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의 기적 - 한 신경과학자가 안내하는 3D세계로의 특별한 여행
수전 배리 지음, 김미선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7월
절판


최근들어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들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스마트 폰, 3D영화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3D는 아주 먼 옛날 이벤트 성으로 시도되었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던 아이템이었는데(아직도 기억난다. 오른쪽과 왼쪽이 빨간색 파란색으로 다르게 구분되어있던 셀로판 종이 안경) 최근 아바타라는 영화를 기점으로 하여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음은 물론, 이제는 프리미엄급의 영화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 자리잡으려 하고 있다. 3D영화가 인기를 끌기전, 아니 정확하게는 3D영화라는 것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입체감이라는 것에 무감각했고, 그저 육안으로 보는 세상과 영화의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화면사이에 평면과 입체의 차이가 있다는 것 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3D영화가 새로운 영화흐름의 하나로 자리잡으면서는 바로 이 입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 특별함을 즐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 때에도 왜 평면과 3D사이에 차이가 생기는지, 우리 눈이 왜 이 두가지를 구분하고 다르게 느끼는지, 바로 그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르는채로 말이다.

<3차원의 기적>은 바로 이 3D 혹은 입체감이라는 특별함에 대하여 설명한 이야기이다. 물론 3D영화만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시각이 인지하는 입체감과 평면감의 차이에 대해, 또 그 차이를 느끼는 원리와 감각, 원리에 대해서 말하기 위한 것으로 말이다. 입체감과 3D의 원리와 시각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 때문에 언뜻 책의 소개만을 본다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거나 이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과학을 소재로 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3차원의 기적>은 과학과 인체의 신비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거나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벽을 제공하지 않는다. 실제 어린 시절 사시를 가지고 있었던 작가가, 시각적인 결함을 지닌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입체와 평면의 차이를 설명하고, 그 원리나 구조를 일상생활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3차원의 기적>가 단순히 읽기 편한 이야기를 위해 중요한 정보를 모두 빼고 개인의 과거사를 늘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시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다 우리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양쪽 눈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읽어내는지, 이 시각 정보가 받아들여지는 순간에 정보가 제대로 읽혀지지 않으면 잘못 받아들여지는 정보를 뇌에서는 다시 어떻게 처리하는지의 과정을 개인의 경험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한 원리의 설명으로, 인체과학에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잘 수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이야기라는 설명이 좀 더 정확한 이야기인듯



<3차원의 기적>의 저자 수전 배리는 그녀 자신이 아주 어린 시절 사시라는 시각장애를 경험했고, 비록 시일이 지난 뒤 이를 교정했지만 정작 시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기에 입체감각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3D 혹은 입체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감각인지, 또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이야기 한다. 물론 그녀 자신이 신경과학자인만큼 일반인들이 이 감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들과 함께 말이다. 덕분에 나 또한 <3차원의 기적>을 읽는 동안 새로운 사실과, 3D 혹은 입체시의 축복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고, 우리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축복을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책 중에는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소재를 과학으로 삼고 있는 이 책들은 그 분야의 사전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호기심은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버겁거나 딱딱한 경우가 많다 할 것이다. <3차원의 기적>은 바로 이런 과학소재의 책들에게 “우리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친근함을 선사한다. 덕분에 읽는 내내 어려움과 버거움 보다는 수필을 읽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며 동시에 정보를 습득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한 책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3차원의 기적>처럼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이 가진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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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현상금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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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작품의 장르를 들라하면 문학을 들것이고, 문학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느냐고 물어온다면 소설이라고 말할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수 없는 갈래로 갈라지는 소설 속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소설장르가 있다. 바로 SF소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SF소설들은 어딘지 모르게 공감이 가지않고 몰입도 되지 않는다는 개인적 취향으로 인해 나에게 언제나 SF소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 중 하나인 장르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재미있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SF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사냥꾼의 현상금이었다



<사냥꾼의 현상금>은 전편인 <모털엔진>에 이은 속편이라고 한다. 전편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사냥꾼의 현상금>란는 이름의 속편을 먼저 만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꾼의 현상금>은 전편없이 속편만으로도 꽤 잘 읽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편을 읽지 못했다고 속편을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는 점 또한 장점이기도 하다. <사냥꾼의 현상금>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 누구나 같은 점을 꼽겠지만 기발한 상상력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견인도시라는 책 표지의 문구만으로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소재. 하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아주 명료하게 이해되는 이 이야기의 소재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도시들과 그 도시들간의 쫓고 쫓기는 모험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도시 전체가 움직인다..라는 소재. 충분히 그것만으로 기발하고 신선한 이 이야기는, 그 뿐 아니라 각각 독특한 캐릭터들까지 더해져 즐거움을 더한다. 어린 나이게 부모님을 잃고 앵커리지를 운영해야하는 미모의 여자시장 프레야부터, 아름답지 못한 외모를 가졌지만 그에 관여치 않고 자신에게 사랑을 보내주는 톰과 함께 모험을 계혹하는 헤스터와 그의 연인 톰, 또 조금은 신임가지 않지만 어쨋든 유명인사인 역사학자 페니로얄등 각자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흥미와 호기심을 놓지지 않고 계속 끌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도시 전체가 움직이며 때로는 누군가를 쫓고 쫓기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에 의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는 세계. <사냥꾼의 현상금>은 그 소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이다. SF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신선한 소재에 있다고 한다면 <사냥꾼의 현상금>은 이미 처음부터 50%이상의 성공점을 가지고 가는 이야기가 되는 것. 여기에 작가가 부여하는 캐릭터의 특별함과 읽는 것만으로 상상 가능한 전개는 분명 SF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SF도 재미있다라는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한 이야기였다. SF소설을 싫어한다면? <사냥꾼의 현상금>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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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에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의 모습을 먼저 보았다. 이미 평단에서는 인정을 받는, 그러나 그러기에는 한 없이 젊어보이는 김영하라는 이 작가는 실제로도 그의 모습만큼이나 젊은 감성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들로 문단의 호평은 물론 독자들의 사랑까지 받는 작가임과 동시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안에 갇혀있지 않고 많은 언어권의 나라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린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게 하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글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바로 그런 작가의 단편집이었다.

자신의 미출간 단편들을 엮어 만들었다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짧게 나누는 그 젊은 작가는 지금, 이곳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끝없이 살피고 관찰중이라고 했다. 기억이 어렴풋한 과거나, 아직 닥치지 않는 미래, 혹은 영원히 알 수 없을 이상을 꿈꾸고 그리기 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라는 현재, 그리고 지금이라는 순간을 끝없이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는 작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는 뭔가 흐릿한 여운을 남기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바로 그런 작가가 언젠가 적어내려갔던 바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책장을 펴들기 전, 작가의 눈으로 본 이곳과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못 내 궁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속에는 그 제목 그대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 지 못하는,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지금과 이곳의 모습들이 나의 상상과는 다르게, 혹은 비슷하게, 또는 같게 펼쳐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총 13편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에서 겪었을 법한, 혹은 앞으로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들 안에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은, 지극히 단조롭고 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흔들림을 느끼게 한다. 늘 같은 일상이 이어지지만, 인생을 뒤흔들만한 거대한 사건들이 그 일상속에 은밀히 숨어있다가 아주 작은 틈을 타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평온하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마치 어제 내가 겪었던 일처럼, 혹은 어느 휴가지에서 겪었던 일인것처럼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읽혀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바로 지금, 오늘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처럼 낯익었고, 동시에 낯설은 묘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그 내막과 진실을 알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나의 현실이 담고 있을지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진실과 의미를 곱씹게 하는 13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결코 행복하지 못한 가족사에 묶여, 돈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얽혀 하루하루를 억지로 끌려가며 살아가는 여인에게 어느날 나타난 남자. 너무도 순수한 눈으로 자신은 로봇이라며 다가오는 비현실적인 사람에게 한 순간 끌리게 되는 여인은 로봇이라 말하는 비현실에 의지해 현실 속의 자신이 가진 억압과 분노를 풀어낸다.

이미 오랜 시간 전에 끝났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어느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마지막 밀회를 하게 되지만, 환상속에서 그려왔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로 끝을 맺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자신에게 내려진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 목소리가 왔던 그 때처럼 순식간에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기도 하고,

우연한 사고로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아내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로 의심하고, 아내는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편의 친밀함을 채우기 위해 이미 오랜 시간 전에 헤어졌던 옛 연인과 일년에 한번 단지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외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한때 짝사랑했던 남자를 가로챘던 여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한 여성은, 자신을 위해 그 여인의 진짜를 보려 하지 않고 끝까지 외면하며 왜곡된 모습으로 그녀를 남겨두는 쪽을 선택하기도 하며,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던 부부는, 3000원의 행복을 주었던 아이스크림에서 제품하자를 발견하지만,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주는 3000원 이상의 행복을 빼앗아간것에 분노하는 대신 3000원이 넘는 초콜릿으로 만족하는 지극히 단순한 계산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타락한 경찰은 경찰으로서의 본분보다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 스스로 그 끝이 어딘지 빤히 보이는 끝을 향해 끝없이 걸어들어가고,

참혹한 가족의 기억을 가진 20대의 여인은 가족의 아픔 속에서 걸어나오기 위해 수 없는 오류와 실수를 범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참담한 기억의 한 덩어리로 기억되어가고, 그녀 자신도 과거와 현실 사이에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그저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때로는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을, 때로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진짜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안에서 매일매일 우리가 겪고 있거나 혹은 겪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일화들에서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일상과 특별함을 구분없이 섞어 놓은, 그래서 어쩌면 더욱 현실적이고도 더욱 환상적인 우리네 일상에 근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언제고 무너질지도 모르는 그 위태로움을,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키고자 애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이 일상조차 그렇게 혼신의 노력속에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루하루였기에 그 위태로움과 위기까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무덤덤하고 건조한 일상. 그 속에 숨어있던 팽팽한 위기의 순간들에 대해, 그리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지켜내었던 평온의 순간들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며,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 의미를 곱씹을 기회를 주는 듯 했다.

젊고 도시적인 감성 시대의 보편적인 고통을 함께 하고 생각하는 젊은 작가로서의 모습으로 언제나 기억되고 있는 작가 김영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나에게 일어났을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를 곱씹게 되는 일상의 수 많은 일들을 담은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일상과 지금, 그리고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잠시 서서 곱씹어볼 여유와 의미에 대해 책속의 한 토막을 통해 생각해보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몰랐던 나와 누군가의 일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를 수 없는 조금 더 가치 있는 순간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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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여행>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품절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직접 떠나는 것이든, 아니면 상상을 통해 떠나는 것이든, 혹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떠난 것이든 말이다. 때로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때로는 현실에서 잠시 멀리 떨어져 일상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떠나는 다양한 목적의 여행들은 그래서 사람들에게 일탈이라는 자유와 새로움이라는 환상을 동시에 채워주는 요긴한 도구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떠나보아야 느껴지는 집의 가치에 대한 되새김 또한 포함되고 말이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의 행복함 또한 떠나보아야 느껴지는 작지만 중요한, 사소하고도 아름다운 일상의 행복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여행을 통해 집의 행복을 다시금 상기하기 보다는 여행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바로 이 책 <집보다 여행>을 지은 집보다 여행을 사랑하는 작가처럼 말이다.


여행에 대한 에세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사실 한 장 한 장을 넘길때마다 에세이라기 보다는 여행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담은 단편집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자신의 여행을 소개하고 여행에서 느꼈던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라기 보단 그가 여행이라는 경험을 통해 상상했던 혹은 가정해보았던 여러 이야기들을 환상과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여러 단상들, <집보다 여행>은 그렇게 여행 에세이라기 보다는 여행에 대한 작가의 여러 단상과 상상들을 엮어낸 한 권의 단편집이었다.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가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던 여행에 대한 진정한 가치와 의미들을 재미난 이야기로 구성한 바로 그런 단편 소설집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 한 권의 책이 오로지 모두 여행에 대한 상상과 꿈만을 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간간히 정말 에세이스러운, 작가만의 여행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와 생각들이 담겨져 있는 페이지도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여행을 즐기고, 여행을 사랑하는 누군가의 여행에 대한 온갖 잡다한 상상과 이야기들.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단지 여행이라는 하나의 단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의미와 가치들을 자기 맘대로, 혹은 원하는대로 꾸며낸 바로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뜨거운 여름이 물러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더운 공기가 매일매일 가득찬 요즘같은 때에 아직도 떠나지 못한 여행을 뒤늦게라도 계획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여행을 안내하고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여행을 끝마치고 난 후,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치고, 여행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즐거운 이들에겐 이 책은 분명 다른 의미로 가치를 지닐 것이다. 당신이 계획한 여행에 당신은 어떤 의미를 찾기를 원했는지, 혹은 당신이 다녀온 여행에 당신은 어떤 목적을 담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 말이다. 그래서 혹시 다음 여행을 그리고 있다면, 당신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라는 두 글자에 당신이 담아야할 것들은 단순한 설레임이나 들뜬 기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즐거워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이 주는 불편함을 불편함 그대로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러지 않는가. 집 떠나 봐야 집 좋은 줄을 안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느끼는 집의 소중함 대신, 이 책의 저자는 집을 거부하고 집보다 여행이 좋은 이유를 백만가지쯤은 열거할 수 있는 타고난 방랑자요, 여행자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여행관과 집에 대한 개념을 가진 저자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분명 우리처럼 평범한 <여행보다 집>이 좋은 사람들은 100% 공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그 순간, 혹은 여행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집보다 여행>이 좋은 저자의 생각을 빌려와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그리고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집보다 여행>은 바로 그렇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제공해주는 여행의 양념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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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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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지 않는 다는 것.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서로의 비밀스러운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고, 선택적으로 자신의 입을 막아 무엇도 자신의 입을 통해 꺼내어 놓을 수 없도록 하는 것.

선택적 함묵증이라 불리우기도 한다는 실어증은 자유스럽게 말하고 생각을 나누며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말이라는 소통의 방법을 포기하고, 그보다 더욱 큰 고통과 비명을 간직한 아픔을 표현하는 침묵을 그 자리에 대신 놓는 말을 잃어버린 혹은 말을 포기한 침묵. 침묵의 무게는 바로 그 깊고 어두운 침묵을 선택한 한 어린 소녀의 고통과 어른들의 무심함이 불러오는 잔인한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음주와 폭력으로 평화로운 가정을 만들지 못하고 가족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서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그저 피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어머니, 그리고 어린시절 받은 충격으로 더이상 말을 하지 않게되어버린 한 소녀와 소녀의 오빠가 살고 있는 작은 집. 그곳에서 어느날 술에 취한 아버지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소녀를 끌고 숲으로 향한다.

자신의 아내와 한때 연인관계였던 남자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소녀의 친 아버지라 의심하고 있던 그는, 그 의심에 의해 자신을 너무도 닮은 딸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꾸만 의심속으로 몰고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숲으로 끌고간 딸의 부재가 확인되면서 가족들은 소녀가 실종되었다고 걱정하기 시작하고, 우연히 소녀를 목격한 소녀의 친구는 소녀를 따라 다시 집을 나서면서 두 집의 딸 아이가 동시에 실종되어버린 것으로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다

실종된 소녀들을 걱정하고 찾기 시작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사이로, 침묵의 무게라 이름지어진 이 이야기는 가족이기에 더욱 큰 상처가 되기도 하며,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에 더욱 깊숙하게 박힌 가시가 되기도 하는 상처와 고통들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던 딸에게 더욱 마음 속 깊이 다가가지 못했던 엄마와, 스스로의 의심이 만들어낸 허구로 인해 가족모두를 고통속으로 떨어뜨린 아버지, 또 바쁜 일상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안타까움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무심했던 이들에 대한 후회와 회한들이 사라진 아이들을 찾는 가족이 되어서야 그들 앞에 깨달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침묵의 무게는 그렇게 조금씩 어긋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그런 가족들의 무심함과 잔인함이 가족의 미래이자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그들의 아이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를 보여준다. 말을 하지 않을 만큼 극심한 고통과 아픔속에 자신을 가두고 더 이상 외부와의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 갇혀버린 아이. 침묵의 무게 속 칼리는 바로 그런 어긋난 가족의 고통을 그 작은 몸속에 담고 홀로 품고 있던 상처를 대변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모든 것을 본 대로 들은 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통해 자신의 잘못과 소홀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따끔한 가르침이 담긴 말이리라. 말을 하지 않던 칼리는 바로 그렇게 의심과 술로 가족의 고통이 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침묵으로 보여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그렇게 어긋나고 잘못된 가족의 모습도,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도 모두 담아내는 가족의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침묵의 무게속에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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