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소비 심리학 - 경제 원리에 숨겨진 부자들의 소비 비밀 당신의 재무주치의 2
엄성복.이지영 지음, 제윤경 감수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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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소비 심리학>>은 한마디로 "돈"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비의 유혹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런 유혹을 넘어 행복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쓰고 있는지를 가장 쉽게 알기 위한 방법은 바로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나도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5년 전부터 꾸준히 가계부를 써 오고 있는데 새는 돈을 막기에는 역시 가계부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뭔가 불편한 느낌때문에 꺼려지기도 하지만 딱 한 달만 쓰게 되면 한 달의 지출 내역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또 쓰게 되고 가계부는 나에게 맞게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된다.

새는 돈...분명 항상 알뜰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분명 새는 돈이 있다. 그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소비의 유혹을 받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면 1+1이(같은 가격에 2개를 살 수 있으니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된다), 백화점에 가면 Sale이라는 문구가(싸게 산다는 기쁨에..), 옆집의 누가 너무 좋다고 하는 무언가의 물건.. 등등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쁜 소비와 현명한 소비는 그래서 더욱 타당하게 들린다.
"잘못된 소비, 나쁜 소비는 금액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얼마나 계획적으로 가치 있게 사용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80p
"계획적인 소비란 소비에 대한 욕망을 즉각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소비를 지연시킨 후 최종적인 소비에 이르기까지 기간을 두고 합리적인 돈 모으기 게획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렇게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일정 정도 기존의 소비를 줄이고 통제하는 자기희생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97p

미래를 위해, 인생의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굵직굵직하게 돈이 들어갈 때를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역시 현실의 조그만 행복 또한 포기하기 힘들다. 문구점에 들어가면 조그마한 수첩이나 펜을 사고 싶고, 조그만 인형을 보면 딸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바로 눈 앞에서 느낄 수 있는 현실이다. 경제전문가가 보기에는 "새는 돈"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무엇이나 중용과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가끔 이런 경제서를 읽고 자극을 받는 건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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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부 부자들 - 서툰 재테크는 부채만 남긴다 당신의 재무주치의 1
제윤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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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이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으므로 시작은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는 비교해야 합니다. 출발이 남들보다 뒤처졌지만 최고의 결과를 원하는 당신에게 재무주치의 시리즈를 권합니다."...6p

이 첫문장에 힘을 얻어 "그래! 한 번 해보는거야!!"라고 외쳐야하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실의에 빠지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시작(이 책을 읽는 바로 이 순간부터가 시작이라면..)은 남들보다 한~참, 아주 한~참 뒤쳐진 듯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 맨 처음 시작은 그렇지 않았을텐데 나름 재테크를 해본답시고 여러가지 시도했던 것들이...제윤경 작가가 말하는 온갖 실패의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운 좋게 결혼 전부터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되어 돈 벌었다며 떠들고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아파트를 얻기 위해서는 융자를 얻어야 했고, 그 아파트 가격이 2배로 오르고나니 다시 나의 고향 "송파"로 돌아가겠다며 같은 시세에 평수까지 줄이게 되었다. 결국 융자는 조금 더 늘게 되었고 우리는 아직도 융자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펀드는 또 어떤가. 남들 다~ 들고나서 시작한 펀드는 이제 마이너스 20~30%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 부자들>>은 제 1장에서 <가짜 부자 열풍으로 흔들리는 가정경제>로 어떤 계기로 각 가정들이 위기를 맞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제 2장에서 <강남엄마 따돌리기, 가계부를 집어 들자>로 어떻게 위험을 안지 않고 차곡차곡 성실히 살아갈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1장의 가정 위기 내용들이 모두 다 내게 맞아떨어지니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나...하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과감히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렇게 쉽지가 않다. 2장의 내용은 인생 설계에서부터 아주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어 그대로만 하면 분명 아주 탄탄하고 성실한 삶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 목표는 .... "돈을 펑펑 쓰지는 않지만 돈이 필요할 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전부 다 하면서 살지는 못하지만 꼭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살 수 있다. 평생에 걸쳐 소박하나마 꼭 하고 싶은 분명한 꿈들이 있고 그 꿈을 쉽게 달성하지는 못하지만 계획을 세워 하나씩 이뤄가며 산다."(....107p)이지만, 딱 그만큼만 살고 싶어도 그것 또한 역시나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집"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어떻게 마련한 집인데.."라는 생각이 적지 않고 그 생각을 깨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내용이 옳고 그르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일단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더 번다고 더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사람마다 삶의 목표를 두는 곳이 다르니 나름대로의 인생 설계를 짠 후에 그에 맞춰 계획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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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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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첫 장면처럼 <<이별을 잃다>>도 그렇게 시작한다. 주인공의 죽음. 난 주인공이 죽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현실 세계에서의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음으로 그 외에 내가 접하는 문화들은 밝고 명랑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악은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형태를 갖춘 것들이 좋다. 일종의 현실 도피라고나 할까...

그런데,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주인공이 죽었단다. 그것도 나쁜 짓하다가 그런 것도 아니고 악의 무리를 잡는 강력반 경찰이었던 그가, 범인을 검거하려던 그 순간에 칼에 찔려 죽은 것이다. 난 잠시 망설였다. 계속 읽어야하나...말아야하나..... 제목에 "이별"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니 충분히 예상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잃었으니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이 경우, 처음부터 주인공이 죽었으니 거의 불가능한 결말이지만 말이다.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아오던 경찰관이 범인의 칼에 맞아 죽는다. 그리고 그는 곧 이별 여행을 떠난다. 그 자신이 어렸을 적 고왔던 젊은 시절의 어머니에게, 뒤늦게 한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된 젊은 시절의 아내에게, 자신이 같이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첫아이 출산 시절의 아내와 아들에게, 그리고 딸이 태어나던 순간으로 되돌아가 차례차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아 반성하고 감사하며 더욱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 박영광은 현직 경찰관이라고 한다. 때문에 경찰관인 주인공의 삶은 매우 타당하고 현실적으로 보인다. 시체에 대한 묘사나 사건들, 범인을 잡기 위한 경찰관들의 노고가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소설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경찰관으로서의 주인공이 아닌,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한 진수"이다. 어느 누구든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할 수 있고 그 이별을 맞고서야 우리는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들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평범한 삶 속에서의 행복은 너무나 평범하고 흔해 보여서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주인공 한 진수는 삶을 되돌아보는 이별 여행을 한 것 같다. 

너무나 슬픈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슬픔이 조금 반감되는 것이 아쉬웠다. 영화였다면 이미 스토리에 푹~ 빠져있어 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보다가 카타르시스를 맛보며 마음껏 울었을텐데, 소설에서는 죽은 이가 따라다니며 설명해 주는 식이다보니 그런 격정적인 슬픔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역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삶이어서, "죽음"에 대해 그리고 "평범한 매 순간"의 행복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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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재밌어
캐롤 렉사 쉐퍼 지음, 곽수희 옮김, 피에르 모건 그림 / JCR KIDS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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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구름 잔뜩 낀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날, 노란색 유치원 버스를 타고 친구들이 유치원에 옵니다. 비가 와도 신나게 놀 수 있는 아이들! 타고 온 유치원 버스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죠.





지나가는 빨간색 불자동차를 보고서는, 소방서 놀이를 만들어 직접 물 쏘는 흉내를 내거나, 보라빛 커튼을 젖히고 온갖 삐에로 흉내를 내보기도 해요. 아이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놀이는 정말 무궁무진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사물들로 얼마든지 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게다가 매 페이지마다 한 가지 색이 설정되어 있고, 그 단어에는 그 단어가 뜻하는 색이 곱게 입혀져 있습니다. 글자도 큼직해서 어린 아이들도 얼마든지 색 단어 인지를 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혹은 그와 연관되는 두가지 색이 있고 그 색들로 한가지 놀이를 만들어냅니다. 

"딩동딩동 땡땡땡!" 장난감을 치우는 시간이 돌아오고 아이들은 그 시간조차 즐거운 놀이로 만들어버리죠. 하지만, 평소 우리는 아이들이 놀면서 치울 수 있게 내버려둔 적이 있던가요?^^ 장난감을 치우며 다른 놀이에 빠져드는 아이에게 왜 안치우느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던 생각이 들어 조금 미안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 기다려주었다면 혼자서 즐겁게 정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못 참고 정리하는 시간을 지겹고 하기 싫은 것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무엇이든지 놀이로 하게 되면 힘들거나 하기 싫은 일도 아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실천이 되지 않는 부분이지요.

장난감도 치우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돌아갈 때도 즐겁게 "놀이는 재밌어"라고 외치는 그림 속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는 "무슨 유치원이 놀기만 하다가 끝나? 이래서 뭘 배우기나 하겠어?" 이럽니다. 그동안 놀이보다는 공부! 공부! 하고 외치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나름대로는 공부보다는 놀 때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놀라고 한 것 같은데, 우리 아이 의식 깊은 곳에 "유치원은 배우는 곳"이라는 생각이 있다니 조금 서글퍼집니다. 그래도 이 책으로 놀이는 정말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4~7세 보다는 3~5세에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색의 다양함을 이제 막 알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색깔 인지를 시킬 수도 있고, 한 사물에서 연관되는 것들을 찾아내는 놀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오는 놀이를 엄마, 아빠와 함께 한다면 아이는 "교육"보다 더 좋은 행복한 놀이를 통해 한층 자라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살이고 또래보다 정신연령이 조금 빠른 우리 딸은... "좀 시시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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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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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권한다"...라는 문구가 나를 유혹했다.  우아한 겉표지에 그려진 여인의 얼굴은 "어디 한번 읽을테면 읽어 봐.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겠어?"라는 느낌으로 나를 도발한다. 다른 어느 나라 소설보다 프랑스 소설이 내게 주는 느낌은 모두 특별했고 신비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 문장에서 다음 한 문장으로 넘어가기가 힘겹다. 아주 이해하지 못할 말들은 아닌데 한데 뭉쳐 있으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엔 "번역에 문제가 있나?"하고 생각했다가 "나...바보인가?" 싶다가..."이 작가 왜 이렇게 꼬였어?"로 결론을 내린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모두 이해하려 하다가는 도저히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별 수 없다. 하나하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읽고 보는 수 밖에... 어찌보면, 내 생각은 적중한 것 같다. 이 비비 꼬인듯한 문장력에 비해 내용은 정말 단순하다.

"그녀의 길지 않은 손가락은 뜨개질 연습을 할 때면 열에 들뜬 듯 움직였다. 그 손놀림은 그녀와 거의 따로 노는 듯 보였지만, 그녀 안에 존재하는 섬세함과 육중함의 통일성을 깨뜨리지는 않았다. 그녀가 하는 일은 그 어떤 것이든 곧장 이런 조화, 이런 통일을 이루었다. 그때 그녀는 구성과 세부가 그 모델을 마치 몸짓 속에 박아 넣은 것처럼 비치는 그런 풍속화 가운데 한 폭이 됨직했다. 이를테면, 틀어올린 머리를 매만질 때 머리핀을 입으로 무는 그 자세! 그녀는 ’속옷가지를 맡은 하녀’, ’물 나르는 여인’ 또는 ’레이스 뜨는 여자’였다." .....12p

작가가 <<레이스 뜨는 여자>> 뽐므를 묘사한 부분이다. 얀 베르메르의 작품 <레이스 뜨는 여자> 의 주인공과 뽐므는 이렇게 연결된다. 겉모습도 동글동글하고 속도 동글동글할 것 같은 여자, 뽐므(사과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얀 베르메르의 <레이스 뜨는 여자>

하지만 뽐므, 그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파스칼 레네는 뽐므의 주변 인물에 대한 설명은 해주지만, 뽐므 자체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그저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혹은 그녀에게 일어나는 일들로 추측해볼 뿐이다. 그녀는 매우 평범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평범하기에 유별나다. 친구 마릴렌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사랑인 에므리와의 관계에서 그녀는 너무나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뽐므를 보며 나를 떠올리기도 한다.

"뽐므가 자신을 스스로 방어했더라면, 그녀가 가시 돋친 말을 몇 마디라도 하거나 비록 억제된 것일지라도 울음을 터뜨렸더라면, 아마도 에므리는 그녀에게 다른 결말을 안겨 줬을 터였다. 그는 그녀를 좀 더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그녀는 그와 좀 덜 다른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두 사람의 이별을 중요한 어떤 것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며, 적어도 뽐므는 격심한 고통이라는 거룩한 마음의 양식을 갈무리했을 것이다." ....123p

내가 뽐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작가도 하고 있다. 이렇게 파스칼 레네가 직접 설명하고 있는 이유는..."소통의 부재"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뽐므 자신은 매우 평범한 여자이지만 그 누구와도 재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그녀는 조금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자신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제 때에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것 또한 용기라는 것을....

마지막 이재형 번역가의 말을 통해 파스칼 레네가 일부러 이런 문장들을 만들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나, 이 책 제대로 읽은 게로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안심. 확실히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몇 개월 후에 다시 이 책을 손에 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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