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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공부는 하기 싫고, 부모님 잔소리도 듣기 싫고, 그저 하루하루 특별히 이룬 것도 없이 시간이 지나고나면 무언가가 되어있을까... 싶어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고, 번듯한 자신이 되어있을 자신이 없어 어른이 되고 싶지 않기도 한, 막연한 불안감만이 지배하는... 그대들의 이름은 바로 청소년이다. 무언가에 매달려보고 싶지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앞은 온통 안개투성이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되고, 한순간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한 친구가 부러워지기도 하는 나이.
<<꼴찌들이 떴다!>>는 정말 생생하다. 딱~ 그 나이의 공고 3학년생들을 데려다 그들의 이야기를 써놓은 듯하다. 그들이 불안해하는 것, 그들이 느끼는 것, 그들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행동했을 법한 그대로의 이야기여서 글은 생동감 있고, 사건은 스피디하다.
처음엔 인신매매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비록 그들이 학교에서 꼴찌들이긴 하지만 꼴찌라고 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니... 그들이 사흘만에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했을 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봤음직한 그런 인신매매인 줄 알았던 것이다. 뭐,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인생의 목표도, 목적도 없던 재웅이, 기준이, 호철이와 성민이는 공고 3년생으로 실습을 나가게 된다. 기계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일하게 된 곳은 오지 산골의 송전탑 기초 공사였다. 처음엔 전혀 버틸 수 없어보였던 이 일이 한 달, 두 달이 흘러 몸에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시골 생활에 적응해 나아간다.
그들이 그 산골에서 겪는 사건들은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탄탄하고 빛나게 해준다. "나"는 결국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해보기도 하고, 어떤 것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배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재웅이는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고 청년의 모습을 꼼꼼히 살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 야윈 목덜미, 구부정한 허리, 깡마른 다리......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자꾸 횡설수설하는 모양새가 직업도 없이 그냥 막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몇 년 후의 자신의 모습 같기도 했다. 어쩜 자신도 끝내는 저렇게 오그라들고 말지도 몰랐다. "...204p
그동안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꼴찌라는 위치 때문에 더욱 위축되고, 스스로를 비하하며 사회나 가족, 친구들에게 더욱 반항적이었으나 추동리에서의 생활과 경험이 그들을 조금은 당당하게 만들었다. 또한, 꼴찌도 어떤 일정한 수준의 사회에 들어가야 꼴찌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은 깨닫는다. 한층 성숙해진 그들은 여전히 실수 연발이지만 마음 밑바탕에는 따뜻한 가족애가 깔려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게 된다.
"성, 나이, 키, 생김새, 옷차림, 성격 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도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 그동안 보고 겪었던 어른들이 한 명 한 명 머릿속에 나타났다. 참다운 어른이란 크든 작든, 잘났든 못났든, 자기 자리를 찾아 열심히 땀을 흘리며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야."...339p
사실 이 책엔 선과 악이 분명치가 않다. 나쁘게 보였던 사람이 사실은 속이 따뜻하고 올바른 사람이기도 했고, 누구든 도와주고 싶어했던 사람은 돈 때문에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 여러 형태의 어른들을 보며 자신들이 되고 싶은 어른에 대한 이상향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어른이 되기가 망설여졌던 아이들은 그럼으로서 어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세상은 어둡고 차가운 면보다는 밝고 따뜻한 면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더덕 도둑은 누구였던걸까?^^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는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