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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다자이 오사무 지음, 하성호 옮김, 홍승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을 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저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의 당당함보다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되기 일쑤다. 그것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남들처럼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 고민이고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
<인간 실격>은 그렇게 인간과의 생활에 불편함을 넘어 괴로움을 느끼는 오바 요죠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서문은 아는 마담으로부터 전해받은 사진과 일기장을 읽은 작가가 사진 속 아이에 대해 설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정말 이상하게 기괴한 얼굴을 가진 아이. 그런 아이가 청소년이 되면 또다시 놀랄 정도로 미모의 얼굴이 되다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청년 혹은 노인의 얼굴을 한 세 장의 사진이다. 알 수 없는 표정. 인간으로서 도저히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이 표정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상을 쓰는 것 같기도 한 정말 이상한 표정이다. 작가는 그런 표정을 한 오바 요조의 일기장을 직접 소개한다.
일기는 총 세 수기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요조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고 여기에서부터 요조가 얼마나 인간들과 어울리기 힘들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다.
"서로를 속이는데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희한하게 상처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점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 참으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환하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는 인간의 생활에 가득한 것 같습니다. "...32,p
두 번째 수기가 청소년기의 학교 생활이라면 세 번째 수기는 본격적으로 요조가 자신의 삶을 망가뜨려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점점 망가져가는 그의 삶을 읽고 있노라면 요조에 대한 한없이 애처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내가 어느 정도 나 자신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 또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 수가 없었고 내가 어떻게 해야 그들 마음에 들지, 아니면 그나마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사춘기 때에는 한동안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지내던 때도 있었고 그 긴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나 지금도 인간 관계는 나에게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다.
오바 요조의 어린 시절에 얼마나 공감하며 읽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의 곁에는 그런 그를 이해해주는 주변 인물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나마 요조를 꿰뚫어 본 학창시절 다케이치 덕분에 요조는 그나마 숨 쉴 틈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무한 신뢰를 보여준 요시코로 인해 어느 정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요조에게는 끝까지 불행이 뒤따른다.
요조는 그저 처세술이 없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남들보다 나약하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실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람과 동떨어져 살아갈 수는 없지만 처세술에 뛰어나지 않다고 해서, 너무나 나약한 인간성을 지녔다고 해서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쉽게 속일 수 있고 쉽게 부릴 수 있어서 괴롭혀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 너무나 연약하고 나약하기 때문에 보살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그런 요조를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