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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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님의 소설과 산문을 읽을 때마다 그 서사와 역사적 해박함, 현실 세계를 그대로 담는 주제에 언제나 감동한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 전개를 따라 읽다 보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인생은 그런 거라고, 그렇게 잔잔하지만 또한 힘들어도 다시 힘 내서 살 만하다고. 그래서 가끔 찾게 된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기행산문집. 또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우리 땅을 여행하며 본 것, 알게 된 것, 느낀 것을 가감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글을 읽으며 나도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이 많이 다르니 같은 곳을 바라봐도 알게 되는 것,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왠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은 기분이다.


책은 모두 4부로 나뉘는데, 1부가 국내 여행, 2부는 해외 여행을 하며 느끼게 된 것들, 3부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부는 종교적인 티베트와 카트만두를 다녀 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1부인 국내 여행의 이야기였다. 그 이후의 해외 이야기들은 <토토의 눈물> 속 이야기들과 닮아 있다. 아마도 구로야나기 테츠코나 박완서 님 모두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서 다녀 온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의미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사실 잘 와닿지는 않았다.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인가 보다.


그보다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순 우리말이다. 역시 박완서 님이다... 싶을 정도로 평소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던 어휘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저절로 공부하고 싶어지게 했다. 이렇게 작가들의 글을 통해 잊혀진 우리말을 배우는 재미가 바로 책 읽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잃어버린여행가방 #박완서 #기행문 #실천문학사 #여행의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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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4 - 웃는 침팬지의 비밀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4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박여명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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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흔한 소재인 것 같지만, 사실 동화책에선 잘 볼 수 없었던 설정인 "동물과 말하는 아이"는 매 권 다른 이야기들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엔 4번째 이야기인 "웃는 침팬지의 비밀"이다. 첫 번째 권부터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다는 능력으로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도와주던 릴리는, 이번엔 침팬지를 도와주게 된다.

다른 판타지 동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동물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이지만 그 내용 자체는 무척 현실적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릴리의 능력을 제외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훨씬 더 와닿는 것 같다.

릴리와 예사야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슈미트 귀부인(고양이)와 본자이(개)가 낯선 존재를 인식한다. 한 번도 공원에서 본 적이 없던 그 존재는 릴리를 쫓아다니지만 쉽게 다가오지 않고 릴리는 그 존재의 슬픈 눈을 인식하고 꼭 도와주기로 한다.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시리즈는 매 권마다 교훈이 담긴 주제가 있다. 각 권마다 주인공이 되는 동물이 바뀌고 그 동물에 관한 주제가 연결되기 때문에 따로 한 권씩 읽어도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한 권을 읽고 나면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4권의 주제는 "밀수"이다. 단지 자신의 욕심과 재미를 위해 신기한 동물들을 밀수입하고 그 동물들의 환경은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은둔해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이 사회에서도 버젓이 벌어지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나와 가까운 사람의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너무나 착한 아이들과 좋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서 읽는 내내 릴리와 예사야, 많은 동물들을 응원하게 된다.

릴리가 웃을 때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익고, 동물들과 행복한 마지막 모습은 언제나 미소짓게 한다. 아이들과 동물들처럼 약한 존재들이 잘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5권은 또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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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어들 - 전설 신화 속 신비한 인어를 찾아서 고래동화마을 11
차율이 지음, 가지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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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이다. 그 다음엔 강렬한 OST와 일러스트를 자랑하는 디즈니의 <인어공주>. 당연히 인어는 유럽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등장하는 세이렌 또한 인어이니.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도 인어가 존재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인어가 있단다. 어릴 때부터 바다와 인어를 좋아했다는 작가는 전국에 흩어진 우리 인어에 대한 전설과 설화, 고서 등을 참고하여 아주 훌륭한 한국의 인어를 재탄생시켰다.




모두 10편의 이야기인 <한국의 인어들>에는 고서 문헌에서 발견한 인어 이야기들을 새롭게 각색하고, 그 외에 전국에서 전해진다는 목격담에서 비롯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아이들이 읽기 쉽게 하였는데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10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우리 인어는 세이렌처럼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나같이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와 더불어 우리 조상 또한 인어를 팔아 급전으로 만드려는 사람들보다 인어를 보호하고 구해주려는 이들의 모습이 많이 담겼다. 따라서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흔히 듣고 자란 전래동화의 구성을 띤다. 그러니 인어를 구해준 이들과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복을 받아 잘 살게 된다는 교훈이 있다.




가장 좋았더 부분은 바로 이 마지막에 있다. 작가 자신이 모은 이 인어 이야기들을 어떻게 조금씩 각색했는지를 가감없이 밝힌 부분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으되 원래의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를 거꾸로 추측해볼 수 있다. 진실과 허구 사이를 이렇게 예측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 전설, 설화를 보다 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더불어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의 생활상, 우리 민족의 특성이나 성격도 저절로 알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전래 동화를 잘 읽지 않는데, 관심이 있는 이런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접하고 우리 것에 대해 알아가면 좋을 것 같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한국의인어들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전래동화 #전설 #설화 #인어 #고래동화마을 #초등도서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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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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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손의 두 번째 소설을 순서대로 내친김에 읽어버렸다. 연이어 읽으니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알겠다. 첫 책,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어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또한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역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실제 인물들과 함께 말도 안 되는 모험, 사건에 휩쓸려 한바탕 신나게 즐기는 이야기다. 물론 그 시간이 무려 몇 십년이나 된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지만.


이번 소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시작된다. 학교를 다닐 기회가 없어 글을 읽을 줄은 모르지만 셈 법은 스스로 깨우쳐 그 누구보다 빠른 계산을 할 줄 알았던 여자아이 놈베코는, 그 똑똑한 머리를 인정 받아 비록 똥 푸는 직업이지만 어릴 때부터 일을 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접근한 한 남자에게 글을 배우고 그의 다이아몬드와 함께 드디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마을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 물론 그 도전은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말도 안 되게 불운에 불운이 겹치지만 특유의 머리와 긍정 마인드로 헤쳐나간다. 놈베코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실 우리 집에 이 책이 없었다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후 요나스 요나손의 책을 다시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한 권으로 충분히 작가의 스타일을 알 수 있었고 이 작가와 나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알기 전에 나는 또 다른 책을 중고서점에 갔다가 구매해 버렸고...ㅋㅋㅋ 그러니 책임감으로 두 번째 책을 들어 읽었다.


확실히 요나스 요나손은 스토리텔러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으니. 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에도 무척 능통하고 그 역사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도 잘 묘사되어 있으니 어쩌면 이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무척이나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런 역사 속에 소설의 주인공이 종횡무진으로 등장하고 함께 엮이는 건 무척 흥미롭다. 다만, 내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그다지 와닿지 않고 의미 없다 생각되는 것일 뿐.^^;


이 두 권으로 되었다 생각한다. 워낙 인상적인 표지들이어서, 이미 유명해진 작가의 이름이니 신간이 나오면 "오오~"하고 관심은 가지겠지만 다시 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너무나 현실적인 역사와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험 이야기의 갭을 이겨내는 게 내겐 쉽지 않았나 보다. ㅎㅎ

#요나스요나손 #셈을할줄아는까막눈이여자 #열린책들 #장편소설 #스웨덴소설 #모험 #핵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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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물고기 천천히 읽는 과학 6
박광진 지음, 이은기 그림 / 현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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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북스의 여러 동화를 읽으며 "현북스"라는 출판사가 특히나 지구 환경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혹! 할 만한 재미있고 일러스트 화려한 동화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정말로 꼭 알아서 이 세계를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위한 책을 만들어내고 있구나...싶었다.


"천천히 읽는 과학" 시리즈인 <변신 물고기> 또한 쓰레기로 가득한 바닷속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냈다. 변신을 할 수 있는 동물은 한정돼있을 터인데 <변신 물고기> 속 해양 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선택한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소라게가 자신의 집으로 선택하기 위해 이것 저것 가져다 놓은 것들을 보고 투명 해파리는 지저분하다며 한 소리를 한다. 이렇게 시작된 다툼에 유령실고기와 흉내문어까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나 상어의 먹잇감이 될까 조심해야 하는데 이렇게 싸움만 하다 보면 자신들이 여기 있다고 알리는 꼴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고 흉내 문어는 상어의 공격에서 피하고자 눈에 잘 띄는 지금의 모습이 아닌, 주변의 모습인 쓰레기로 변신하자고 한다. 그렇게 바닷속 동물들이 하나 둘 쓰레기 모습으로 변신한다.




며칠 전 아이의 어린이날을 맞아 놀러 간 바닷가도 그랬다. 서해라서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데 바닷물이 빠지며 드러난 갯벌에는 이상하게 쓰레기가 많았다. 분명 이곳은 바닷물 속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많다는 건 평소에도 쓰레기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저~ 더 깊은 곳엔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있을까.


이젠 학교 학습 자료로도 쓰인다는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거북이의 모습은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렇게 뉴스를 통해 보고, 듣고 배우면 우린 잠깐 경각심을 가지다 또 먹고 마시고 놀면서 다시 온갖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아주 잠깐동안만 지속될 뿐이다.


아이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항상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 재활용을 최대한 깨끗하게 해서 내놓는 것,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정도. 코로나로 1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것도 좀 줄여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독후활동이 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현북스 #변신물고기 #쓰레기 #과학동화 #환경동화 #초등동화 #저학년 #초등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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