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인도로 여행을 가셨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자 IT나 바이오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비하면 낯선 나라다. 부모님처럼 인도여행을 가지는 못 했지만 책으로나마 인도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책을 10권 선정해 보았다.

 

1. <한밤의 아이들> 살만 루슈디

 

 

인도의 독립기념일은 한국의 광복절과 같은 8월 15일(연도는 1947년)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영미문학의 대가이자 매직 리얼리즘으로 알려진 작가 살만 루슈디는 1947년 8월 15일 자정에 태어난 1001명의 이야기를 썼는데 바로 <한밤의 아이들>이었다. 인도현대사를 관통하면서 문학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2.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살만 루슈디 하면 역시 가장 유명한 소설은 <악마의 시>일 것이다. 이슬람 모독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책으로 인해 이란의 이슬람 지도자가 살만 루슈디에게 암살 명령을 내린 사건으로, 실제로 일본어판 번역자가 암살당하기도 했다. 살만 루슈디 역시 암살 위험에 시달렸는데, '조지프 앤턴'은 암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용한 가명이다. 살만 루슈디의 자서전인 <조지프 앤턴>은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3. <저지대> 줌파 라히리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고 불리는데 영국, 미국 등 세계 곳곳으로 이주한 인도인 디아스포라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인도계 미국인 작가 중에 유명한 줌파 라히리의 대표작 <저지대>는 인도와 미국에 떨어져 사는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인도와 인도인을 묻는다.

 

4.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시리아 기독교계 어머니와 힌두교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다. 남인도 케랄라를 배경으로 카스트 제도와 남존여비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도문학을 대표하는 소설로 읽히고 있다.

 

5.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아룬다티 로이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로서의 아룬다티 로이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인종 갈등, 종교 갈등, 정치 갈등, 빈부 격차 등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도사회의 그림자가 농축되어 있다. 오늘날의 인도사회의 문제를 개관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입문서다.

 

6. <인도, 끓다> 이재강

 

간디와 네루 암살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는 정치적 격변을 KBS 특파원인 저자가 분석하여 쓴 책으로, 인도의 정치 현실을 현장감 있게 잘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테러와 전쟁, 범죄로 얼룩진 인도사회의 문제를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7. <네루 자서전> 자와할랄 네루

 

 

인도의 초대 총리로 건국의 아버지인 네루는 인도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독립 후엔느 인도 지도자로서 제3세계 비동맹회의를 추진한 등의 업적이 있다. 보수주의와 민족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던 네루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여 독립운동을 지도하고 인도를 독립으로 이끌었는가를 보면 뛰어난 정치가로서의 네루를 발견하게 된다.

 

8. <간디의 물음> 나카지마 다케시

 

 

비폭력 불복종으로 잘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의 위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막상 무슨 일을 한 사람인지는 피상적인 차원에서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간디의 생애의 사상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사실은 잘 몰랐던 간디의 생애와 사상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9. <가난을 팝니다> 라미야 카림

 

 

인도의 일부였지만 이슬람교 신자가 대다수였기에 독립한 방글라데시는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빈곤이 극심한 나라다. 그러한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 은행이라는 NGO은 빈민들의 경제적 성장을 도와주는 모델로 주목받으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NGO가 자금 회수를 위해 빈민들을 독촉하고 있다는 전혀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준다. 제3세계의 빈곤 퇴치를 생각해보기 위한 책으로 추천한다.

 

10. <히말라야 환상 방황> 정유정

 

 

정유정은 <7년의 밤>, <28년>, <종의 기원> 등으로 현재 한국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다. 그러한 저자가 히말라야 안나 푸르나를 트래킹한 기록이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를 전문 산악인도 아닌 저자가 여행하는 모습은 흥미롭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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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허를 응시하라 - 대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
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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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에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인들의 놀랍도록 질서정연한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했다.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대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은 폭도로 변하는 것이 당연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본인들의 국민성에 대해 경탄을 표했다.

하지만 리베카 솔닛의 책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보면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상황은 일본인들의 특수한 국민성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본성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1906년의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부터 2005년의 카트리나 태풍 사건까지 있었던 여러 재난 상황들을 분석하며 패닉에 빠져 이기적 폭도가 된 대중들이라는 정부와 관료, 언론과 대중매체가 퍼뜨린 통념과는 다른 진실을 발견해낸다. 재난 이후의 상황에서 상호부조와 이타주의의 공동체, 저자가 '재난 유토피아'라고 부르는 공동체가 발생하게 된다. 오히려 재난 상황에서 패닉과 폭력을 야기하는 집단은 정부나 군대, 경찰 등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저자는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도 그 예로 들고 있다). 재난은 경우에 따라서 일상에 균열이 난 비일상의 공간에서 축제와 혁명을 포함한 정치적, 사회적 변혁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사례로 삼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핼리팩스, 뉴욕, 뉴올리언스, 멕시코시티 등이 상대적으로 시민의식이 높아보이는 북미의 도시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국가들의 경우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동일본대지진이 생각났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많은 일본인들이 당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사회적 변혁의 장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달간, 백만 명의 일본인들이 원전 반대 시위에 참여하며 새로운 변혁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베 정권이라는 반동으로 귀결되었고, 일본사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전을 재가동하고 예전과 같은 사회로 돌아가고 있다. 왜 일본에서는 동일본대지진이 정치적, 사회적 변혁의 계기가 되지 못했을까?

한국의 세월호 참사는 어떤가? 세월호 참사 직후, 사람들은 새로운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적폐 청산을 말했다. 잊지 않겠다며 눈물짓던 사람들은 무엇을 남겼을까? 고심 끝에 해경 해체? 대통령의 7시간 음모론? 특조위를 둘러싼 정쟁과 일베의 폭식투쟁? 그리 냉소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 때 이름을 알린 방송사가 최순실의 태블릿을 발견하며 도화선에 불을 붙였고, 언론의 연일 터지는 특종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왔고, 국민들이 국회를 움직여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세월호 7시간과 이후의 언론통제에 관한 사실들도 밝혀지려 하고 있다. 현재 언론과 검찰 등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순실게이트와 탄핵정국이 한국사회의 구석구석에 쌓인 적폐들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3.11처럼 관성과 망각이 이끄는 대로 business as usual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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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팝니다 - 가난한 여성들을 착취하는 착한 자본주의의 맨얼굴 질문의 책 3
라미아 카림 지음, 박소현 옮김, 한형식 해제 / 오월의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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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에게 대출을 해 주어 일자리를 주선하거나 소규모 사업을 지원하여 빈곤으로부터 자립하도록 만드는 NGO로 알려져 있다. 창립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유누스가 제시한 마이크로파이낸스는 빈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롤모델로서 주목을 받았다. 1986년부터 1억 세대가 넘는 방글라데시의 빈곤층이 그라민 은행으로부터 혜택을 받아 빈곤에서 벗어났고, 그라민 은행의 사업 자체도 98%의 높은 회수율로 안정적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그런데 방글라데시 출신의 여성 인류학자가 쓴 <가난을 팝니다>는 그러한 그라민 은행의 신화의 이면에 숨겨진 실상을 그려낸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현지인들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단순히 "말만 NGO지, 대부업체나 다름없네"라는 폭로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다.

방글라데시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나라도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47년, 이슬람교가 대다수였던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의 일부(동파키스탄)로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서파키스탄(현재의 파키스탄)은 우르두어를 공용어로 지정하려고 하는 등 방글라데시를 일종의 식민지로 보고 있었고, 벵갈어를 사용하는 동파키스탄은 이에 반발하여, 1971년 인도의 지원을 받아 서파키스탄과의 독립전쟁 끝에 방글라데시로 독립하였다. 이후 쿠데타를 통한 군사정권이 들어섰고, 그 다음에는 이슬람화의 물결이 밀어닥쳤다. 방글라데시는 독립 이후 줄곧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고,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국가의 부재라는 틈을 비집고 들어선 것이 그라민 은행 같은 NGO들이었다.

저자는 그라민 은행이 선전하는 빈곤 퇴치의 성과가 다분히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라민 은행을 비롯한 마이크로파이낸스 NGO들의 주요 고객들은 농촌의 가난한 여성들인데, 이들은 복수의 NGO들로부터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고, 마이크로파이낸스 이후 사채업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그라민 은행을 비롯한 NGO들은 대출자 그룹을 조직하는 등, 농촌 공동체의 압력을 행사하여 대출금 상환을 종용하였고, 공개적 모욕을 주거나 집을 부수거나 경찰을 동원하는 등의 갖가지 방법으로 대출금을 회수한다. 결과적으로 그라민 은행의 대출로 빈곤에서 탈출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디선가 읽은 NGO 활동가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NGO는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실제로 모든 NGO가 자선단체인 것은 아니며, 마이크로파이낸스 NGO들도 빈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어 갚도록 하기 위해서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거듭 지적하듯이 마이크로파이낸스 NGO들이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타난 마이크로파이낸스 NGO들의 실체가 각종 언론이나 연구에서 선전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NGO나 사회적 기업 모델을 이상화하는 대신 그 성과와 부작용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파악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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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정치사상과 박정희 한국의 석학 시리즈 2
강정인 지음 / 아카넷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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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정치사상과 한국의 정치사상을 연구해온 저자의 역작이다. 먼저 이론적 틀을 분류하자면, 저자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의 정치사상을 보수주의, 자유주의, 민족주의, 급진주의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한국 현대 정치사상의 특징으로 '비동시성의 동시성'과 민족주의의 신성화를 지적한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은 서구에서 역사적 과정을 통해 확립된 보수주의, 자유주의, 민족주의, 급진주의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한국에 완성된 형태로 유입되어 일종의 도달해야 할 이상으로 다루어졌다는 지적이다. 민족주의의 신성화는 민족주의가 보수주의, 자유주의, 급진주의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원천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지상과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이러한 특징은 여러 문제를 야기했는데, "정치적으로 귀감이 될 '용기 있는 보수주의자', '원칙적인 자유주의자', '균형감각을 갖춘 민족주의자', '대중성과 급진성을 겸비한 사회(민주)주의자를 찾기는 민주화 이전은 물론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117)고 지적한다.

이러한 틀에서 저자는 박정희의 저서와 연설문 등을 분석하여, 박정희 정치사상의 실체를 밝혀낸다. 일단 급진주의(좌파)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탄압하는 반공주의를 내세웠는데, 이 반공주의는 경우에 따라서 민주주의, 자유주의, 민족주의, 보수주의와 동일시되었다. 박정희는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민족주의를 통치 상의 이데올로기로 내세웠지만, 실태와는 상당히 괴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군정기의 행정적 민주주의, 3공 시기의 민족적 민주주의, 유신시대의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수식어를 통해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자신의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다.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민족을 국가와 동일시하며, 반공과 근대화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했다. 박정희의 정치사상은 보수주의적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근대화 보수주의라고 하는 박정희의 보수주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한국의 특징을 드러낸다. 버크가 시조로 알려진 서구의 보수주의는 근대화에 대한 반동으로 전통으로 회귀를 내세우는 반면, 한국은 근대화라는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의 회귀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진보주의와 유사한 측면을 보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구 정치사상의 발전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그 외의 다른 형태의 발전에 대해 특수성을 강조하는 관점을 서구중심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해방부터 분단, 전쟁, 독재, 민주화, 경제성장, 세계화와 정보화 등의 여정을 겪은 한국의 경험은 그 자체로 특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모든 나라들(특히 비서구 세계)이 고유의 특수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한국의 정치사상을 발견하려는 시도로 박정희의 정치사상에 주목한 저자의 관점은 아주 적절한 것 같다. 18년간의 통치기간 동안 박정희는 다른 어느 정치지도자보다도 명확한 궤적을 보였고,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이자, 박근혜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다. 이 시점에서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그 영향을 평가한 이 책을 다시 읽을 가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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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14기와 16기 활동을 하면서 매달 추천 도서를 선정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16기 이후로는 신간평가단이 폐지된 것 같아 아쉬워 하다가, 2017년을 맞아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개인적으로나마 매달 추천도서를 선정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간/구간, 소설/비소설 등의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매달 10권의 책을 선정해 보기로 한다.

1월이니까, 2017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주제로 10권을 선정해 보았다.

기준이 없다고 하면 없을 수도 있지만, 헌법학, 정치학, 사회학, 철학, 경제학, 미학, 원론적인 문제의식으로 회귀하여 이 책들을 통해 문제의식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책들을 위주로 선정하였다.

 

1.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2016년은 최순실게이트와 촛불시위, 탄핵 정국과 함께 저물었다. 새해 들어서 탄핵, 특검, 대선을 맞이하여 각 정당마다 이합집산이 계속되면서 정계가 소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한 번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으로 회귀하여 생각해볼 때라고 생각된다.

 

 

2. <외교상상력> 김정섭

 

 

미국의 트럼프 당선, 사드 배치에 중국의 반발, 일본의 위안부 합의 압박, 북한의 도발 위협 등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는 여느 때보다도 더욱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나 탄핵 정국과 대선 정국으로 비롯된 한국의 정치적 공백과 혼란을 파고들 여지를 넘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정치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3. <나를 발견하는 시간> 양영은

 

 

KBS 아나운서로 활약 중인 저자가 하버드, MIT의 석학들에게 인터뷰한 내용들을 모은 책이다. 촘스키, 조지프 나이, 에릭 슈미트 등의 석학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김선미 외

 

 

 

작년 한 해 동안 크게 화제가 된 주제 중 하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어떤 동네나 거리가 특유의 분위기로 매력을 발산하여,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고 나면 건물주가 세입자를 쫓아내고 결과적으로 동네 특유의 개성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시아의 다른 도시들과 서울의 문제를 고찰해 보는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5.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연애란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7년에는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연애와 일상,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행복한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추천한다.

 

6.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고전을 한 권 추천하고자 한다. 역시 정치학, 문학, 철학, 미학 등 현재 학문 체계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특히 <정치학> <시학>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저술한 아리스토텔레스를 뽑고 싶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은 '좋은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공동체주의자들이 참조하는 철학이다.

 

7. <자본주의>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전형적인 문과 인간이라 그런지 경제학은 언제 봐도 어렵다. 하지만 경제학을 완전히 모르고 살기에도 갑갑하다. 그래서 초심자라도 쉽게 읽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을 고민한 결과, 이 책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개관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출간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학 서적의 기초를 쌓기 위해서는 여전히 읽히고 있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다. 정치, 시사 분야의 논객으로 유명한 저자의 전공 분야인 미학에서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간다. 조영남, 천경자 등 작년 한 해는 미술계의 문제가 화제가 되었는데 미술과 예술을 보는 관점을 얻기 위해서는 <미학 오디세이>가 적역이라 생각된다.

 

9. <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팀 라드퍼드

 

 

우주란 우리가 상상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부터 시작하여, 국가, 대륙, 지구, 태양계 그리고 우주로 그 범위를 점차 확대시켜가며 우주에 대한 물리학적 탐구와 '나'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융합시키려는 이 책의 시도는 흥미롭다.

 

1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말이 필요없는 20세기 문학의 금자탑 중 하나인 소설이다. 1960년대 전체주의 체제의 억압 아래에서 살아간 체코의 젊은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걸작이라는 점에서 지금 다시 읽어야 할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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