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설영환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던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때는 그저 워낙 유명한 책이라 남들 따라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유명한 책이라는데 나는 하나도 감흥이 없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 이후 꾸준히 <어린 왕자>를 접했다. 제대로 이해하게 된 건 겨우 몇 년 전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면서야 어느 정도 책 속 의미들을 하나씩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결코 쉬운 책이 아니라고, 그저 겉으로 드러난 몇몇 문장만으로 평가할 만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죽~ 생텍쥐페리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작가의 생애와 작가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수필은 아주 중요하다. 또한 그밖의 글들이 있다면 좀더 그의 생각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는 생전 생텍쥐페리의 가장 중요했던 1939년부터 1944년까지 그가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다른 작가의 책에 쓴 서문이나 친구들, 아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뿐만 아니라 지인들이 기억하는 생텍쥐페리의 이야기가 담긴 일기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굉장히 다각적으로 생텍쥐페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한 작가의 개인적인 기록이자 2차 세계 대전 속 누구나 겪어냈던 개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기록들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보다 저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내일의 세계입니다. 파괴된 마음과 흩어진 가족입니다. 전 죽음은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신 사회가 위험에 처하는 것이 두렵습니다."...71p


"나는 이 시대를 참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정신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더듬어 찾고 있고, 심장은 얼어붙었다. 모든 것이 평범하며, 모든 것이 추악하다."...236p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시대를 직접 겪으며 살아낸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 양심있는, 어쩌면 평범하게 식탁 앞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그저 식사를 하고 싶었을 작가의 정의에 맞선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삶과 죽음을 넘어 그가 진정 원했던 인간다운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책의 구성이나 번역이나 오타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첫 시작 부분의 "생텍쥐페리의 영혼과 고뇌"는 분명 서문 같은 글이지만 그 어떤 언급도 없어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누가 쓴 글인지 한참을 찾아 헤맨 다음에야 비행 조종사였던 앤 모로우 린드버그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누가 쓴 글인지 뒷부분에 밝혀주기만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번역의 경우 가독성이 떨어지게 했는데 너무나 직역 투의 문장들이 많아서이해하기 어렵거나 어색한 문장들이 있었다. 오타나 띄어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좀더 세심한 검수를 거쳤다면 훨씬 훌륭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