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문장
윤동주 지음, 임채성 엮음 / 홍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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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다른 친구들이 "서시"를 외고,"별 헤는 밤"이 제일 좋다며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길"을 외고 다녔다. 어쩌면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허세일 수도 있지만 그땐 그 시가 그저 내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혔다. 정확하게 왜 좋은지도 몰랐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왠지 눈물이 날 것도 같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중에 다시 그 시를 만나니 어쩌면 막 사춘기를 시작했을 나에게 "길"처럼, 나 자신처럼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가 받아들인 "길"이다. 그 외 다른 시들이 내게 특별히 와닿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윤동주"라는 인물에 대해선 항상 안타까움과 애정이 함께 생긴다. 


<마사코의 질문>이라는 동화집에는 윤동주를 암시하는 듯한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 작품을 읽다 보면 더욱 그렇다. 고향 땅, 고국을 그리워하는 젊은 시인은 차가운 감방에서 일제의 실험 대상이 되어 스러진다. 그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인지 내게 윤동주는 뭔가 안타까운, 애잔한 대상이다. 


<윤동주의 문장>은 아주 짧은 생을 살다 간 윤동주가 쓴 모든 문장을 담은 책이다. 우리는 당연하게 윤동주를 시인으로서만 알고 있는데, 이 책에는 그가 쓴 시가 시기순으로 실려있고, 전혀 의외일 것 같은 동시와 몇 편 되지 않은 수필, 윤동주를 사랑했던 주변인들의 글도 함께 실려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엮은 "임채성"작가의 설명이 곁들여져 아주 특별한 책이 되었다. 


내게도 윤동주의 책이 몇 권 있다. 대부분 거의 같은 내용을 담은 시집인데 그러다보니 거의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표지가 예뻐서, 시간이 흘러서 다시 구입했던 책이다. 그런데 <윤동주의 문장>은 다르다. 우선 육필 원고에 씌어져 있다는 날짜가 제목 아래 적혀있다. 엮은 이의 설명이 곁들여지다 보니 마치 윤동주의 생애를 함께 읽고 있는 듯하다. 


단점은 내가 "길"을 내 입장에서 해석했듯 자유롭게 읽는 이의 관점으로 감상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시인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따라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이 <윤동주의 문장>을 통해 제대로 한 번은 윤동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최대 강점이다. 뒷편의 동시를 통해서도 윤동주의 순수함이나 감수성을 엿볼 수 있고 그의 수필을 통해서도 시인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한 권을 읽고 나니 어쩌면 시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유명한 시들만 모아놓은 시집이 아닌, 온전히 윤동주의 모든 글이 담긴 책을 읽어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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