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신간평가단 14기와 16기 활동을 하면서 매달 추천 도서를 선정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16기 이후로는 신간평가단이 폐지된 것 같아 아쉬워 하다가, 2017년을 맞아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개인적으로나마 매달 추천도서를 선정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간/구간, 소설/비소설 등의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매달 10권의 책을 선정해 보기로 한다.
1월이니까, 2017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주제로 10권을 선정해 보았다.
기준이 없다고 하면 없을 수도 있지만, 헌법학, 정치학, 사회학, 철학, 경제학, 미학, 원론적인 문제의식으로 회귀하여 이 책들을 통해 문제의식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책들을 위주로 선정하였다.
1.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2016년은 최순실게이트와 촛불시위, 탄핵 정국과 함께 저물었다. 새해 들어서 탄핵, 특검, 대선을 맞이하여 각 정당마다 이합집산이 계속되면서 정계가 소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한 번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으로 회귀하여 생각해볼 때라고 생각된다.
2. <외교상상력> 김정섭
미국의 트럼프 당선, 사드 배치에 중국의 반발, 일본의 위안부 합의 압박, 북한의 도발 위협 등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는 여느 때보다도 더욱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나 탄핵 정국과 대선 정국으로 비롯된 한국의 정치적 공백과 혼란을 파고들 여지를 넘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정치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3. <나를 발견하는 시간> 양영은
KBS 아나운서로 활약 중인 저자가 하버드, MIT의 석학들에게 인터뷰한 내용들을 모은 책이다. 촘스키, 조지프 나이, 에릭 슈미트 등의 석학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김선미 외
작년 한 해 동안 크게 화제가 된 주제 중 하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어떤 동네나 거리가 특유의 분위기로 매력을 발산하여,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고 나면 건물주가 세입자를 쫓아내고 결과적으로 동네 특유의 개성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시아의 다른 도시들과 서울의 문제를 고찰해 보는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5.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연애란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7년에는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연애와 일상,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행복한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추천한다.
6.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고전을 한 권 추천하고자 한다. 역시 정치학, 문학, 철학, 미학 등 현재 학문 체계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특히 <정치학> <시학>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저술한 아리스토텔레스를 뽑고 싶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은 '좋은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공동체주의자들이 참조하는 철학이다.
7. <자본주의>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전형적인 문과 인간이라 그런지 경제학은 언제 봐도 어렵다. 하지만 경제학을 완전히 모르고 살기에도 갑갑하다. 그래서 초심자라도 쉽게 읽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을 고민한 결과, 이 책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개관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출간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학 서적의 기초를 쌓기 위해서는 여전히 읽히고 있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다. 정치, 시사 분야의 논객으로 유명한 저자의 전공 분야인 미학에서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간다. 조영남, 천경자 등 작년 한 해는 미술계의 문제가 화제가 되었는데 미술과 예술을 보는 관점을 얻기 위해서는 <미학 오디세이>가 적역이라 생각된다.
9. <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팀 라드퍼드
우주란 우리가 상상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부터 시작하여, 국가, 대륙, 지구, 태양계 그리고 우주로 그 범위를 점차 확대시켜가며 우주에 대한 물리학적 탐구와 '나'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융합시키려는 이 책의 시도는 흥미롭다.
1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말이 필요없는 20세기 문학의 금자탑 중 하나인 소설이다. 1960년대 전체주의 체제의 억압 아래에서 살아간 체코의 젊은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걸작이라는 점에서 지금 다시 읽어야 할 소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