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말 아이들>은 광복 직후의 한국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대도시라기보다 중소도시의 외곽쯤으로 보인다. 이 시대를 몸으로 헤쳐간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멀리 떨어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그렇기에 묘사된 풍경이 조금은 생경하다. 쥐잡기, 텍사스촌, 미군, 약장사, 서커스, 양공주, 화교 등 등장인물과 배경은 낯설지만 주로 당시 한국 사회의 주변부 있던 것들이다. 이념 대립이 조금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나는 이 시대를 살지 않았건만 왜 이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는 걸까? 역사를 공부해서 이 시대를 조금 알기 때문일까?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 탓일까? 멀게 느껴지지 않고 가까운 과거였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재밌게 책을 읽었다. 재밌을 거라고 아내에게 권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ㅎㅎㅎ사실 이 책은 일본인 지인이 일본어로 번역하여 내게 선물로 보내왔기에 한국어판이라도 시간을 내 읽게 되었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 많은 그녀의 정열적인 도전에 늘 감탄하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