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가 묻는 말
김미조 지음, 김은혜 그림 / 톡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피노키오>를 처음 본 건 책이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화려한 배경음악과 아름다운 그림이 어린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피노키오>를 읽게 된 건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 난 한참 뒤였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 보다는 그림이나 완역본에 더 신경써서 읽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긴 이야기였구나...하는 첫 생각과 피노키오는 어째서 매번 함정, 유혹에 빠질까 하는 멍청한 생각만 했던 것 같다.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원작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에 집중하여 다시 재구성한 책이다. 작가에게는 나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피노키오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나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며 모험하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항변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계속해서 묻고 있다.

 

사실, 좀 충격이었다. 어쩌면 어린 피노키오로선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째서 나는 한 번도 피노키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안정된 집에서 얌전하게 놀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탐험하기를 바라는 아이들, 전체를 조망하고 계획을 세워서 영리하게 말하기 보다는 바로 앞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을 말이다. 그건 영악하고 나쁜 게 아니라 그저 단순하고 순수한 것 뿐인데.

 

"앞으로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렴."

...(중략)...

"그거 알아요?"

"코가 늘어나는 길이만큼 내 마음도 상처를 입었어요."...68p

 

어릴 적 읽었던 <빨간머리 앤 8>에서 앤이 막내딸의 거짓말에 웃음을 참으며 호응해주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나 또한 그런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일도 말이다. 사실 큰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거짓말은 나쁘다고, 좀 얌전히 좀 있으라고, 조용히 좀 하라고 다그치고 잔소리를 하면서 키웠다. 어린 나이에 키운 것도 아니면서 뭔가 여유가 없었고 아이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훨씬 뒤에 둘째를 키우면서야 나는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조금씩은 잔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아이의 속내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알면서도 함께 장단을 맞춰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아이를 피노키오에 대입하고 나서야, <피노키오가 묻는 말>이라는 책을 통해서야 제대로 피노키오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아이야, 두려워하지 마. 넌 계속 너였단다. 나무였을 때도, 나무토막이었을 때도. 그러니 지금의 네가 있는 거야. 앞으로도 너는 너로 있을 거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60p

 

<피노키오>가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었다면,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어른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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