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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3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8월
평점 :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던 건 청소년 시기였는데,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때의 나는 산티아고 노인의 생각이나 그를 아주 잘 이해하는 소년 마눌린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저 이 노인이 왜 말도 안되는 생선을 잡아놓고 그렇게 상어들과 사투를 벌이는지, 그야말로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목숨이 가장 소중한 게 아닌가? 어째서 내 목숨보다도 그 청새치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건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읽은 건 10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내용으로만, 역시나 조금 지루해 하면 읽었던 것 같다. 좀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후루룩 읽고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세 번째인 이번의 <노인과 바다>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가능한 천천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소중하게 읽었다. 50을 향해 가는 나이 덕분인지, 천천히 정독한 덕분인지 다행이도 이번엔 진짜 <노인과 바다>를 만난 것 같다.
한때는 잘 나가는 어부였던 산티아고 노인은 이제 "살라오(재수없는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기를 못 잡은 지 오래다. 84일 동안 바다에서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5살부터 함께했던 마눌린의 부모는 이 노인의 배가 아닌 다른 선주의 배에 소년이 옮겨타도록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 노인과 함께 해 온 마눌린은 자신의 일이 끝나면 다시 노인에게 돌아와 저녁을 챙겨주기도 하고 도구를 함께 챙겨주기도 하는 등 살뜰히 보살핀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이른 아침 소년을 깨우고 바다로 향한다.
"그는 언제나 바다를 '르 마르'라고 생각했다. 이 말은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할 때 쓰는 스페인어였다. ...(중략)... 그들은 바다를 경쟁자나, 투쟁 장소, 또는 적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자로 생각했고, 큰 혜택을 주거나 때론 거절하는 존재로 여기었고, 만일 바다가 사납게 소용돌이치고, 악한 행위를 한다면 그건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32p
노인은 바다를 대하는 마음부터가 다르다. 자연에. 자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흘러가는 대로, 자신이 거기에 같이 동화된다. 내가 바다를 바꾸는 것이 아닌,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잡게 된 물고기에게는 더 큰 동질감을 갖는다. 그렇기에 그런 고기에 상어가 다가들자 함께 물리친다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하는 것이다.
노인은 포기를 모른다. 벌써 며칠을 자지 못했고 그동안 고기와 사투하느라 힘도 떨어졌다. 그래도 상어와의 싸움을 그만두지 않는다.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한 번만 더 시도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112p
이런 과정에 함께 동참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노인의 귀향에, 소년의 울음에 함께 눈물 흘리게 된다.
생각뿔의 미니북 클라우드 바이브러리 시리즈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다. 처음엔 너무 작아서 전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읽으면서 시리즈 만들면서 특별히 더 신경썼다는 번역도, 책의 스마트함도 좋았다.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니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