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난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제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어주는 게 아빠에게 도움이 되겠죠. 그렇죠? 그러자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고는 글쎄, 나쁘진 않겠지라고 말했다. 들으나 마나 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빠가감동받아서 깨어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의사 선생님은 씩 웃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난 책을 단 한 줄도 읽을 수 없었고 할머니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 의사선생님이 한 말을 그대로 일러바쳤다. 할머니는 의사 선생님 말이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의 솔직함은 칭찬할 만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난 그 솔직함이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 솔직하다는 것은단지 입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역겨운 소리를 뱉어내는 것일뿐 어떠한 노력도 필요 없는 것이다. 반면에 난 이런 사람들이 좋다. 말하기 전에 그 솔직함을 나에게 맞게 조금 조절하는 사람 말이다. 난 이제 겨우 열 살이고, 모든 것을 수리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러 지구에 왔지만 지금은 협탁에 놓인 꽃보다도 생기 없이 침대에만 꼼짝없이 누워 있는 위대한 조르조의 아들이니까. 누군가가언젠가는 그가 다시 일어서서 걷고, 눈을 뜨고 나를 보거나 아니면입이라도 열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는말에 당신은 웃으면서 차분하게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솔직한게 아니다. 그건 천하에 나쁜 놈이다.
- P150

잠시 후 난 돈가스처럼 붉은색 흙으로 범벅이 된 지저분한 몸을이끌고 집으로 돌아갔고, 엄마는 대체 어떻게 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라고 말했다. 난 대답하지 않았지만 사실이 모든게 다 엄마를 위한 거였다. 매일 오후 한걸음씩 계층 상승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오르막길은 가파르고먼지투성이인 데다 그쪽 사회를 알면 알수록 달아나고 싶어졌다.
이곳만 해도 벌써 형편없는데 불결하고 구역질 나는 곳에서 더할나위 없이 잘 지내는 사람들이 모인 꼭대기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아르노 삼촌처럼 사는 게 낫겠다.
싶다. 그는 자신의 밭에서 지내며 초인종이 있어야 할 곳에 해골을그려놓고 누군가 그를 찾으면 총을 쏘아 대답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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