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구판절판


읽을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선호하는 장르를 기준으로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시기에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다루는 책들을 선택하며, 어떤 사람은 특정작가의 이름을 보고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저마다 흥미를 가지는 내용이 다르듯 그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매체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다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 천년의 금서를 저자의 이름을 보고 집어들었다. 오로지 김진명이라는 세글자의 이름만 가지고 말이다.


작가의 이름, 그 이름이 주는 무한신뢰.

김진명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는 작품중 나에게 가장 오랫동안 충격으로 남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서재속에 고이 꽂혀있었던 그 책은 그 나이에는 읽기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무겁고 다소 복잡해보였지만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김진명이라는 세글자의 이름을 머리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여 정교하게 짜여졌던 그 이야기들, 그리고 머릿속에 그것이 우리의 현대사라는 것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것들이 우리나라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라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게 했던 그 책은 팩션이라는 장르의 명칭이 익숙해지기 이전에 이미 팩션이라는 장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기도 했다. 바로 그 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김진명이 현대사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의 근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고 외치는 이야기가 <천년의 금서>이기도 하다.

한번쯤은 고개를 돌려 관심을 가져야 마땅한 그 문제에 대해..

<천년의 금서>는 우리 역사, 특히 그간 현대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쏟아내었던 김진명이라는 작가가 이제는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의 고대사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천년의 금서>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우리의 고대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동북공정이라는 우리 고대사의 왜곡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의 사관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그간 우리가 소홀했던 우리 자신의 역사연구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의 역사를 보았던 우리의 편협하고도 왜곡된 시선에 대해 스스로 자성을 하자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내용이라고도 하겠다. 때문에 <천년의 금서>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밀리고 있는 대중국관계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 안에 포함된 우리의 역사,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의 안일한 연구태도에까지 모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다중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로서의 흥미, 그리고 그 안에 가려져 있는지도 모르는 진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외교적, 역사적으로 복잡한 문제라 하여 이 책이 하염없이 어렵고 칙칙한 내용일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오산임을 먼저 밝혀야겠다. <천년의 금서>는 우리 역사 중 韓이라는 글자의 유래에 대해 연구하는 역사학자와 친분을 가졌던, 그래서 이 역사학자의 연구에 참여했던 한 여교수의 이상한 사망으로 시작한다. 자살로 보이며, 자살로 입증되었으나 타살인 사건, 그리고 이 사건에 의문을 품은 한 형사와 그녀의 오랜 친구가 시작하는 사건일지는 다시 韓이라는 글자의 유래에 대해 연구하는 역사학자와 이어지며 이 역사학자의 행적을 뒤따라가며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다.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소설로서의 재미 또한 갖추고 있는 것이다.


천년의 금서, 천년의 비밀.

한 권의 책과 그 책의 진실에 의해 수 많은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위해 과거를 조작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우리가 잠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우리 스스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있는 한권의 책 <천년의 금서>. 사실 이 한권의 책에는 이 한권으로는 도저히 충분할 수 없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때문에 이 책을 덮는 순간 뭔가 아쉽고 서운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마도 그것은 책을 읽고 난 다음 바로 당신이 이 책의 내용들에 흥미를 느꼇듯 이 문제들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작가의 당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짧게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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