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에서 보낸 하루 라임 틴틴 스쿨 11
김향금 지음 / 라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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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틴틴 스쿨 11은 <경성에서 보낸 하루>이다. 앞서 읽었던 <조선에서 보낸 하루>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읽기 전부터 기대되었다. 우리 역사를 아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데도 외워야 하는 것으로 인지하여 무조건 싫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에서 보낸 하루"는 그야말로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하루를 보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외우지 않아도 그 시대 분위기를 알 수 있어 좋다. 


<경성에서 보낸 하루>는 한양도 아닌, 서울도 아닌 "경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서울에서의 하루를 이야기 한다. 경성은 일제강점기 시대 서울의 이름이므로 이 책은 일제강점기 역사를 설명하는 책이다. 따분하게 시대의 특징이나 외워야 할 것들을 잔뜩 읊조리지 않는다. 경성 거리를 거닐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 거기서 마주치는 사건 등을 통해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거닐어 본다. 


책은 1934년쯤 어느 봄날이다. 안개 낀 경성역을 향해 걷는다. 아주 자세한 묘사를 통해 지금의 서울역과 그 시절의 경성역이 어떻게 다른지 저절로 알게 된다. 경성역에 도착해 만나게 되는 모던 보이를 따라간다.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이런 억울하고 슬픈 시대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찬찬히 바라볼 수 있다. 경성역에서 북촌 한옥 단지로 가면 친일파 두취의 집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마치 채만식의 <태평천하> 속 윤직원 같은 두취는 일제강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는 친일파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어느새 수돗물과 우물물은 문명과 야만의 대립이 되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생적인 측면을 떠나, 조선의 전통과 관습이라면 무조건 불결하고 미개한 것으로 배척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라를 빼앗기면서 존엄성마저 상실한 셈이다. "...51p


계동에서 파고다 공원으로 옮기면 우리가 잘 아는 구보 박태원과 이상을 만나기도 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이재유 이야기도 잠깐 듣다보면 그 시대 우리의 설움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일제에 의한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고 우리 것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되살려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경성에서 보낸 하루>를 통해 잊고 있던 그 시절의 다양한 문화, 무엇보다 감정에 가장 많이 공감했다는 사실이 아주 소중하다. 역사가 그저 단순히 암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조상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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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3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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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던 건 청소년 시기였는데,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때의 나는 산티아고 노인의 생각이나 그를 아주 잘 이해하는 소년 마눌린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저 이 노인이 왜 말도 안되는 생선을 잡아놓고 그렇게 상어들과 사투를 벌이는지, 그야말로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목숨이 가장 소중한 게 아닌가? 어째서 내 목숨보다도 그 청새치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건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읽은 건 10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내용으로만, 역시나 조금 지루해 하면 읽었던 것 같다. 좀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후루룩 읽고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세 번째인 이번의 <노인과 바다>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가능한 천천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소중하게 읽었다. 50을 향해 가는 나이 덕분인지, 천천히 정독한 덕분인지 다행이도 이번엔 진짜 <노인과 바다>를 만난 것 같다. 


한때는 잘 나가는 어부였던 산티아고 노인은 이제 "살라오(재수없는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기를 못 잡은 지 오래다. 84일 동안 바다에서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5살부터 함께했던 마눌린의 부모는 이 노인의 배가 아닌 다른 선주의 배에 소년이 옮겨타도록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 노인과 함께 해 온 마눌린은 자신의 일이 끝나면 다시 노인에게 돌아와 저녁을 챙겨주기도 하고 도구를 함께 챙겨주기도 하는 등 살뜰히 보살핀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이른 아침 소년을 깨우고 바다로 향한다. 


"그는 언제나 바다를 '르 마르'라고 생각했다. 이 말은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할 때 쓰는 스페인어였다. ...(중략)... 그들은 바다를 경쟁자나, 투쟁 장소, 또는 적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자로 생각했고, 큰 혜택을 주거나 때론 거절하는 존재로 여기었고, 만일 바다가 사납게 소용돌이치고, 악한 행위를 한다면 그건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32p


노인은 바다를 대하는 마음부터가 다르다. 자연에. 자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흘러가는 대로, 자신이 거기에 같이 동화된다. 내가 바다를 바꾸는 것이 아닌,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잡게 된 물고기에게는 더 큰 동질감을 갖는다. 그렇기에 그런 고기에 상어가 다가들자 함께 물리친다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하는 것이다. 


노인은 포기를 모른다. 벌써 며칠을 자지 못했고 그동안 고기와 사투하느라 힘도 떨어졌다. 그래도 상어와의 싸움을 그만두지 않는다.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한 번만 더 시도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112p


이런 과정에 함께 동참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노인의 귀향에, 소년의 울음에 함께 눈물 흘리게 된다. 


생각뿔의 미니북 클라우드 바이브러리 시리즈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다. 처음엔 너무 작아서 전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읽으면서 시리즈 만들면서 특별히 더 신경썼다는 번역도, 책의 스마트함도 좋았다.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니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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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힐링 - 상처받은 영혼들의 치유를 위해 떠나는 문학 기행
박철희 지음 / 렛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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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의 두개골을 쳐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겠는가?(...) 내 생각에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프란츠 카프카


책을 읽는 이유가 무얼까. 어렸을 땐 재미를 위해서 읽지만 조금 크면 지식을 채우기 위해 읽기도 하고, 좀 무르익으면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더 나아가기 위해 읽기도 한다. 책 속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웃으며 위로 받기도 하고, 미처 나 스스로에게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주인공을 통해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좋은 책, 좋다고 하는 책을 고른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읽었던 책도, 내가 겪은 상황에 따라 시간이 흐르고 읽으면 깊은 울림을 주고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문학 힐링>은 카프카와 브레히트 비평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작가가 말해 주는, 상처 입은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주인공들을 통해 함께 상처 입은 부분을 치유하고 공감하며 이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총 14편이 소개되고 파트 1 상처의 연원에서부터 깊어가는 상처와 파트 6 상처의 치유를 위하여까지 상처라는 주제로 각각의 작품 속을 들여다본다. 


여러 번 읽어 충분히 알고 있는 작품은 딱 한 작품 뿐. 읽었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작품이 세 작품, 너무 유명해서 제목만 알고 있는 작품이며 소장하고 있는 작품 두 작품이고, 나머지는 한 번도 듣도보도 못한 작품들이다. 처음 <가장의 근심>을 읽기 시작할 땐 쉬운 서평이 아니라 논문처럼 일부러 너무 어려운 어휘들만 사용해서 쓰고 있지는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차근차근 작품이 늘어갈 때마다 이 책에 빠져들어갔다. 


우선 작품 선정이 너무 좋았다. 이 글들을 읽고 소개된 작품을 모두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왜 지금까지 이런 작품을 알지 못했는지, 혹은 난 도대체 그전까지 어떻게 책을 읽어온 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브레히트의 작품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책에서 소개한 대로 아주 짧지만 페부를 찌르는 듯한 촌철살인적인 주제와 묘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에피 브리스트>도 마찬가지다. 처절하게 묘사된 그녀의 삶은 19세기 이야기가 아닌, 바로 여기 21세기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사회적 인습이 어떻게 사람을 짓누르는지 보여준다.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상처는 사람에 의한 것일 수도, 사회적 인습이나 폭력에 의하여, 불의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문학이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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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다자이 오사무 지음, 하성호 옮김, 홍승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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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을 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저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의 당당함보다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되기 일쑤다. 그것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남들처럼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 고민이고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 


<인간 실격>은 그렇게 인간과의 생활에 불편함을 넘어 괴로움을 느끼는 오바 요죠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서문은 아는 마담으로부터 전해받은 사진과 일기장을 읽은 작가가 사진 속 아이에 대해 설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정말 이상하게 기괴한 얼굴을 가진 아이. 그런 아이가 청소년이 되면 또다시 놀랄 정도로 미모의 얼굴이 되다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청년 혹은 노인의 얼굴을 한 세 장의 사진이다. 알 수 없는 표정. 인간으로서 도저히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이 표정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상을 쓰는 것 같기도 한 정말 이상한 표정이다. 작가는 그런 표정을 한 오바 요조의 일기장을 직접 소개한다.


일기는 총 세 수기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요조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고 여기에서부터 요조가 얼마나 인간들과 어울리기 힘들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다. 


"서로를 속이는데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희한하게 상처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점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 참으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환하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는 인간의 생활에 가득한 것 같습니다. "...32,p


두 번째 수기가 청소년기의 학교 생활이라면 세 번째 수기는 본격적으로 요조가 자신의 삶을 망가뜨려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점점 망가져가는 그의 삶을 읽고 있노라면 요조에 대한 한없이 애처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내가 어느 정도 나 자신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 또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 수가 없었고 내가 어떻게 해야 그들 마음에 들지, 아니면 그나마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사춘기 때에는 한동안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지내던 때도 있었고 그 긴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나 지금도 인간 관계는 나에게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다. 


오바 요조의 어린 시절에 얼마나 공감하며 읽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의 곁에는 그런 그를 이해해주는 주변 인물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나마 요조를 꿰뚫어 본 학창시절 다케이치 덕분에 요조는 그나마 숨 쉴 틈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무한 신뢰를 보여준 요시코로 인해 어느 정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요조에게는 끝까지 불행이 뒤따른다. 


요조는 그저 처세술이 없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남들보다 나약하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실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람과 동떨어져 살아갈 수는 없지만 처세술에 뛰어나지 않다고 해서, 너무나 나약한 인간성을 지녔다고 해서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쉽게 속일 수 있고 쉽게 부릴 수 있어서 괴롭혀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 너무나 연약하고 나약하기 때문에 보살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그런 요조를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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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할게, 꼭 -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통의 편지
케이틀린 알리피렌카 외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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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펜팔을 유도하거나 어느 단체에 자주 편지를 보내곤 했다. 편지 쓰기를 통해 글쓰기 훈련을 할 수도 있었지만 위로, 위문의 편지를 쓰거나 나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글쓰기에 나 스스로 썼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군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는 항상 어렵게 느껴졌고, 다른 곳에 있는 친구들도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항상 아빠가 불러주시는대로만 써서 보내곤 했는데, 그나마 스스로 편지를 쓸 수 있게 된 후부터는 학교에서 그런 행사 같은 것도 사라져버렸다. 모두 다 그러려니..하고 쓰고 받아서인지 나는 내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스스로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고,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무척 특별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고 평생 아주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이 세상 어딘가에선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답장할게, 꼭>은 미국의 중산층 이상의 케이틀린과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도 너무나 가난한 동네에 살던 마틴이 주고받은 편지와 그들의 삶을 담은 책이다. 

 

그저 학교 생활에서 관심 갖고 있던 것은 남자애들 뿐이던 케이틀린은 선생님께서 제시해 주신 펜팔 친구들 목록에서 우연히 읽을 수도 없는 나라 이름을 보고 그 나라에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미국을 벗어나본 적도 별로 없어서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아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나와 비슷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가 궁금했던 케이틀린은 그럼에도 자신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짐바브웨의 마틴에게 편지를 보낸다. 책은 한 장씩 번갈아 케이틀린과 마틴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직접 쓴 편지 글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삶과 생각에 집중된다. 

 

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마틴은 자신이 받은 펜팔 친구에게 그들과 다른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전부는 아니지만 솔직하게,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신을 조금씩 밝히며 언제나 답장을 하겠다고 약속하며우정을 다짐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원하던 우표값이 중단되고 집안 형편도 점점 기울어가면서 마틴은 어떻게 하면 케이틀린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며 최선을 다한다. 

 

처음엔 한 통의 편지였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던 두 아이는 차츰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성장해 나아간다. 특히 케이틀린은 마틴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이고 자신이 하던 고민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들이었는지 생각하며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들이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집착하기 시작했다. "...212p

"이미 마틴은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이제 마틴은 내가 그 세계 속에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게끔 해주었다."...333p

 

케이틀린의 부모가 마틴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의 재력을 가진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난한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틴의 모습이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지구 저편의 친구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는 케이틀린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자꾸만 나태해지는 큰딸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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