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이 다르면 어때?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레아 성장 그림책 5
실비아 세렐리 글.그림, 이승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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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바탕색과 파란색이 참 잘 어울리는 표지네요. 책 표지 맨 윗부분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레아 성장 그림책"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레아 시리즈 책인가봐요. 그렇게 겉표지를 넘기면 속표지에 아주 예쁜 레아 소개가 있어요. 여섯 살이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수학과 분홍색을 싫어한다네요. 마치 우리 이웃에 살 것 같은 귀여운 아이에요. 친구 같은 레아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함께 공감하고 함께 생각하며 쑥~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제가 선택한 책은, 다섯 번째 책 <피부색이 다르면 어때?>입니다.

 

 

아주 한가로운 오후, 아빠와 함께 아빠의 어린 시절 찍은 사진을 보던 레아는 아빠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지요. 레아는 그 사진을 들여다 보다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해요.

 

"아빠, 참 이상해요. 아빠네 반 친구들은 피부색이 왜 모두 똑같아요? 우리 반 아이들은 안 그런데!"...4p

"요새는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서 살거나,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일이 흔해져서 그런 거야. 그래서 전 세계의 문화가 자연스레 섞이다 보니, 반 아이들 피부색도 다양해지는 거지. 지금 너희 반처럼 말이야."...4p

 

레아 시리즈를 쓴 작가는 이탈리아 사람이에요. 이탈리아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나 봐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흔한 일은 아닌데 말이에요. 왠지 이 페이지를 읽으며 책 전체를 읽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저도 수업을 하며 다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해 봐도 아이들은 내 주변에 다른 인종의 아이가 있으면 이상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이 바로 훨씬 더 많이 경험해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거든요. 흔하지 않기 때문에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면, 오히려 아주 흔하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금새 적응하고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다음 날, 레아는 학교 미술시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라는 주제로 그림그리기를 하게 됩니다. 어떤 친구는 자연의 색깔로, 어떤 친구는 캐나다 국기 색깔로, 군것질 색깔이나 다양한 초록색을 주제로 그리는 친구들도 있었죠. 레아는요, 반 친구들의 색깔로 그림을 그리기로 해요. 반 친구들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가장 알맞은 색을 심사숙고 골라서 예쁘게 그리고 색칠하죠.

 

 

이집트에서 온 아미라와 페루에서 온 호세의 얼굴색을 칠할 때의 레아는 정말 섬세해요. 둘 다 밝은 밤색이지만 호세는 빨간색을 덧칠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정성껏 그렸기 때문일까요? 그 과정 자체가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 모르겠어요. 반 친구들 모두 예쁜 그림을 그렸지만 가장 아름답고 공감을 받은 그림은 레아의 그림이었겠죠? 레아가 얼마나 기특하고 예쁜지 몰라요~ 길지 않은 짧은 그림책인데도 임팩트 있는 주제와 교훈을 주네요. 시리즈로 읽다 보면 레아와 정말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끔 TV에서 "이웃집 찰스"라는 프로그램을 보곤 해요.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여행이 아닌,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사는 분들에게 다양한 고충이 있음을 알게 돼요. 특히 사람들의 시선이나 편견 등과 부딪히면 정말 힘들죠. 아이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해주게 됩니다.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라고요. 레아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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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 - 워킹맘 박대리의
박선영 지음 / 렛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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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욕심이 많다. 읽고 싶은 책을 다 구입할 수도 없고 다 읽은 책을 무한정 쌓아놓을 수도 없으니 한때는 도서관을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십상이고 느낌은 남아서 다시 찾아보고 싶은 책은 결국 꼭 있더라는 것. 그 다음부터는 남길 책을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기증하거나 처분한다. 집중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첫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나가기 시작하면서였다. 아이 책을 고르다가 내 책도 함께,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어느새 내 하루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정말 많은 책을 읽었고 읽고 있지만 내가 읽는 속도보다 출간되는 책이 많다 보니 욕심 많은 독자로서 '어떤 책을 읽느냐'는 중요한 화두이다. 그래서 가끔 책에 대한 책을 읽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책이 도움이 될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짬 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는 제목 앞에 "워킹맘 박대리의"라는 문구가 덧붙는다. 전문가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일개 직장인이 쓴 독서레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가 아니라 오히려 나와 비슷한 워킹맘이기에 다른 자리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보통 평범한 사람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을까가 정말 궁금해졌다.

 

가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시간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말해도 아니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저자 박대리는 어쩔 땐 야근도 불사하고 주말도 출근해야 하는 바쁜 직장인이다. 게다가 어린 아이도 돌봐야 하는 그야말로 슈퍼우먼 워킹맘. 그럼에도 그녀는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시간 나는 짬짬이 책을 읽는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읽은 책에 대한 피드백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메일링하며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들도 함께 적는다.

 

책을 읽고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 그래서 뭔가 활동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독후감 같은 서평을 적어 남겨놓는 것인데, 이 경우도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조금씩 사라지곤 한다. 그보다 같은 주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나눌 수 있으면 그 책은 더 오래 가는 편이다. 때문에 나는 두고두고 펼쳐볼 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박대리의 책 읽는 습관, 독서 레터 등을 보니 정말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책을 깨끗이 보지 않고 읽으며 생각나는 단편들을 책에 적는 것, 사람들에게 정리해서 다시 피드백,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책을 추천받고 연계도서로 이어지는 활동들을 보니 진짜 독서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많은 시간을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하며 보냈는데, 박대리는 스스로 손에 잡히는대로라고 했지만 확실히 주제를 가지고 책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고 많이 반성하게 됐다. 물론 책을 교훈으로만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좀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나의 방식을 좀 바꾸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겹치는 책보다 읽고싶어지는 책들이 훨씬 많아서 좋았다. 다시 리스트만 세워놓고 장바구니만 잔뜩 채워놓은 뒤에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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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우체통 마음이 자라는 나무 13
실렌 에드가르.폴 베오른 지음, 곽노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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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일, 아드리엥은 새해 첫날에 대한 기념으로 작년 한 해 다짐하고 다짐했던 고백을 준비한다. 오랫동안 동네 친구이며 절친이었던 마리옹에게 말이다. 하지만 고백을 해보기도 전에 차인다. 꼭 100년 전인 1914년 1월 1일, 하드리엥은 공부도, 잡지도 읽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를 피해 가족묘 사이에 앉아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각자의 고민이 드러나는 순간 각자의 집 앞에 새 우체통이 불쑥 솟아오른다.

 

처음 책의 표지와 제목을 봤을 땐 조금은 유치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뻔한 소재(시간을 왕래하는 편지)와 이야기일 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책은 2014년 아드리엥의 상황과 1914년 하드리엥의 상황이 번갈아 묘사된다. 그러다 아드리엥이 엄마의 재촉을 받아 사촌형 하드리엥에게 편지를 쓰고 집 앞 수상한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순간, 1세기를 통해 두 사람은 연결된다. 편지가 현실 속의 하드리엥이 아닌, 1세기 전의 하드리엥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을 통해 오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은 많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는 너무나 심각하지만 남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청소년의 고민 같은 것들이 하나씩 해소되는 이야기 구조 또한 얼마나 많은가. 이야기가 교차되며 일어나기 때문에 독자 또한 어떤 반전이나 놀라움 없이 이미 이 둘이 어떻게 연결되고 편지가 전해지는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아드리엥과 하드리엥이 접한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과 오히려 이런 것들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또한 이 책에 재미를 더한다.

 

대부분의 타임머신형 소설들은 미래에서 과거로 올 때 과거의 어떠한 것도 바꾸지 말라고 하는 것이 전제이다. 나비효과처럼 미래에 어떤 일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인데, 오히려 이 <수상한 우체통>은 미래의 아드리엥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이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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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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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이라는 동네는 처음 들어봤다. 이름 그대로의 이미지대로 생각하여 부산 어디쯤일까... 생각만 해봤을 뿐. 북적거리는 서울 중심, 그것도 이태원 어딘가에 시골 같은 마을이 있다니 정말 의외이다. 전혀 서울 같지 않은 그곳이 요즘은 조금 들썩거리는 모양이다. 정이 가득하고 옛것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서 그곳으로 간 사람들일텐데 소문이 나며 사람이 많아지고 월세가 오르는 등의 부작용도 벌써 생겨났단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조용하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이웃 간의 정이 가득한 해방촌을 찾아간다.

 

TV 연예인들 중 가장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고 흥분 상태로 보이던 노홍철씨도 해방촌에 입성했다. 처음 노홍철씨의 독립책방 소식을 본 건 신문을 통해서였다. 전혀 성공할 것 같지 않았던 독립책방들이 몇몇 곳에서 성공한(자리잡은) 듯 보이면서 "책방 주인"의 꿈을 꾸던 많은 이들이 여기에 합류했다. 각각의 아이디어로, 자신이 좋아하거나 독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분류만을 중심으로 컨셉을 잡고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택한 것이다. 몇몇 독립책방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터넷이나 신문 기사로 소개된 것. 노홍철씨는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든가 하는 편견을 가졌던 건 아니지만 직접 주인으로 들어앉아 책방을 운영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책방을 시작하기로 한 것인지, "철든책방"에선 어떤 책들을 파는지, 이 책방이 노홍철씨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책의 표지에서부터 노홍철씨 만큼 톡톡 튄다. 책방 입구가 찍힌 것과 그 안의 카운터 속 작업 중인 노홍철 씨의 사진 2장이 겹쳐 보이는 입체 카드가 겉표지를 장식한다. 이 표지 속 책방의 입구는 흔히 볼 수 있는 엔틱하면서 멋진 카페 같은 느낌이다.

 

책은 노홍철씨가 해방촌을 알게 된 계기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공간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그냥 도심 속 시골 같은 곳이 아니라 그 잠잠한 곳 안에는 아이디어가, 다양한 사람들의 즐거운 생각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홍철씨는 직접 그곳에서 지내며 자신의 아지트를 만들기로 한다.

 

책방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읽다 보니 노홍철씨를 다시 보게 된다. 책 표지 속 책방의 입구는 진짜 입구는 아니다. 그가 구한 책방의 위치 또한 주택가 한중간, 아주 조용한 곳이라 노홍철씨는 상가 건물을 주택으로 만들기 위해 전면을 막아버린 벽을 허물 수가 없었단다. 겉으로 띄이기 보다는 조용히 이 마을에 녹아들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정 많은 이 동네 어른분들이 장사하려면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충고해도 괜찮다고, 했단다. 주택을 개조할 때에도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 재활용하거나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었단다. 그 마음씀씀이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얼마전 큰맘 먹고 큰딸과 홍대에 있는 독립책방 한군데에 다녀왔다. 오후에 일을 하고 있어 오래 시간을 못내니 간 김에 다 둘러보고 오리라는 마음은 그저 꿈으로 남았다. 딱 한군데 뿐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책보다는 이미지 도서들을 많이 파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일상생활에 지친, 매일 같은 생활 속에 메마른 감성에 물을 부은 듯한 느낌이랄까. 우리 동네에도 이런 독립책방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무 때나 들러 주인과 이야기도 나누고 또 새로운 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숨겨진 책이 있는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울까.

 

노홍철이라는 유명인이 낸 독립책방이 해방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는 모르겠다. 좋은 방향일 수도 있겠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해방촌까지 간 젊은 작업가들이 올라가는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노홍철씨가 의도했듯이 조용한 동네에 조용하게 서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유지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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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가 묻는 말
김미조 지음, 김은혜 그림 / 톡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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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를 처음 본 건 책이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화려한 배경음악과 아름다운 그림이 어린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피노키오>를 읽게 된 건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 난 한참 뒤였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 보다는 그림이나 완역본에 더 신경써서 읽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긴 이야기였구나...하는 첫 생각과 피노키오는 어째서 매번 함정, 유혹에 빠질까 하는 멍청한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원작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에 집중하여 다시 재구성한 책이다. 작가에게는 나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피노키오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나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며 모험하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항변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계속해서 묻고 있다.

 

사실, 좀 충격이었다. 어쩌면 어린 피노키오로선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째서 나는 한 번도 피노키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안정된 집에서 얌전하게 놀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탐험하기를 바라는 아이들, 전체를 조망하고 계획을 세워서 영리하게 말하기 보다는 바로 앞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을 말이다. 그건 영악하고 나쁜 게 아니라 그저 단순하고 순수한 것 뿐인데.

 

"앞으로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렴."

...(중략)...

"그거 알아요?"

"코가 늘어나는 길이만큼 내 마음도 상처를 입었어요."...68p

 

어릴 적 읽었던 <빨간머리 앤 8>에서 앤이 막내딸의 거짓말에 웃음을 참으며 호응해주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나 또한 그런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일도 말이다. 사실 큰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거짓말은 나쁘다고, 좀 얌전히 좀 있으라고, 조용히 좀 하라고 다그치고 잔소리를 하면서 키웠다. 어린 나이에 키운 것도 아니면서 뭔가 여유가 없었고 아이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훨씬 뒤에 둘째를 키우면서야 나는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조금씩은 잔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아이의 속내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알면서도 함께 장단을 맞춰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아이를 피노키오에 대입하고 나서야, <피노키오가 묻는 말>이라는 책을 통해서야 제대로 피노키오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아이야, 두려워하지 마. 넌 계속 너였단다. 나무였을 때도, 나무토막이었을 때도. 그러니 지금의 네가 있는 거야. 앞으로도 너는 너로 있을 거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60p

 

<피노키오>가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었다면,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어른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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