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로 이 잡기 이야기 속 지혜 쏙
송아주 지음, 박규빈 그림 / 하루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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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만 해도 전래동화는 절대 읽지 않겠다는 둘째가, 5살이 되더니 슬슬 옛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파스텔 톤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책과는 다르게 원색적이고 무서운 동물이 자주 등장하는 전래 동화는 무섭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 좀 컸는지 조금씩 흥미를 보이고 가끔 꺼내와 읽어달라고 하네요. 이럴 때 아이에게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려줘야겠죠?


<바위로 이 잡기>는 기존에 보던 전래 동화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과 일러스트에서 말이죠. 표지에서도 집채 만한 바위를 커다랗게 그리고 그 안에 제목이 들어있죠. 주인공 힘이 센 장사는 그 아래 아주 조그맢게 그려져있고요. 그만큼 정말 힘이 세다는 걸 표현하는 거겠죠? 그렇게 안쪽 페이지를 들여다 보면 그림체가 참 재미있습니다. 마치 만화인듯 각 물체에 표정을 그려넣어 코믹함을 주기도 하고 만화 속 움직임을 표현하는 형유들도 아주 잘 표현되어 있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역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소 무서워 보이는 주인공 '힘 센 장사'에게도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아주 재미있게 읽네요!




옛날에 아주 힘 센 장사가 살았다고 해요. 어찌나 힘이 센지 나무와 바위도 쑥쑥 뽑아냈죠. 이 장사가 하는 일이라곤 힘자랑뿐이었는데, 힘이 조금 세 보이면 아무나 붙들고 씨름을 하곤 해서 모두 장사만 보면 줄행랑을 쳤다죠. 




동네로는 부족해서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며 싸움을 걸고 힘자랑을 하던 장사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언덕에서 쉬기로 해요. 

널찍한 바위에 팔다리를 뻗고 누운 장사가 슬슬 졸음이 밀려와서 잠들려던 찰나, 등이 근질근질, 따끔따끔 했더랬죠. 




그 주인공은~ 바로 이! 장사는 잠이 몰려오려던 자신을 깨운 이를 잡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이를 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이는 요리조리, 죽지 않고 계속 도망다녀요. 점점 큰 돌, 바위로 이를 잡으려던 장사는 무사히 이를 잡을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이야기를 정식으로 읽었던 건 아니지만 알고 있던 옛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체와 이야기로 읽으니 훨씬 더 재미있더라고요. 이와 힘 센 장사의 대결도 그렇지만 마지막 등장한 농부의 반전! 또한 얼마나 웃기던지~!!! 짧은 이야기이지만 일러스트로 인해 훨씬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제아무리 힘자랑 해봐야 지혜를 가진 사람 못당한다는 교훈도 아주 즐거웠고요. 무엇보다 그 장면을 표현한 일러스트에 엄지 척!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이를 잘 몰라서요. 꽤 많은 질문 공세를 받았습니다. 바위에 누우면 안되겠다고도 하고, 정말 바위로도 안 죽는 슈퍼 영웅이냐고도 하고, 그런데 손으로 누르면 정말 죽냐고도 묻고 말이죠. ㅎㅎ 엄마는 한 번도 죽여본 적이 없고, 맨손으로는 자신 없다 했더니 무척 불안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마 요즘은 밖에 이가 막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안심했답니다. 


이야기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끝나느 것이 아니라 뒷표지를 넘기고 나서야 끝이 납니다. 요즘 그림책을 읽으며 예전보다 더 맨 앞표지에서부터 맨 뒷표지까지 꼼꼼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만들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함을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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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 - 시선강탈 취향저격 구매유발 글쓰기
김건호 지음 / 끌리는책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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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긴 글을 읽지 않는다. 아니 비단 아이들뿐이 아닐 것이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참을 읽어야 이해 가능한 글은 귀찮을 뿐이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짬이 날 때마다 간단하게 볼 수 있는 카드 뉴스나 제목만 보고 판단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책이나 영화보다 웹툰이 유행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 아닐까. 광고도 마찬가지다. 구구절절한 요청이나 부탁보다는 생각을 확 트이게 하는 표제 하나가 사람들의 행동을 움직이게 하곤 한다. 


<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은 서울시청 '공공 카피라이터'인 김건호 저자가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선배들과 당직자들을 붙들고 매달리며 배웠던 도움을 그와 같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쓴 책이다. 때문에 목적이 확실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강털하고 취향 저격, 구매 유발 가능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원칙을 잊지 않도록 설명한다. 짧고 확실한 한 줄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그 한 줄로 끝나면 마음에 남지 않는다. 행동을 바꾸게 하기 위해 많은 생각이 그 한 줄에 담겨야 하지만 확실한 설명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책은 총 4장으로 1장은 왜 짧고 강력한 한 줄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2장은 한 줄의 목적, 3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한 줄 쓰는 방법, 4장은 그 한 줄에 담긴 다양한 생각을 압축하는 기술을 설명한다. 설명에 다양한 예시가 들어있어 좋다. TV 광고나 오프라인 지면 광고 등에서 익숙한 다양한 광고 한 줄을 통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 비교하며 그 목적과 원리를 깨달을 수 있다. 글을 쭉 따라가다 보니 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은 아무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생각하면 너무나 구태의연한 글이 될테니 말이다. '그래야 한다'라는 틀을 깨야 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광고하기 위한 목적과 소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러니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이 꽤 도움이 된다. 실패하지 않는 몇 가지 팁을 통해 다양한 한 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보라고 연습문제도 내준다. 카피라이터가 꿈인 사람들이라면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꿈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 아무리 긴 콘텐츠라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꼭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가져야 할 방향이자 다른 길로 새지 않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241p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딱 한 줄로도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면 긴 글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가끔 제목 짓기가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갖다붙이곤 했는데, 앞으론 조금 고민하는 노력이라도 해봐야겠다. 무엇보다... 광고인이 되고 싶다는 딸에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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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 따뜻한책 8
마일두 지음, 이양구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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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는 묻습니다. 사자랑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코끼리랑 호랑이는 누가 이기는지 하는 것들을요. 아마 아이가 익혔던 그림책 속 동물들과 동물원에서나 보았던 동물들이 전부라 그저 크기만으로 힘이 정해지는건지 사나운 정도나 무서운 정도로 정해지는건지 궁금했던가 봅니다. 가끔은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하죠. 엄마인 저도 야생 상태의 동물들을 본 적이 없기에 아주 정확한 답을 내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양한 근거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다인데요. 어느 동물의 힘이 더 센지보다 각 동물들이 가지는 특성, 개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는 이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눈에 띄는데요. 약간은 이국적으로 보이면서도 색감이 화려하여 아이들의 눈을 확! 사로잡죠. 




사자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바위에 쓰인 글을 보아요.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라고 쓰인 이 글을 읽자마자 사자는 하하하 웃으며 당연히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동물의 왕이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이런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자 앞에 사냥꾼이 나타나 자신의 힘이 더 세다고 합니다. 총 한 방이면 사자는 쓰러지니까 말이에요. 




그런 사냥꾼 앞에 모기가 나타나죠. 이런 식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나타나 자신이 더 강하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먹이사슬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강렬한 듯 아름다운 그림체가 정말 예쁩니다. 원색과 파스텔색을 적절히 활용하여 너무 강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습니다.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각 동물들의 표정이나 감정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거든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갑자기 지진을 감지한 개구리가 지진을 알립니다. 그리고 지금껏 누가 강한지 서로 다투던 동물들의 진가가 발휘되죠. 잠자리는 어느 쪽으로 도망가야 하는지 알려주고 너무 느린 개구리와 뱀을 사자, 오소리가 도와주고, 거미줄에 걸린 모기를 사냥꾼이,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사냥꾼을 모기가 구해주게 됩니다. 그래서 동물들은 깨닫습니다. 누가 제일 강한 게 아니라 모두가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강함에는 여러가지가 있죠. 힘으로 강함을 따지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보다 그가 가진 그만의 특성,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 아닐까요? 모기나 개구리 등 아주 작은 동물들도 각자가 가진 개성으로 아주 훌륭하게 나쁜 상황을 빠져나가니까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자기들끼리 나이를 먼저 물어보는 장면을 자주 마주칩니다. 아마도 아이들에겐 나이가 힘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인가 봐요. 그러고 나면 누나, 형이 몇 살인지, 엄마 아빠가 몇 살인지까지 가죠. 다 함께 어울려 놀면 정말 좋을텐데 나이를 묻고 한 살이라도 많으면 반말하지 말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항상 이야기해요. 힘이 약해 보여도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이 많은 친구일 수 있고 사람은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말이죠. 이번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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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 zebra 9
우르슐라 팔루신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 / 비룡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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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거나 괜히 울적하면 난 침대에 누워 방 천장을 쳐다보았다. 천장엔 네모난 듯, 동그란 듯 기하학적인 무늬가 연달아 있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빙글빙글 도는 것도 같고 초점이 흐려지면서 딴 나라로 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수면 상태도 아닌 상태로 이런저런 생각을 떠돌아다녔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쉬는 일은 없어졌는데 어른이 되면서 점점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다. 그럴 바엔 잠을 잔다....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은 그림책이다. 아주 긴 판형의 이 책이 어떻게 보면 읽기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 "읽는 책"이 아니다. 그림책이니까 당연히 "보는 책"이겠지...생각하겠지만 그 또한 아니다. 물론 이 그림책이 주는 여백 같은 그림과 색감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곧 책을 펼치고 아이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은 "쉬는 책", "감상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두 가지 시각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첫 번째 시각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 다음 시각은 그 사람이 누운 채로 바라보는 하늘의 모습이다. 신문을 얼굴에 덮고 쉬고 있는 삼촌이 바라보는 하늘은 신문을 통해 보이는 태양, 빛


저녁을 준비하기 전 숲 속 의자에서 쉬는 이모의 시야는 커다란 나무 사이 보이는 새들과 하늘...같은 식이다. 아이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쉬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 보여준다. 

  

  


숲과 바다, 초원, 곤충과 꽃이 가득한 이곳을 따라가다 보면 나 또한 편안해지고 이곳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열심히 일하다 누워 하늘을 바라다본 적이 있는지. 밖에서라면 거의 없는 것 같다. 집에서도 아주 피곤하지 않은 이상 이것저것 일해야 할 것들을 계속 생각해 낸다. 어쩌다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곤 왜 누워있냐고 차라리 자라고 잔소리를 한다.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을 보고서야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도 멍하니 누워 쉬곤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을 휙휙휙 넘겨버리면 '이게 뭐야' 소리가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책은 그렇게 읽는 책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과 함께 바라본다, 쉰다. 그곳의 풍경과 소리, 자연도 만끽해 본다. 


아이 손을 붙잡고 가다 보면 가끔 아이는 "엄마, 저 구름 좀 봐."라거나 "엄마, 저기 달이 우리를 따라 와"라고 말하곤 한다. 아이는 "하늘"을 보는데, 우리는 땅만 보고 걷지는 않았는지. 가야 할 곳을 목표로 삼고 "빨리, 빨리"만 외쳤던 것 같다. 사실 유치원에 좀 늦으면 어떻고 밖에서 좀 돌아다닌다고 어떤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조금 더 느긋하게, 편안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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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쟁 라임 청소년 문학 34
뤽 블랑빌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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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도 게임을 좋아한다. 가끔 무료하거나 긴 시간이 아닌 잠깐의 시간을 떼울 때에도 게임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동안 할 정도의 게임에 한해서다. 한 번 잡으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임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 이런 절제가 생긴 이유는, 나 스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임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그 중독에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 안된다고 차분히 설명해 줘도 아이들에겐 그저 잔소리일 뿐일테니.


<게임 전쟁>은 게임 중독에 빠진 우리 아이들 같은 프랑스 청소년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첫 챕터 제목부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게임 덕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연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그 분야의 최고봉에 이르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 주도 학습이 아니던가. 그런데 토마 푸피넬은 그 분야가 게임이고, 컴퓨터일 뿐이다. 학교 그 누구도 인정하는 일인자, 그게 바로 토마이다. 그런데 그런 토마에게 문제가 생겼다. 어느날 우연히 눈이 마주친 에스테르에게 한 눈에 반했다. 그 이후부터는 아무리 컴퓨터 화면을 바라봐도, 적군이 아군을 박살내는 장면을 바라봐도 그저 에스테르 생각만 난다. 그리고 기 이후부터 토마의 삶을 변하기 시작한다. 


사실 게임 덕후가 사랑에 눈 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게임 전쟁>은 아이들 심리를 잘 이해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미 깊이 빠진 게임에서 어떻게 그리 쉽게 빠져나올 수가 있을까. 평생의 연인이 나타난다고 해도 말이다. 중독이라는 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기에 중독이다. 토마 또한 에스테르에게 게임을 끊어야 사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잠깐 며칠이라도 게임에서 벗어나니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토마는 정말로 자기가 컴퓨터, 태블릿 PC, 휴대폰을 붙잡고 살아서 집안 분위기가 이렇게 된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31p


토마뿐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이 단순히 어쩌다 접한 게임의 재미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거나 자신의 취미에만 빠져있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같은 것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지 않다. 각자 할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고 그러다 보니 게임에 입문하게 되는 것이다. 


토마는 이제서야 주위를 돌아보고 가족의 해체에 부딪힌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모가 항상 올바르고 완벽하진 않다. <게임 전쟁>은 가족을 지키려는 토마와 동생 폴린의 노력이 노력이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단합이,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가상의 세계에서 언제나 우수하고 1등이었던 토마가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게임에서처럼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 또한 아이들과의 생활만큼 나 자신의 시간이 무척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 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거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곁에서 대화하고 싶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무언가를 해보자고 해도 힘들다고 하며 아이들을 자꾸 떨어뜨려 놓으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금방 자라 언젠가 내 곁을 떠날텐데 말이다. 게임 중독에 빠진 토마의 현실 세계 복귀라는 교훈을 담은 청소년 소설이었지만 오히려 나에게 반성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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