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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할게, 꼭 -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통의 편지
케이틀린 알리피렌카 외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8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펜팔을 유도하거나 어느 단체에 자주 편지를 보내곤 했다. 편지 쓰기를 통해 글쓰기 훈련을 할 수도 있었지만 위로, 위문의 편지를 쓰거나 나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글쓰기에 나 스스로 썼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군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는 항상 어렵게 느껴졌고, 다른 곳에 있는 친구들도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항상 아빠가 불러주시는대로만 써서 보내곤 했는데, 그나마 스스로 편지를 쓸 수 있게 된 후부터는 학교에서 그런 행사 같은 것도 사라져버렸다. 모두 다 그러려니..하고 쓰고 받아서인지 나는 내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스스로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고,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무척 특별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고 평생 아주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이 세상 어딘가에선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답장할게, 꼭>은 미국의 중산층 이상의 케이틀린과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도 너무나 가난한 동네에 살던 마틴이 주고받은 편지와 그들의 삶을 담은 책이다.
그저 학교 생활에서 관심 갖고 있던 것은 남자애들 뿐이던 케이틀린은 선생님께서 제시해 주신 펜팔 친구들 목록에서 우연히 읽을 수도 없는 나라 이름을 보고 그 나라에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미국을 벗어나본 적도 별로 없어서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아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나와 비슷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가 궁금했던 케이틀린은 그럼에도 자신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짐바브웨의 마틴에게 편지를 보낸다. 책은 한 장씩 번갈아 케이틀린과 마틴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직접 쓴 편지 글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삶과 생각에 집중된다.
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마틴은 자신이 받은 펜팔 친구에게 그들과 다른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전부는 아니지만 솔직하게,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신을 조금씩 밝히며 언제나 답장을 하겠다고 약속하며우정을 다짐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원하던 우표값이 중단되고 집안 형편도 점점 기울어가면서 마틴은 어떻게 하면 케이틀린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며 최선을 다한다.
처음엔 한 통의 편지였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던 두 아이는 차츰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성장해 나아간다. 특히 케이틀린은 마틴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이고 자신이 하던 고민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들이었는지 생각하며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들이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집착하기 시작했다. "...212p
"이미 마틴은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이제 마틴은 내가 그 세계 속에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게끔 해주었다."...333p
케이틀린의 부모가 마틴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의 재력을 가진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난한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틴의 모습이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지구 저편의 친구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는 케이틀린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자꾸만 나태해지는 큰딸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