때론 너무 수줍어하고 때론 너무 냉정하지만 하나같이 정감 가고 귀엽다. 아마도 이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민 또한 처음엔 낯선 이들의 행동에 어쩔 줄을 몰랐지만 차츰 이들을 배려하고 이들을 위해 공간도, 먹을 것도 내어주게 된다.

 

"누구나 힘든 일은 하나씩 있게 마련인가 봐."...105p

"겨울! 이제 겨울도 좋아!"...131p

"모든 일은 직접 겪어 봐야지. 그리고 혼자 헤쳐 나가야 하고."...159p

 

무민에게 더이상 두려운 것이 존재할까.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처음 겪는 것들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럭저럭 헤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과 경험만큼 훌륭한 교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테니 말이다. 무민의 또다른 경험을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매력적인 글쓰기 - 글쓰기 실력이 밥 먹여준다
이형준 지음 / 하늘아래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 생활을 하면서 글쓰기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글쓰기를 못해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글쓰기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복병이 된다. 글쓰기에 흥미가 없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글을 써야 하는 상황마다 스트레스다. 이왕 해야 하고 어차피 해야 한다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제대로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작년부터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가 시작되며 중학생들은 그야말로 글쓰기의 바다를 헤매고 있다. 모든 과목, 모든 평가가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고등학교에서도 수행평가를 위해, 대학 입시를 위해 또다시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자신이 이야기를 담지 않은 글쓰기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생각하기도 귀찮은 청소년에게 글쓰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학교부터는 끝도 없이 글을 써야 하는데 오히려 초등학교에서는 글쓰기를 그다지 시키지 않는다. 숙제가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독후감상문과 일기 숙제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쓸수록 실력이 늘어나므로 학교에서만 쓰는 양으로는 절대로 글쓰기를 제대로 갖출 수가 없다. 그래서 안타깝다. 어쨌든 써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형식도 모르겠고 뭘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다.

 

<청소년을 위한 매력적인 글쓰기>는 현역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자신의 실제 경험 속에서 안타까움을 담아 글 잘 쓸 수 있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선생님, 글 어떻게 써요?"라고 묻는 아이들을 붙잡고 하나하나 알려줘도 다시 와서 똑같은 질문을 하는 아이들에게 책 한 권으로 본질과 원리부터 깨우치라고 한 번에 알려주는 책이다. 물어놓고 제대로 듣지도 않는 아이들을 거르고 정말로 배워보겠다는 아이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 점검하라는 의미이다.

 

책은 정말로 잘못 쓴 글의 유형을 소개하고 글쓰기에 어떤 것들이 들어가야 하는지, 과정까지 담고 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으로 글쓰기 위한 책을 읽고 요약하는 방법 등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과연 글쓰기가 잘 안 되는 아이들이 이런 책을 제대로 읽기나 할까...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정성이 있다면 그 학생은 이미 글쓰기의 기본이 되는 학생이 아닐런지. 그래서 이론 위주의 글보다는 실제 예시를 보여주고 정확하게 어떤 부분의 잘못인지 정확하게 밝히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작가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부분도 충분히 공감한다.

 

감상문을 제외하고 모든 글은 어느 정도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글을 쓸 때에는 집중해야 한다.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부터 잘 생각하고 그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생각을 따라 적다 보면 글은 산으로 간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쓴다. 절대 귀찮아하면 안 된다. 그렇게 쓰고 나면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텐데, 많은 청소년들이 그걸 잘 모른다. 이 책을 읽는 친구들이라도 그런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빚 때문에 고민입니다 - 가장 빨리 빚 갚는 법
홀리 포터 존슨.그레그 존슨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어쩌다 보니 하우스푸어가 되어 있다. 처음엔 분명 집이 생겨서 좋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 융자를 갚느라 항상 허덕이는 삶을 살고 있더란 말이다. 은행에서 갚으라는 대로 갚다 보면 언젠간 진짜 내 집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혼 17년차... 아직도 이 집의 주인은 은행과 함께이다. 그동안 얼마나 갚았나... 거의 갚지 못했다. 생활비는 항상 모자라고 아이들은 자꾸만 크면서 들어가는 돈이 더 늘어나고. 어떻게 하면 이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빚 때문에 고민입니다>라는 책의 제목이 무척이나 직설적이다. 빚이 조금이라도 있고 고민 중이라면 당장 이 책을 손에 들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부제가 "가장 빨리 빚 갚는 법"이라니, 더욱 그렇지 않겠나. 책을 선정할 때 조금 망설여졌던 건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점 정도였는데, 우리와 다른 상황의 사람들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봤자 별 성과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이 두껍지 않고, 직설적인 제목 만큼이나 직설적으로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싶어 선택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들의 실제 경험담을 시작으로 "빚"에 대한 구체적이고 꼭 알아야 하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벌고 있는 돈으로 어떻게 하면 빚을 갚을 수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비상금을 모으고 빚을 갚기 시작하고 빚을 모두 갚은 후의 대책까지 말끔히 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인데, 그동안 머릿속에 담지 않고 저 깊은 곳에 묻어둔 채 내 마음대로 생활해오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은 바로, "제로섬 이론"이다. 버는 것보다 더 쓰면 안된다는 것. 갑자기 생길 위기 등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비상금을 모아두어야 한다는 것. 그게 말처럼 쉬운가? 싶지만 장례 업계에서 힘들게 일하며 빚까지 지고 살았던 자신들의 경험담과 자세한 설명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상세히 알려준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쭉 가계부를 써 왔다. 그런데 쓰기만 했고, 이번 달은 왜 이렇게 많이 썼냐고 한탄만 했지 한 번도 쓰기 전에 예산을 세워본 적이 없다. 그보다 적은 월급을 탓하며 어떻게 하면 더 벌 수 있을까만을 궁리해 왔다. 하지만 <빚 때문에 고민입니다>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이 얼마나 나쁜지를 잘 알려준다. 근본적인 소비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벌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빚을 청산하려면 돈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당신에게는 계획이 있어야 하고, 돈에게 뭘 할지 명령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예산을 짜는 것이다."...58p

"빚은 수입을 차별하지도, 수입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빚을 지게 하는 것, 제어하는 것도 지출이다."...118p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나빠서... 먹을 것으로 파티를 열거나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지는 않았는지. 뭐 얼마나 된다고...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소확행을 외치며 미래의 행복을 걷어차 오지는 않았는지...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아직 완전하게 까놓고 예산을 짜지는 못했다. 그래도 책 속 구절을 떠올리며 몇 개월만 허리띠를 졸라매 보자...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바뀜이고 좋은 결과를 내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정 2 수능대비 한국문학 필독서 2
이광수 지음, 송창현 엮음 / 넥서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교 때 한창 세계 문학에 빠져 지내다가 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 문학으로 자연스레 넘어간 적이 있었다. 세계 문학에서 얻었던 놀라움 만큼이나 한국 문학에서도 재미와 놀라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작가가 바로 이광수이다. 시리즈로 <무정>, <유정>, <흙> 같은 작품을 꽤나 열심히 읽었었다. 덕분에 염상섭의 <삼대>도, 그 외 다른 작품들로까지 연결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광수라는 작가가 친일 성향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마나 배신감에 휩싸였던지... 사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었다면, 어쩌면 그렇게 변절했을 수도 있겠다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사춘기 때 읽었던 이 작품들은 모두 연애 소설처럼으로만 보였으니 어린 나로서는 그저 한국 문학을 관심 갖고 읽게 해준 데에 감사하는 정도로 그쳐야겠다.

 

아주 오랫만에 다시 <무정>을 든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보다 크기도, 글자도 크고, 표지도 감각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의 해설을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자 마치 여중생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넥서스의 <무정>은 "수능 대비 한국 문학 필독서" 시리즈의 한 권이다. 때문에 책 본문이 시작되기 전 작가 소개와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줄거리, 인물 소개와 작품 해설이 먼저 자리잡는다.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이 책을 먼저 접하면 호기심을 느끼는 청소년들보다는, 처음 접하는 듯한 어투와 어색한 문장 등에 바로 재미를 잃고 책을 손에서 놓는 아이들도 있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접하고 이해하고 나면 작품을 좀 더 생각하며 읽게 되고 조금은 참아줄 만하기도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무정>은 그저 연애 소설로만 읽혔다. 그때에도 작품 해설이 있었을텐데 감수성 풍부한 여중생으로서는 다른 의미 말고 남녀 간의 사랑만 눈에 띄었나 보다. 엄마가 되고 여중생 딸도 있고 요즘 사회 문제까지 겹쳐져 새롭게, 인상적으로 읽힌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상황과 아울러 설명한 작품 해설과는 또 다르게 형식의 우유부단함과 영채의 상황에 화가 나고 그들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정절이나 포기 등에 대해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보통 병욱과 영채, 선형과 형식이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심훈의 <상록수>와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 개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배운 자로서 가져야 할 의무감은 있으나 상황과 갈등 사이에서 무력하다면 그건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자신들만 배워 무엇 할 것인가. 그렇게 배워 무엇을 했는지는 없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언젠가 나아질 것이다, 보다는 어떻게 나아졌다는 희망이 더 좋다.

 

다시 한 번, 이광수로 돌아온다. 작품을 작품으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작가의 삶으로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놓고 보다면 그의 작품에 가치관이 담겨 있으므로 그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읽는 <무정>은 예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반짝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꼭 읽어야 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정 1 수능대비 한국문학 필독서 2
이광수 지음, 송창현 엮음 / 넥서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교 때 한창 세계 문학에 빠져 지내다가 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 문학으로 자연스레 넘어간 적이 있었다. 세계 문학에서 얻었던 놀라움 만큼이나 한국 문학에서도 재미와 놀라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작가가 바로 이광수이다. 시리즈로 <무정>, <유정>, <흙> 같은 작품을 꽤나 열심히 읽었었다. 덕분에 염상섭의 <삼대>도, 그 외 다른 작품들로까지 연결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광수라는 작가가 친일 성향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마나 배신감에 휩싸였던지... 사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었다면, 어쩌면 그렇게 변절했을 수도 있겠다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사춘기 때 읽었던 이 작품들은 모두 연애 소설처럼으로만 보였으니 어린 나로서는 그저 한국 문학을 관심 갖고 읽게 해준 데에 감사하는 정도로 그쳐야겠다.

 

아주 오랫만에 다시 <무정>을 든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보다 크기도, 글자도 크고, 표지도 감각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의 해설을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자 마치 여중생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넥서스의 <무정>은 "수능 대비 한국 문학 필독서" 시리즈의 한 권이다. 때문에 책 본문이 시작되기 전 작가 소개와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줄거리, 인물 소개와 작품 해설이 먼저 자리잡는다.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이 책을 먼저 접하면 호기심을 느끼는 청소년들보다는, 처음 접하는 듯한 어투와 어색한 문장 등에 바로 재미를 잃고 책을 손에서 놓는 아이들도 있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접하고 이해하고 나면 작품을 좀 더 생각하며 읽게 되고 조금은 참아줄 만하기도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무정>은 그저 연애 소설로만 읽혔다. 그때에도 작품 해설이 있었을텐데 감수성 풍부한 여중생으로서는 다른 의미 말고 남녀 간의 사랑만 눈에 띄었나 보다. 엄마가 되고 여중생 딸도 있고 요즘 사회 문제까지 겹쳐져 새롭게, 인상적으로 읽힌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상황과 아울러 설명한 작품 해설과는 또 다르게 형식의 우유부단함과 영채의 상황에 화가 나고 그들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정절이나 포기 등에 대해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보통 병욱과 영채, 선형과 형식이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심훈의 <상록수>와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 개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배운 자로서 가져야 할 의무감은 있으나 상황과 갈등 사이에서 무력하다면 그건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자신들만 배워 무엇 할 것인가. 그렇게 배워 무엇을 했는지는 없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언젠가 나아질 것이다, 보다는 어떻게 나아졌다는 희망이 더 좋다.

 

다시 한 번, 이광수로 돌아온다. 작품을 작품으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작가의 삶으로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놓고 보다면 그의 작품에 가치관이 담겨 있으므로 그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읽는 <무정>은 예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반짝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꼭 읽어야 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