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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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눈길을 끌었던 그림이 있었다. 주제가 감추어지지도, 한참 생각해야 알 수 있는 그림이 아닌 그냥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는, 그런 그림이다. 글 그림엔 아름다운 집이 있고 가족이 있다. 그래서 사랑이 느껴진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바로 칼 라르손이다. 




사실, 이 화가의 그림은 여러 장소에서 접했고 어디선가 많이 보았지만 화가의 이름을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책,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가 출간되었을 때와 비슷한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 즈음 출간된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를 통해 카린 라르손을 먼저 알았다. 그리고 그 그림 속 그렇게 아름다웠던 집 인테리어의 주인공이 바로 카린이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명해진 건 집을 그려낸 남편 칼 라르손이라는 안타까운 사실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지만 칼 라르손이 더 유명했기 때문인지"싸우는"이라는 제목 때문인지 책은 이쪽이 더 잘 된 듯한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 굉장히 불우하게 컸던 칼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건, 삶의 중심을 잡고 꿋꿋이 살아냈던 어머니와 카린을 만나서였다. 중상류층의 집안에서 자란 카린 집안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결단력 있는 카린의 사랑으로 칼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는 정반대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자기 아이들에게 남겨주려 노력했다. 화가로서 잘 안 풀릴 때에도 카린의 조언(그냥 수채화로 집안의 모습을 그리면 어떻겠냐는)으로 잘 풀릴 수 있었다. 


카린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집을 이들 부부는 아이들을 위한 집으로 개조해 가며 카린의 정원사 기질과 직조 기술을 마음껏 뽐내며 모던하고 아름다운 집으로 재탄생시킨다. 칼은 그런 아름다운 집을 배경으로 자신의 많은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내의 시시각각의 행복한 모습들을 모두 화폭에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칼의 그림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다. 즉 칼 라르손 개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그림의 미래는 끝이 없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칼 라르손의 그림을 보고 가정의 행복을 느낀다. 지금 내 가정이 불행하면 이 행복을 유지하고 싶어서 또 행복을 꿈꾼다. 행복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칼 라르손의 그림을 보면 행복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39p




뒤쪽 부록에 "카린"의 이야기가 없었으면 섭섭할 뻔했다. 그래도 분량이 적은 편이다. 똑같이 화가였던 카린이 결혼과 동시에 육아를 전담하며 자신은 붓을 놓고 직조와 인테리어에 자신의 재능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카린의 역할이 좀더 조명을 받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케아의 사장은 칼 라르손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건 아마도 편안함과 행복감이 아닐까. 쉬고 싶은 집, 살고 싶은 집. 그리고 그 뒤에는 분명 누군가의 손길이 있음이 분명하다. 


#칼라르손 #카린라르손 #RHK #이소영  #행복한집 #스웨덴국민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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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별곡 - 정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설화 채록집
손진익 엮음, 한용욱 그림 / 북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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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다는 저자가 정선에 살면서 알게 된 정선의 이야기들을 채집하고 그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맞게 각색한 책이 <정선별곡>이다. 그러니 부제 "정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설화 채록집"이 딱 맞는다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모두 13가지로 되어 있다. 차례를 보면 그 13가지 이야기 제목에 나오는 지명이나 고유명사들이 낯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온 도담삼봉은 정말 의외이다. 충청북도 단양에 있는 도담삼봉이 왜 정선 이야기에 나오는 걸까, 하고 말이다. 이야기인 즉 이렇다. 원래는 정선읍 봉양 7리 적거리라는 마을에 삼봉산과 조양강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 삼봉산을 보물처럼 여겼으나 어느 해 큰 홍수가 나서 삼봉산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수호신인 삼봉산을 찾아나섰고 결국 단양군 매포면까지 와서야 흙을 잃고 봉우리 3개만 남은 도담삼봉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자신들의 수호신이라 매년 산세를 받으러 단양까지 왔지만 단양 사람들과 싸움이 나자 결국 권리를 주장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10년 전인가 단양에 관광을 가서 제일 처음 갔던 곳이 도담삼봉이었는데 사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도 뭔가 눈에 팍 박힌 것처럼 오래 기억에 남아있었다. 단양 여행 전체가 그랬다. 단양적성비도 그랬고 도담상봉을 일직선으로 바라보고 오랫동안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관도 그랬고 단양 8경도 그랬고 유람선을 타고 바라 본 다른 풍경들도 그랬다. 그래서인지 이 첫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보다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우리 옛 선조들은 이런 기운 같은 것을 굉장히 중요시했을 텐데, 이렇게 천재지변에 놓치게 되고 얼마나 애석해 했을까, 하고 말이다. 대신 "알면 더 재미있는 '정선 이야기'에 보면 정선 사람들이 매년 단양에 와서 세금을 거두어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하니 그만큼 이 삼봉산이 중요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금도 정선에 가면 아우라지가 제일 유명한 것 같다. 정선을 검색하니 아우라지가 제일 먼저 뜨니 말이다. "정선 아이랑 아우라지 처녀 이야기"는 정선아리랑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리랑은 우리나라 민요 중 가장 유명한 민요이니까 당연히 알고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서 들어보니 정선아리랑만큼은 모르는 민요였다. 익히 잘 아는 경기 아리랑과 좀 더 경쾌한 밀양 아리랑보다 훨씬 더 구슬프게 들렸다. 전해지는 설화가 버전이 여러가지인 만큼 정선아리랑 가사도 수백 가지나 된다고 하니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이야기되었나 보다.




뒤쪽 이야기에는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게으르고 자신의 위치에서 제대로 일하지 않는 이들이 깨달음을 얻거나 죄를 받는 이야기들을 통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들이다. 남의 것을 탐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교훈을 담는다.


한 지방에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옛날에 "전설의 고향"을 보면 참 다양한 지방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구나~하며 즐겨보곤 했는데 한 지방에서도 이렇게 구석구석 다양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가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된다. 정선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른 우리 땅 모든 곳에 우리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을텐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지.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정선별곡 #손진익 #북산 #설화채록집 #옛날이야기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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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산 대교북스캔 클래식 5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오현수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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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중고 서점을 어슬렁거리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무조건 데려 온 책이다. 국내에서는 <빨강머리 앤>만 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반가왔던지~ 다른 책도 당연히 쓰셨겠지~하는 마음이었다. 어릴 적부터 앤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비슷한 류의 책이지 않을까 했는데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와장창! ㅋㅋㅋ 이 예스러운 어휘들과 말도 안되는 등장인물들과 다소 불편한 가치관에 혼란스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조사가 좀 필요했다. 접견하례니, 단지니, 일족이니...하는 단어들 때문에 이 작품이 마치 1700년대나 1800년대 작품처럼 느껴졌기 때문인데 우선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사랑의 유산> 원작 제목이 "A Tangled Web"이고 그렇게 조사해 보니 1931년이었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작품 자체의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소설에는 두 집안이 등장한다. 다크 집안과 펜할로우 집안. 이 두 집안은 본토와는 조금 떨어진 섬에서 삼대에 걸쳐 60쌍이나 결혼을 하다보니 거의 모두가 친척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두 집안을 이끄는 양가의 수장 베키 아주머니는 별 것 아니었던 단지를 마치 대단한 것인 양 가보로 만들어 자신이 죽으며 상속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상속자는 몇 가지 기준에 부합되어야만 한다며 베일에 가려져 유언장 속에 감추고 그 유언장은 시일이 지난 후에 열어보도록 한다.


이제 일 년여의 시간 동안 두 집안, 이 일족들이 이 단지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인다. 욕을 하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노처녀, 노총각들은 사랑을 찾아 헤매고, 싸우던 이들, 하던 일을 미루었던 이들도 단지를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점잖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본심을 숨기기 위해 거짓된 삶을 살수록 그 본심은 더욱 드러나기 마련이다. 젊은 혈기로 외모로만 사랑을 하던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마음을 보게 되고 자신의 짝이 아님을,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외모보다 더 중요한 데 있음을 각자 깨닫게 된다. 때론 실수를 저지르고 호되게 고통을 겪게 되지만 그런 고통 또한 성장의 한 걸음이었다. 


사실 앞부분엔 모든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외적으로만 짝을 찾으려고만 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책인가... 이 책을 쓴 사람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맞나~ 싶었다. 좌절해서 중간에 책을 덮을 뻔...ㅋㅋ 그나마 유쾌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못 읽을 뻔 했다. 책은 마지막에 정리가 된다. 어쩌면 이 마지막 부분을 어이없어 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의유산 #루시모드몽고메리 #북스캔 #진정한사랑 #다소허탈 #유쾌한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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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족이 한자리에 모여 드디어 자신의 속마음을 깨달아가고 그들의 속내를 한 사람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질투심이 조슬린을 꿰뚫고 알알한 통증을 일으켰다. 지난 십 년간 잠자듯 살아왔기에 이런 종류의 살아 있는 감정은 파괴적이었다. 그동안 그녀를 에워쌌던 몽롱한 무아경의 희열, 순교자적 열정.
자기 체념의 껍질에 갑자기 금이 가고 그 가느다란 틈으로 현실의찬바람이 들어온 듯 오슬오슬 냉기가 엄습했다.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새처럼 기분이 곤두박질쳤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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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김영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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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부터 전원 생활을 꿈꾸게 되었다. 언젠가, 언젠가 ... 아이가 좀 더 자라서 독립을 하면(이 독립은 회사 생활까지 가지도 않는다. 대학만 들여보내면~이라고 꿈꾸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전원 생활을 하자고 말이다. 그런데 덜컥 늦둥이가 태어났다. 우리 두 사람, 부부가 이 늦둥이의 탄생만큼이나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그만큼 은퇴도 늦어질 거고 꿈꾸던 전원 생활도 늦춰질 가능성이 많아질 터이니.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는데 둘째까지 다 키울 거 없이 원래 계획대로 첫째만 대학에 입학시켜 놓고 나면 어떻게든 서울을 떠나볼까...하는 궁리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 잘 될지는 모르지만. 




샛노란 색의 상큼한 바탕에 빨간색 토마토의 대비가 아주 선명하다. 제목보다는 표지 왼쪽 위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이라는 단어들에 먼저 눈길이 간다. 가사 노동이야 주부이다 보니 익숙한 것이고 채식만 제외하면 그야말로 꿈꾸던 생활인지라 아마도 제목보다 먼저 눈길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누가 봐도 쉬운 길이 아니라고 말릴 것 같은 이 생활이 "나름 할 만하다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자, 다시 살펴보자. 그러니까 작가이신 이 김영우님은 이 모든 걸 다 하신다는 걸까? 그렇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해? 대단하신 분이다~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프롤로그를 읽다가 이 모든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쉽지 않았음을, 그런데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게 된 작가님에게 저절로 감동하게 된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고 굳이 나누자면 1부는 전원 생활과 독립 서점을 하게 된 이야기, 2부는 가사 노동을 하게 된 이유와 채식을 하게 된 이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님의 사유와 가치관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전원 생활과 독립 서점 이야기보다는 여성주의에 눈 뜨게 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이야기와 채식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많다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전원 생활과 독립 서점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조금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남성인 작가님이 여성주의에 대한 책을 읽고 이렇게나 여성을 이해하고 여성에 대한 삶에 공감하고 더불어 실천으로까지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감동할 수밖에 없다. 


책을 미친듯이 읽던 때가 있다. 가끔은 육아도 미루고 읽었다. 그때는 산후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였고 재미가 있어서 읽었고 할 일이 없어서도 읽고 요즘은 일로도 읽고 그냥 계속 꾸준히 읽는다. 도대체 나는 책을 왜 계속 읽는지 중간중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아는 게 많아져서 잘난 척 하고 싶어서 읽는 건 아닐 거다. 난 내가 좀더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내 아이들도 그런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돕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그런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도와서 그걸 실천하도록 하고 싶다. 그래서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이 책의 작가님 김영우님도 책 속에서 그랬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렇게 실천하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이분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용기에 응원을 보낸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제가해보니나름할만합니다 #김영우 #흐름출판 #독립서점 #전원생활 #가사노동 #채식 #가평북유럽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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