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이 시작이 아니다
살인이 일어나기 전의 모든 상황,
그것들이 하나의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이 모든 정황이 하나의 지점을 향해 가는 거야. 그리고정해진 시각이 되었을 때 정점으로 치닫는 거지. 0시라고 해두세. 그렇지, 모든 것이 0시를 향해 모여드는 거야…」그는 자기 말을 반복했다.
0시를 향해….」 - P13

이 사건은 전혀 돈에 관련된것이 아니야. 순수한 증오에서 비롯되는 살인이 있다면, 이게 바로 그것이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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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매년 기상 상태가 변화한다. 그저 있을 수 있는 변화가 아닌 정말로 심각하고 미래가 걱정되는 변화이다. 그런 기후의 변화로 물 부족을 걱정하고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걱정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먹을 것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우리는 마트에 가면, 심지어 의자에 앉아 원하는 식품을 언제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의 산업형 농업이 배출하는 온실 가스, 그 온실 가스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그 기후 변화는 한 해, 혹은 두 해의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대량 생산과 해충에 강하게 만든 일원화된 종자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취약해 멸종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런 문제가 한두 번에 그치지 않았기에 세계 곳곳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물 다양성의 증가와 식량 생산의 분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세계 13곳을 찾아가 음식의 미래를 바꿀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목격한다. 그 과정은 아직 많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이미 상당히 진전된 것일 수도 있다. 때로 선진국에서는 논란만 계속하며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인 데 반해 식량이 많이 부족한 곳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아만다 리틀은 이런 시선에 대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아주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우리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작가가 방문한 곳마다 각 장이 되고 다소 감상적인 제목 아래 장소와 농법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니 관심있는 분야만 읽거나 궁금한 곳부터 읽는 것도 가능하지만 세계의 식량 위기의 현주소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책 전체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는 과거의 산업화, 지난 세기 미국에서 이루어진 낡고 환경오염이 심한 농업 같은 것을 옹호하는 게 아니에요....(중략) 현대의 씨앗이나 현대적 기법 같은 기술을 말하는 거예요. 인류를 이롭게 하고, 깨끗하고 풍요로우며 '기후 스마트'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요. 소농들이 고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어야죠.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식량 생산을 산업화해야 해요."...94p


사실 이론적으로는 햄버거를 위해 얼마나 많은 숲이 사라지고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지 잘 알면서도 가끔 아이들과 햄버거를 즐긴다. 한때는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고 지구를 위해 채식을 도전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도 못하고 포기했다. 환경을 위해서 기술을 버려야 한다며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닌, 그 둘을 양립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음식의 모험가들>은 바로 그런 시도와 도전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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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바비큐 파티와 함께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7p


소설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이야말로 이 소설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일 것이다. 650페이지나 되는 이 두꺼운 소설의 시작이 정말 그 바비큐 파티에서 시작되니까. 


저 첫 문장은 작가가 쓴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 클레멘타인이 한 강연회장에서 그날의 사건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첫 시작이다. 그래서 절묘하다. 이 강연회장에는 그날에 함께 했던 에리카가 맨 뒷줄에 앉아 클레멘타인을 격려하지만 끝까지 듣지 못하고 강연회장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독자는 그 궁금한 바비큐 파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리안 모리아티를 알게 된 건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통해서였다. 그 책 또한 두꺼움을 자랑했는데 정말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가독성만 좋은 건 아니었다. 그 안에 등장하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정말 이 현실 세계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아서, 그 안에 녹아든 인간의 심리 묘사가 너무 뛰어나서, 단 한 권으로 작가 이름을 외워버린 책이 되었다. 


그렇게 읽게 된 <정말 지독한 오후>는 나와 내 이웃, 내 친구를 떠올리게 한 작품이다. 머릿속에 많은 애정을 품고 있으나 제대로, 제때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착한 여자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거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속으론 온갖 짜증과 비난을 일삼던 내가, 온갖 변명을 일삼으며 행동의 이유를 갖다붙이던 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 "바비큐 파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좀처럼 발히지 않는다. 무려 책의 2/3가 지나서야 그날, 거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가 밝혀진다. 그때까지 너무나 궁금해서, 도대체 무슨 일인데 다들 이러냐고 할 만도 싶은데 그날 모인 세 가족의 가족들이나 이들 한 명 한 명의 생각, 변화가 아주 잘 묘사되어 있어 오히려 이 상황이 소설을 미스터리로 몰아가는 역할을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들을 이렇게 피폐하게 만들었을까, 하고 그들의 심리를 쫓아가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을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고 나면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뒤쪽의 숨겨진 이야기들까지 밝혀지고 나면 정말 한숨이 휘유~하고 나올 수밖에.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모두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그 사람의 상황에서 충분히 이해해 준다는 듯이. 나만 힘들고 나만 정말 중요한 일을 한 것처럼.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건... 이제 반백살이 된 지금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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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내내 클레멘타인은 울었다. 그 작은 꼬마 녀석을 위해서, 하필 그 시간에 전화를 건 할머니를 위해서, 그 얘기를 타인들에게 들려줘야 했던 할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의 부모를 위해서 울었다. 아이의 부모는 결혼생활을 더는 해낼 수가 없었으니까. 클레멘타인의 결혼생활도 더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
클레멘타인은 울어야 했다.
-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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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의 법칙 고래동화마을 8
김희철 지음, 우지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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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우리 집엔 많은 동물이 함께 했다. 거북이에서부터 십자매, 앵무새까지. 그 동물들과 함께 개도 항상 함께였다. 그러니 가끔 뉴스나 TV 프로그램에서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 더욱 마음이 쓰이고 아픈 것 같다.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유기견 센터의 관리 실태를 보고하는 것을 보았다. 나라에서 지원을 받는데도 그 실태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개들에 대한 그 어떤 보살핌도 존재하지 않았고 안락사하는 과정 자체도 그들의 편의로서만 존재했다. 인간은 도대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송곳니의 법칙>은 버려져서 들개가 되어버린 개에 대한 이야기다.



윙크는 개와 들개 사이에서 태어났다. 늑대와 똑 닮은 아빠 들개와 사람과 함께 살던 개였던 엄마 사이에 태어나 함께 산을 누비며 들개로 자랐다. 하지만 사람들의 위협에 한 눈을 잃고 날카로운 송곳니의 위력을 알려준 아빠도 잃는다. 꼬리의 힘을 알려준 엄마 또한 사람들에게 잡혀가지만 꼬리의 힘 덕분인지 엄마는 다른 인간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엄마는 늘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아빠는 산이나 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곤 했다. 엄마는 꼬리 치는 법을, 아빠는 송곳니 쓰는 법을 알려 주었다."...11p

윙크는 그때부터 홀로 살아야 했다. 그런 윙크가 봤을 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더욱 필요한 건 송곳니보다 꼬리의 힘이었다. 그리고 산에서 송곳니만 앞세우는 다른 들개나 여전한 사람들의 위혐, 험한 산새, 배고픔 사이에서 살아남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함께 사는 게 더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윙크는 사람들 사이의 삶을 선택한다.


이 동화책은 홀로 남은 들개의 인간 사회에서 살아남기 분투기이다. 인간들 사이에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송곳니를 드러내어 강요하기보다는 자신의 꼬리로 친밀감을 드러내어 자신이 위험하지 않음을, 끊임없이 알려주어야 했다. 그 송곳니론 웃거나 음식을 찢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고 잘 감춰두어야 한다고.


우린 가끔 동물들은 기억이나 감정이 인간만큼 뛰어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인을 못 잊어 계속해서 같은 거리를 헤매는 동물도, 다시 찾아오는 동물도 있다. 오랜만에 보면 반가워하고 하기 싫은 건 도망도 간다. 그러니 유기견이 받는 상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자연스레 들개가 된다 한들 그들의 삶도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들개를 어떻게든 사로잡으려 하니 말이다.


하지만 동화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 건, 본성을 가진 들개가 먼저 사람에게 다가가고 사랑받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부분이 계속해서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나마 조금 호의적인 맹꽁이조차 윙크에게 계속 장난질이다.


100페이지 정도의 초등 중등 학년이 읽는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내용 위주보다 설명이 많고 그 설명 또한 작가의 주제를 온전히 담기보다는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독성도 떨어진다. 과연 아이들이 이 책에서 그 주제를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까.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송곳니의법칙 #들개 #반려견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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