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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와 사라진 코 ㅣ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11
심수영 지음, 김세진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20년 5월
평점 :
6-7세가 되면 전래동화를 읽기 시작합니다.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되는 이점도 있고 권선징악이라는 이야기 속에 우리 전통의 가치와 교훈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창작동화도 좋지만 우리 것을 배울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전래 동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기회를 주는 시간이 되는 거죠.
큰아이 때부터 읽어 온 전래동화인지라 왠만한 전래 동화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전래 동화가 속속 출간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맨날 읽고 이젠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전래 동화를 벗어나 저도, 아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전래 동화가 많네요.
이번에 읽은 전래 동화는 <사또와 사라진 코>입니다. 아이들은 다소 무서워할 수도 있는 석장군이 등장하네요.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욕심 많은 사또가 등장합니다. 이 마을에는 석장군이 있는데 석장승의 코를 가지고 있으면 부자가 된다는군요. 그래서 자신이 코를 가지려던 사또는 누군가 석장승 코를 떼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납니다. 당장 그 범인을 잡아오라고요.

그리곤 그 주위를 서성거리던 한 어수룩한 청년을 잡아다 바른대로 대라고 하죠. 청년은 자신이 그러지 않았음에도 화를 피하기 위해 코처럼 생긴 돌멩이를 주워다 사또에게 바칩니다. 이제 사또는 부자가 되었을까요?
보통의 전래 동화는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에 따라 이야기가 고조되다가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고 끝나죠. 그런데 이 <사또와 사라진 코>는 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이야기만 보자면 이 어수룩한 청년이 가짜 코를 가져다 주었으니 사또는 속은 것이고 악한 사람이 벌을 받은 셈이죠. 그런데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한 떠돌이 장사꾼이 한양에서 석장승 코를 발견했으니 마을 수호신인 석장군 코를 사달라고요. 사또는 당연히 자신의 코가 진짜인 줄 알고 있으니 장사꾼을 멀리 쫒아냅니다. 그런데 며칠 후 마을은 석장승 발 밑에서 물이 솟아나 논이며 집이 잠기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코를 갖다 붙여도 아무 소용이 없네요. 결국 사또는 먼저 쫓아낸 장사꾼의 코가 진짜 석장승의 코라는 사실을 알아내죠. 하지만 이미 늦었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죠.
"석장승께 제사를 올려. 단, 사또의 재산 절반을 제물로 드려야 해. 그런 다음 마을 사람들에게 그 제물을 골고루 나눠 주어라."...29p
자~ 여기까지라면 또 원래의 이야기대로 권선징악으로 끝났네요. 그런데 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또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거죠. 사또의 나눔에 감사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에요.
"이제 장사꾼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 더 귀한 것을 얻었으니까!"...37p
사또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보통 고전 속 인물들은 평면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착한 사람은 쭉~ 착하게, 나쁜 사람은 쭉~ 나쁘게 말이죠. 그런데 이 전래 동화 속 사또는 무척이나 입체적 인물이네요. 그러니 무척 특이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단순히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 이야기로 끝난 것보다 더 뿌듯하네요.

책의 뒤편에는 영어로 된 이야기 페이지도 있고요.
"100가지 민족 문화 상징"이라는 페이지도 있어요. 거북선과 고인돌, 돌하르방, 해녀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이야기 속 석장승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유산을 배울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