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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독서법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ㅣ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지음 / 책구루 / 2018년 5월
평점 :
독서란 말 그대로 책을 읽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독서는 책을 펼쳐 들면 바로 시작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왔다. 독서의 효능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 독서는 쾌락같은 것이어서 굳이 다른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특히 독서보다 독서할 책을 사는 것은 더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게 독서하는 행위에 대해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정확히는 나 아닌 내 아이의 독서법에 대해.
책읽기 싫어하고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잘 알지 못하는 내 아들은,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독서 열등생이라 할 수 있다. 중학생이지만 언어능력은 초등생 수준 쯤이다. 일상의 대화는 가능하지만 교과서 이해 능력이나 시험 문제를 파악하는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학생들은 학년을 거듭할수록 성적은 하락하고 자신감마저 상실하고 결국에는 공부를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반면 꾸준한 독서를 통해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이나 공부머리를 갖춘 학생은 또래의 수준을 넘어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내 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다. 그는 자신의 직접 경험을 통해 만든 독서법을 펼친다. 자신의 실패 체험담, 논술학원에서 직접 만난 학생들의 경험담이 그가 만든 공부머리 독서법의 주된 재료들이다. 독서교육을 강조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주장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학생 혹은 사람들과의 깊은 대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저 말만 잘하는, 목소리만 큰 것으로는 한 단계 높으로 들어가기 힘들다. 그런 이들과의 대화는 금새 지겨워진다. 내 경우에 한정되지만.
저자의 독서법이 끌리는 이유는 첫째, 속독보다 정독을 권하는데 있다. 빨리 읽고 다른 책, 혹은 공부로 넘어가야 한다는 강박은 독서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엔 시간 낭비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서를 입으로 읽는 속도 이상으로 읽어서는 안된다고 단언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꼼꼼히 읽어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더 효과적이라 한다. 공감한다.
둘째, 지식을 바라보는 그의 입장에서 독서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지식을 정보의 결과물로 보지 않고 ‘원인과 결과의 복합체‘로 본다. 따라서 다양한 정보의 결과물 덩어리인 교과서는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차라리 독서를 위해서는 이야기 책이나 지식 정보가 담긴 양서를 선정해 읽길 권한다. 정해진 답이 있는 책은 호기심이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 힘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시절의 지식 백과나 학습만화는 옳지 못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책을 강권한다는 것은 결국 책과 멀어지게 되는 지름길이다.
셋째, 저자는 즐거운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책보다 재밌는 책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무릎을 친 대목이다. 나는 아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대출해주고 사줬다. 그 결과 아들은 책을 더 멀리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들이 재밌어 하는 책을 모른다. 지식 정보만 잔뜩 담긴 책들을 보여 주기도 했다. 헛발질은 넘어 아들을 발로 차버린 셈이다.
넷째, 그는 공부머리 독서법을 통해 한국 교육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나친 조기교육과 열정적 사교육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꺾어 버리고 정상적인 뇌 발달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아이들의 지나친 지적 발달은 오히려 독서를 멀리하고 오히려 학습에만 집중하게 한다. 교과서, 수업, 시험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은 독서를 통해 길러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 지점을 너무 등한히 해왔다. 이는 이야기 책에 대한 편견 또는 독서 자체에 대한 편견에서 발생한다고 보여진다.
아이에게 균형잡힌 언어능력과 독서력을 갖도록 도움을 주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완벽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독서의 힘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 책을 읽는 내내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것은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이 독서의 이유로 내세운 것이
‘공부머리‘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즉 독서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 성적 올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어서다. 핀란드의 예를 들며 책을 가까이 하는 학교 문화를 내세웠지만 결국 저자는 이것을 성적으로 결부시켰다. 예시로 든 학생들 대부분이 성적 향상을 이룬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지나치리만큼 독서만이 성적향상의 첩경이라고 주장한다. 내겐 거부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넓게 보면 사회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독서를 통해 성적 향상을 이루는 이루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적과 상관 없이 독서는 누구나에게 힘이 되고 힐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꼭 공부와 결부시킬 이유는 없다. 확실한 통계치는 없지만 핀란드 역시 공부를 업으로 삼는 아이들과 기술자의 길을 걷는 아이들 모두 독서를 멀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독서가 성적 향상의 도구만로 사용된다면 책을 쓰는 이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까? 물론 저자는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책 읽는 내내 나는 이런 점에 꽂혀 불편한 마음도 가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