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친절했고 온화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원한을 품지 않았고,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우고 쉽게 잊어버렸다. 엄마는 그런 삶의 방식을 우리에게도 가르쳤다. 우리는 위험이 닥친 순간에 용기를 내라고 배웠고, 친구뿐만 아니라 모르는 이가 위협을 받고 있어도 함께 맞서 싸우라고 배웠다.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는 계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그리고 위험에 닥친 이들을 도와주라고, 대담하게 달려들엄마는 가르쳤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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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제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어주는 게 아빠에게 도움이 되겠죠. 그렇죠? 그러자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고는 글쎄, 나쁘진 않겠지라고 말했다. 들으나 마나 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빠가감동받아서 깨어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의사 선생님은 씩 웃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난 책을 단 한 줄도 읽을 수 없었고 할머니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 의사선생님이 한 말을 그대로 일러바쳤다. 할머니는 의사 선생님 말이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의 솔직함은 칭찬할 만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난 그 솔직함이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 솔직하다는 것은단지 입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역겨운 소리를 뱉어내는 것일뿐 어떠한 노력도 필요 없는 것이다. 반면에 난 이런 사람들이 좋다. 말하기 전에 그 솔직함을 나에게 맞게 조금 조절하는 사람 말이다. 난 이제 겨우 열 살이고, 모든 것을 수리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러 지구에 왔지만 지금은 협탁에 놓인 꽃보다도 생기 없이 침대에만 꼼짝없이 누워 있는 위대한 조르조의 아들이니까. 누군가가언젠가는 그가 다시 일어서서 걷고, 눈을 뜨고 나를 보거나 아니면입이라도 열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는말에 당신은 웃으면서 차분하게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솔직한게 아니다. 그건 천하에 나쁜 놈이다.
- P150

잠시 후 난 돈가스처럼 붉은색 흙으로 범벅이 된 지저분한 몸을이끌고 집으로 돌아갔고, 엄마는 대체 어떻게 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라고 말했다. 난 대답하지 않았지만 사실이 모든게 다 엄마를 위한 거였다. 매일 오후 한걸음씩 계층 상승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오르막길은 가파르고먼지투성이인 데다 그쪽 사회를 알면 알수록 달아나고 싶어졌다.
이곳만 해도 벌써 형편없는데 불결하고 구역질 나는 곳에서 더할나위 없이 잘 지내는 사람들이 모인 꼭대기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아르노 삼촌처럼 사는 게 낫겠다.
싶다. 그는 자신의 밭에서 지내며 초인종이 있어야 할 곳에 해골을그려놓고 누군가 그를 찾으면 총을 쏘아 대답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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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는 여전히 무수히 많은 작가가 밤낮으로 읽고 쓰고 있다. 읽었고, 썼고, 남겼다. 그 숨결과 문장들을 찾아 나서는 길은 일반 여행과 다르게 조금 색다른 문장의 결들을 따라가는 일이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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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스무 살 적에 도서관에서 품었던, 교수님도 필사를 다 하셨을까에 대한 답은 굳이 몰라도 될 것만 같다. 세상에는 필사(必死)적으로 필사(筆寫)를 하는 삶이 있기 마련이고, 그 시간은 그때만 가질 수 있는 우주선들의 도킹 같은 것이니 말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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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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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읽는 베스트셀러에는 왠지 모르게 '나는 싫어'하는 반발심이 생겨서..(그렇다고 안 읽는 것도 아니면서..ㅋㅋ) 일단 피하고 본다. 그런데 몇 년이 흘러도 궁금하면 결국은 읽게 된다. 그 몇 년이 때로는 십 년이 훌쩍 넘기도 한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 그런 책이다. 계속 궁금한데 뭔가 딱 읽고 싶지는 않고 (자기계발서를 끊은 지도 오래되었던지라) 그렇다고 이렇게 오래 관심이 가는데 안 읽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서 결국은 이렇게 책을 들었다. 아직도 절찬리에 판매되는 것을 보니 이 책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나 보다.


프랑스 도심에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듣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어떨 땐 들어주기만 해도 미소지으며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약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꾸뻬 씨가 볼 때 정말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보다 행복할 여건을 갖춘 사람들이 더 불행하다고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며 꾸뻬 씨는 자신도 불행히짐을 느끼고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의 여행엔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는지는 서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실 여러 묘사 등을 통해 어디인지를 유추해볼 수는 있으나 어떤 장소가 특별히 그의 행복 여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대신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경험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꾸뻬는 여행하는 동안 주변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이고 관심이 가거나 행복해 보이는 이들을 보면 대화를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찾아간다.


행복의 요소 하나하나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고 각각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만 책의 끝부분에 이르면 꾸뻬는 이 요소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적용시켜나갈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그 제시는 책 속 인물들, 꾸뻬의 친구들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러니 이 책은 소설을 가장한 자기계발서이다.


나는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행복을 위해 다가갈 수 있을까. 내게 있어 행복의 키워드는 "긍정"이다. 가끔 회피를 할 때는 있지만 왠만하면 좋게 생각하려 한다. 행복이 별 건가. 마음이 평안하게 일상을 쌓아간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완독함으로써 오래 묵은 숙제를 끈낸 마음이 되었으므로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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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 읽기 싫은 마음, 저도 있어요. ㅎ 근데, 늦게라도 궁금해서 꼭 읽게 되죠. 숙제를 끝내서 속 시원한 마음 공감합니다 ^^

ilovebooks 2022-09-30 13:09   좋아요 1 | URL
네~ 요즘은 오래된 책 읽는 숙제하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