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좌파 음식우파 - 음식으로 엿본 현대인의 정치 성향
하야미즈 켄로 지음, 이수형 옮김 / 오월의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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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식도 좌파우파 가려먹는 시대가 온 듯하다. 저자는 좌파/우파의 대립이 기존의 정치적 무대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구매성향, 여기서는 식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음식좌파는 지역주의와 건강지향을 표방하는 사람들, "산업사회에서 대량생산되는 음식을 반대하는 사람들"(205)이다. 유기농, 채식주의자, 슬로푸드, 생식주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에 음식우파는 글로벌리즘과 저가 고열량 지향을 표방하는 사람들, "산업화된 식품을 소비하는 사람"(207)으로 정의된다.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편의점 음식, 냉동식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구분 자체는 흥미롭다.

그런데 문제는 <음식좌파 음식우파>라는 제목과 그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음식우파에 대해서는 경쟁원리를 통해 저렴한 음식을 대량생산한 "음식민주화"를 이룩했다고만 나와있을 뿐, 자세한 설명은 없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음식좌파에 대한 설명이고, 음식우파에 대한 내용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저자는 아마 '음식좌파라는 개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런데 그러면 음식우파도 있어야겠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기농이나 슬로푸드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생활양식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려면, 나름의 사상적 지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6,70년대의 좌파운동이 히피운동을 거쳐 슬로푸드 운동, 채식주의와 유기농의 유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음식좌파라는 개념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반면에 특별한 사상적 지향이나 주체적 선택 없이도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한다면 자연스레 음식우파가 될 수밖에 없다. 음식우파가 아니라 음식좌파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니, 음식좌파는 있어도 음식우파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음식좌파에 대해서는 그 역사 및 주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잘 정리해 놓은 듯하다. 저자는 비효율적인 유기농을 고집하면서도 GMO를 반대하는 음식좌파의 위선성과 비과학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순히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성, 윤리적 소비, 환경과 윤리, 맛,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음식문화의 모색이야말로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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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리뷰 -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김리뷰 지음, 김옥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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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극도로 주관적인 입장에서 서술되었습니다

 

친구가 읽길래 나도 잠깐 봤는데 깔깔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읽다가 충격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저자가 일베를 하다가 회사에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반성과 함께 쓰고 있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사실 나는 이 책을 우연히 접하기 전까지 저자에 대해 잘 몰랐다)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저자는 올해 초, 일베를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인터넷 상에서 큰 논란이 되었고, 회사까지 그만두었다고 한다. 일베에서 저자가 한 발언으로는 "반박하면 애미홍어" "라도새끼들처럼 뒤에서 통수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노"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한 사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이 나오다니! 심지어 나름 평판도 괜찮고, 일베 경력을 문제시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듯하다. 일베를 한다고 지목당한 사람들(전효성, 크레용팝 등)이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거나 큰 지탄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일밍아웃(설명충: 일베를 한다는 것을 오프라인상에서 까발려지는 것을 가리킴)을 당하고도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터넷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사람이 살다보면 일베할 수도 있지. 일베가 범죄도 아니고. 나 또한 부끄러운 과거가 많기에 젊은 날의 치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비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일밍아웃한 세상의 모든 일베충들을 위한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일밍아웃 대처 방법을 논해보고 싶다.


1. 일단 아니라고 부정하고 본다.

 

일베 안했다/유머자료만 본다/옛날엔 안 그랬는데 물이 안 좋아져서 그만뒀다 등의 변명을 한다.  

2. 들키면 사과와 반성한다.


사과와 반복을 거듭한다. 가끔은 지나가는 농담식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이 책의 반성문 리뷰에는 "다음에는 안 들켜야지"라는 글이 나온다.

3. 가식적인 얘기를 한다.


본인의 과거 행적은 어찌 되었든 "지역감정은 인종차별만큼이나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371)나 "외국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77) 같은 깨어있는 사람인 척 한다.


4. 감성팔이를 한다.


마지막에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표하며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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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얼마 전 서경식 선생님과 권성우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때 나온 얘기가 "변두리장르"로서의 에세이에 관한 것이었다. 권성우 선생님은 에세이 등이 시, 소설에 비해 천시받는 "변두리장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변두리장르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에세이스트"라고 소개한 서경식 선생님은 국가나 국민과 같은 거대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개인의 사유를 오롯이 드러내는 에세이의 미덕을 말했다. 에세이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해온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에세이 분야의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좋은 에세이들을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1. <간호사라서 다행이야> 김리연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제목과 저자 소개만 봐도 기대되는 책이다. 우선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 자체도 별로 없는데, 저자는 무려 뉴욕과 이스라엘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저자가 보는 세상이 궁금하다.


2.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배수아



어딘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자전거, 자동차, 버스, 기차, 비행기를 타는 것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걷는 것이다. 그 이름도 설레는 <걸어본다> 시리즈가 용산에서 출발하여 경주를 거쳐 뉴욕, 류블랴나, 뮌스터를 거쳐 세상에서 가장 낯선 오지 알타이로 왔다. 작가이자 번역가 배수아씨의 알타이 여행기를 기대해 본다.


3. <육체탐구생활> 김현진




20대 논객이자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저자의 책이다. 최근 페미니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섹스와 젠더의 문제에 있어 신체는 그 출발점이 된다. <육체탐구생활>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던지는 문제제기가 결코 가볍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4.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공선옥 외




요즘만큼 밥, 혹은 음식에 대해 많이 이야기되는 시대는 없을 것이다. 먹방과 쿡방의 시대, 그래서일까, 음식에 대한 에세이 앤솔로지가 나왔다. 박완서, 성석제, 공선옥, 그리고 최근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분(!)까지, 이름만 들어도 어마무시한 작가들이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어찌 기대되지 않으랴.


5.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임수진




에세이는 여행에세이, 독서에세이, 연애에세이, 역경에세이, 유명인(작가, 연예인) 에세이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의 저자는 가을방학의 보컬이라고 하니, 이 책은 연예인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예인에세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해당 연예인에 대한 궁금증 충족이라고 한다면, 난감하게도 나는 가을방학이라는 그룹을 모르고,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끌리는 것은 왜일까? 서둘러 가을방학의 노래를 한 곡 들어보고는 조심스레 이 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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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콜로서스
니알 퍼거슨 지음, 김일영.강규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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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미제국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순식간에 사라지는 제국이 될 것"이라는 책 표지의 큰 글씨 선전문구에 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미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미국이 '자유주의의 제국'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도전적이고 논쟁적인 책이다.


 미국의 몰락이 야기할 '무극체제'가 바람직한가? 국제정치에서 무극체제는 지옥과 다름없다. 미국이 르완다의 제노사이드를 모른 체 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사담 후세인이 독재자로 이라크에 군림하는 상황이 바람직한가? 현제 시리아 난민 문제의 배경에는 미국이 중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책임이 있지 않은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제국이 된다면, 그것이 미국 단극체제보다 바람직한 상황이 될 것인가? 그러한 질문을 생각한다면, 비록 무수한 잘못을 저지른 '제국'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제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저가 나온 2003년 이후, 우리가 봐 왔듯이 미국은 좋든 싫든 그 영향력을 약화시켜왔다. 이라크전쟁의 실패와 리만브라더스 사태 등등이다. 특히 저자는 미국의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미국의 사회보장이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저자는 "미국의 과도한 재정 부담의 진짜 원인은 테러리즘과 '악의 축'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노후 보장과 건강보험에 집착하는 미국인들의 태도"(409, 410)라고 지적한다.

 앞으로 겨우 4년 후면 77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 시작한다. 7년 뒤에는 의료보험 혜택도 받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은퇴할 때쯤에 미국 노년층은 지금의 두 배가 되는 반면, 그들을 떠받칠 납세 근로자는 겨우 15퍼센트 증가할 것이라고, 정부 공식 통계는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지금과 미래의 노년층에게 연금과 의료보장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부채의 일부라고 여긴다. (중략) 사실 정치적으로 볼 때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혜택을 중단하느니 눈에 보이는 부채 상환을 연기하는 게 편하다. (중략) 보이지 않는 부채는 보이는 부채보다 거대하다. (410)

 최근 심심찮게 들려오는 미국 행정부의 "셧다운" 소동을 보면 재정문제의 심각성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미국은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고령화사회에 비하면 젊은 사회다. 재정과 복지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오늘날 현대 국가의 공통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저자의 관점에 대해 찬반이 갈릴 수는 있겠지만, 방대한 참고문헌들을 참조하여 이런 스케일이 큰 대작을 썼다는 점 자체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라크전쟁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피력한 부분은 지금 시점에서는 이상하기도 하고, 제국에 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정의를 엄밀히 규정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라는 나라, 현재의 국제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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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밥상 - 밥상으로 본 조선왕조사
함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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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사회에서 음식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음식에 대한 문화적 고찰을 한 책들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왕의 밥상>은 제목 그대로 조선시대 왕들의 밥상을 탐구한 책이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왕이 먹을 음식은 궁녀가 만드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고 종6품에 이르는 숙수 십여 명이 요리를 전담하고 있었고 궁녀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역할이었다. 조선시대 말기 숙수들이 경제적 이유로 궁을 떠나면서 궁녀들이 요리를 만들게 되었고, 이들 궁녀들의 증언을 토대로 왕의 식사는 궁녀들이 만들었다는 통설이 된 것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왕들의 음식 관련 기록들을 보면 그 왕들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은 전국 각지와 일본, 중국의 사슴, 거북, 귤, 전복 등을 진상하도록 요구했고, 선조는 임진왜란 이후 쌀 한 톨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했으며, 영조는 당쟁을 제어하기 위한 방편으로 반찬 가지수를 줄이는 감선을 적극적으로 행했으며, 고종은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서양식 요리와 커피를 즐겨 먹었다.

 조선 왕들의 식사를 이해함에 있어 중요한 것이 가뭄 등 국가에 변고가 있을 때, 반찬 가지수를 줄이는 감선이었다. 연산군은 "아무리 감선을 해봐도 가뭄은 또 다시 찾아온다. 폭군의 시대에도 풍년이 들고, 성군의 시대에도 흉년이 든다. 세상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질찍 죽기도 하고, 반대로 지탄을 받는 자가 오랫동안 영화를 누리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천도란 도리가 없다"(75,76)고 말하며 감선이 가진 의미를 부정하는 합리주의적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왕 개인의 덕은 국가의 통치와 직결된 것으로 여겨져 대부분의 왕들은 감선을 형식적으로나마 잘 따랐다. 저자는 그 점에 주목하여 왕의 밥상을 "모든 면에서 '더불어 먹기'를 추구한 밥상"(313)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시대 왕들의 식사는 그 자체로 윤리적, 정치적 의미를 담은 일종의 통치행위였다. 그 의미를 통해 조선시대 정치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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