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다는 저자가 정선에 살면서 알게 된 정선의 이야기들을 채집하고 그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맞게 각색한 책이 <정선별곡>이다. 그러니 부제 "정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설화 채록집"이 딱 맞는다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모두 13가지로 되어 있다. 차례를 보면 그 13가지 이야기 제목에 나오는 지명이나 고유명사들이 낯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온 도담삼봉은 정말 의외이다. 충청북도 단양에 있는 도담삼봉이 왜 정선 이야기에 나오는 걸까, 하고 말이다. 이야기인 즉 이렇다. 원래는 정선읍 봉양 7리 적거리라는 마을에 삼봉산과 조양강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 삼봉산을 보물처럼 여겼으나 어느 해 큰 홍수가 나서 삼봉산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수호신인 삼봉산을 찾아나섰고 결국 단양군 매포면까지 와서야 흙을 잃고 봉우리 3개만 남은 도담삼봉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자신들의 수호신이라 매년 산세를 받으러 단양까지 왔지만 단양 사람들과 싸움이 나자 결국 권리를 주장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10년 전인가 단양에 관광을 가서 제일 처음 갔던 곳이 도담삼봉이었는데 사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도 뭔가 눈에 팍 박힌 것처럼 오래 기억에 남아있었다. 단양 여행 전체가 그랬다. 단양적성비도 그랬고 도담상봉을 일직선으로 바라보고 오랫동안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관도 그랬고 단양 8경도 그랬고 유람선을 타고 바라 본 다른 풍경들도 그랬다. 그래서인지 이 첫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보다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우리 옛 선조들은 이런 기운 같은 것을 굉장히 중요시했을 텐데, 이렇게 천재지변에 놓치게 되고 얼마나 애석해 했을까, 하고 말이다. 대신 "알면 더 재미있는 '정선 이야기'에 보면 정선 사람들이 매년 단양에 와서 세금을 거두어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하니 그만큼 이 삼봉산이 중요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