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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 ㅣ 따뜻한책 8
마일두 지음, 이양구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8년 9월
평점 :
가끔 아이는 묻습니다. 사자랑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코끼리랑 호랑이는 누가 이기는지 하는 것들을요. 아마 아이가 익혔던 그림책 속 동물들과 동물원에서나 보았던 동물들이 전부라 그저 크기만으로 힘이 정해지는건지 사나운 정도나 무서운 정도로 정해지는건지 궁금했던가 봅니다. 가끔은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하죠. 엄마인 저도 야생 상태의 동물들을 본 적이 없기에 아주 정확한 답을 내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양한 근거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다인데요. 어느 동물의 힘이 더 센지보다 각 동물들이 가지는 특성, 개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는 이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눈에 띄는데요. 약간은 이국적으로 보이면서도 색감이 화려하여 아이들의 눈을 확! 사로잡죠.

사자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바위에 쓰인 글을 보아요.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라고 쓰인 이 글을 읽자마자 사자는 하하하 웃으며 당연히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동물의 왕이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이런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자 앞에 사냥꾼이 나타나 자신의 힘이 더 세다고 합니다. 총 한 방이면 사자는 쓰러지니까 말이에요.

그런 사냥꾼 앞에 모기가 나타나죠. 이런 식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나타나 자신이 더 강하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먹이사슬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강렬한 듯 아름다운 그림체가 정말 예쁩니다. 원색과 파스텔색을 적절히 활용하여 너무 강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습니다.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각 동물들의 표정이나 감정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거든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갑자기 지진을 감지한 개구리가 지진을 알립니다. 그리고 지금껏 누가 강한지 서로 다투던 동물들의 진가가 발휘되죠. 잠자리는 어느 쪽으로 도망가야 하는지 알려주고 너무 느린 개구리와 뱀을 사자, 오소리가 도와주고, 거미줄에 걸린 모기를 사냥꾼이,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사냥꾼을 모기가 구해주게 됩니다. 그래서 동물들은 깨닫습니다. 누가 제일 강한 게 아니라 모두가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강함에는 여러가지가 있죠. 힘으로 강함을 따지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보다 그가 가진 그만의 특성,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 아닐까요? 모기나 개구리 등 아주 작은 동물들도 각자가 가진 개성으로 아주 훌륭하게 나쁜 상황을 빠져나가니까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자기들끼리 나이를 먼저 물어보는 장면을 자주 마주칩니다. 아마도 아이들에겐 나이가 힘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인가 봐요. 그러고 나면 누나, 형이 몇 살인지, 엄마 아빠가 몇 살인지까지 가죠. 다 함께 어울려 놀면 정말 좋을텐데 나이를 묻고 한 살이라도 많으면 반말하지 말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항상 이야기해요. 힘이 약해 보여도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이 많은 친구일 수 있고 사람은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말이죠. 이번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지?>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