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 오요나의 디지털 감성 포토 에세이
오요나 지음 / 무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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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외로움, 고독, 쓸쓸함과는 거리가 먼 씩씩한 여장부 같기만 한가보다. 활달한 성격과 더불어 시도때도 없이 "어차피 인간은 혼자야.",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아무렴 어때." 등 혼자임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뱉어내는 말들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인한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나를 한번 봐줘.','나에게 관심을 가져줘.' 라고 외쳐대는 나약하기만 한 내 모습을 발견 못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건 내 입장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처럼 외로움에 지쳐 있음을 잠시 망각했었나 보다. 오요나의 글이, 오요나의 사진이 그런 나를 꾸짖는 듯 하여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외롭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하늘 아래 외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 잘 지내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묵묵하고 따스한 미소를 띄워주면 된다. 언제나 우리는 희망쪽에 기대야 한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가엾이 여기며 동정하기만 했지, 정작 내가 먼저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을 발견하여 보듬어준 적은 한번도 없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다,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모른 척 한 것 뿐이다. 나의 아픔이 더 컸기에 그들의 아픔을, 외로움을 지나쳐왔던 것이리라. 따스한 미소 한번 이면 족했던 건데...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오요나의 글과 사진을 감상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과거의 나를 반성하기도, 칭찬하기도 하며, 추억에 잠시 빠졌다가 미래의 나를 떠올리기도 하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과 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포토 에세이집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잊고 있었던 추억, 불투명하기만 했던 미래의 모습, 소중하지만 무심했던 가족,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놓쳐 버렸던 수많은 이야기들... 그 모든 것들을 되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사진들이 솔직담백한 글과 함께 실려 있는 책을 보면 특별한 오라를 방출하는 것만 많아 괜스레 설레곤 했는데, 마찬가지로 오요나, 감성, 포토, 에세이, 희망, 봄볕의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초록이 가득한 표지... 이 모든 것들에서 빛이 나는 듯, 오래도록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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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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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극이라면 질색인 터라 모두가 한번쯤은 읽어 봤음직한 셰익스피어를 대표하는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래서 읽지 않았다. -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은 4대 비극에 들진 않지만, 내 좁은 사견으로는 비극이라고 생각하기에 - 심지어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그 유명한 영화도 보지 않았으니 비극 작품에 대해 내가 가지는 편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만하다. 그럼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은 훤히 꿰고 있으니 셰익스피어는, 읽은 사람도 없고 안 읽은 사람도 없다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됨은 당연지사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나눈 시간은 단 5일. 평범한 사람들이 한평생 한 두 번 겪기도 힘든 사랑에 깃들어진 격렬한 감정들을 그들은 단 5일만에 통달해버렸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겪은 사랑의 여로에 그다지 공감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사랑을 맹세한지 5일이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에 사로잡혀 사랑을 논한다는 것이, 그토록 열렬히 사모하던 로잘린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하룻밤 만에 줄리엣에게로 향하는 로미오의 가벼운 사랑이 미덥지 못한 것 모두 다.

 

시간과 장면의 전환이 빠르게 전개되는 희곡이기에 그만큼 읽는 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대표하는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서슴지 않고 주장하는 이들을 이해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긴 하다.

 

대사가 주된 표현이 되는 희곡의 특징을 차치하고서라도 셰익스피어의 미려한 문체는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를 향해 속삭이는 사랑의 언어들은 달콤하고 낭만적이다.

“ 천상의 모든 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두 개의 별이 볼일이 있어서 자리를 뜨면서, 돌아올 때까지 저희들의 궤도에서 반짝여 달라고 줄리엣의 두 눈에 간청하였구나.”

"아니, 맹세하지 마세요. 그대를 좋아하지만, 오늘 밤 이런 약속을 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지나치게 성급하고 경솔하고 갑작스러워요. ‘번개가 친다' 라고 말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번개를 지나치게 닮았어요. 잘가요, 내사랑.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무엇이든 무르익게 만드는 여름의 숨기운이 우리 사랑의 봉오리를 아름다운 꽃으로 피우길 바라요. 잘가요, 잘가세요. 내 속에 있는 것과 같은 감미로운 휴식이 그대의 마음속에도 찾아가기를."

 

탁월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치밀한 문장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대화를 찾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리고 그 운명이 내 안에 갇혀 있던 생의 기한을 만료시켜 때 이른 죽음이라는 비열한 벌금을 지불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염려되네.”

“나의 유일한 사랑이 유일한 원수의 집안으로부터 나오다니, 누구인지 알고 보니 때늦은 다음이구나. 증오해야 할 원수를 사랑해야 하다니. 조짐이 불길한 사랑의 탄생이구나.”

“천천히 가는 것이 지혜로우니, 서둘다가는 넘어진다네.”

“서두르면 천천히 가는 것만 못해.”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번역가 이윤기는 ‘퓌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와 ‘셰익스피어, 압축 파일 풀기’를 통해 배경지식이 전혀 없던 나조차도 그리스 문학에 흠뻑 빠진 셰익스피어가 퓌라모스와 티스베에서 모티브를 따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셰익스피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니 어찌 셰익스피어를 알아가는 재미에 흠뻑 젖지 않을 것인가.

 

하지만 이제 겨우 셰익스피어에 한 발짝 다가선 만큼 그를 더 많이 알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할 것임을 안다. 셰익스피어의 진정한 위대함을 깨닫게 되기까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작품들도 모두 섭렵하고 말겠다는 지금의 이 마음을 잊지 않도록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가까운 곳에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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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버스터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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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작가들의 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들의 책은 우리네 서점가로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오고, 또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미야베 미유키 역시 온다 리쿠와 더불어 일본 문학의 붐을 일으킨 인물이다. 일본에서 꽤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녀의 책을 기다리는 마니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의 팬이 될 거라 예상했기에, 유치찬란한 책 표지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택한 것이다.

 

헌데, 유치하기 그지 없다. 끝까지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결국, 그녀의 명성에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실망스러운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음 장을 넘겼다.

 

지구보다 과거일지, 미래일지 알 수 없는 테-라의 척박한 자연 환경과 인구 부족에 고민하던 연방정부는 인간의 육체에서 의식을 떼어내는 기계인 빅 올드 원을 만들어 인구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들은 임상실험을 위해 선발한 흉악한 범죄자 50명을 빅 올드 원으로 실험하던 중 폭발 사고를 일으킨다. 이 사고로 인해 테-라는 무질서와 혼돈이 난무하게 되고, 의식만 남게 된 50명의 범죄자들은 모두 지구로 도망친다. 이들은 육체를 갖기 위해 인간들의 꿈 속으로 침입해 그들의 의식을 지배한 후 육체를 빼앗으려고 하나, 이들을 잡기 위해 테-라에서 보낸 드림버스터라는 현상금 사냥꾼들의 추격으로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한다.

 

드림버스터인 셴과 마에스트로는 아직 잡히지 않은 10여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인간들의 꿈 속에 잭 인 한다. 인간의 몸과 마음이 약해진 틈을 노려 D.P들의 육체를 빼앗는 범죄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셴과 마에스트로는 D.P들이 자신이 나약해지게 된 원인을 찾게끔 유도한다. 그들이 현실에서 힘들게 고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게 되면 셴과 마에스트로가 그 틈에 기생해 있던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것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유치함 - 도입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 대신 뒷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며, 흥미진진하게 다음 장을 넘겼음을 시인해야겠다.

 

셴과 마에스트로가 어떤 D.P들을 만나 어떤 식으로 범죄자를 소탕하게 되는지, 셴과 악명 높은 범죄자 중 명인 셴의 엄마와의 만남이 어떻게 이뤄질지, -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새로운 사건을 만들고 또 해결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1,2권으로 되어 있는 줄 알았던 터라 가뿐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2권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싶어 발을 잘못 담근 건 아닌가 살짝 걱정도 된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스토리의 힘이 느껴짐은 물론이요, 재미만이 아닌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록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서가 아닌 SF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시점에서 그녀와의 첫 만남을 가져서 조금 아쉬운 감도 있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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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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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13호 캐비닛’에 대해 우아하고 낭만적인 상상을 떠올리는 짓은 일찌감치 집어치우기를 권한다. 그런 상상을 한다면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작가가 이래도 되나, 하지만 난 그가 시키는 대로 아무런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가 책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루저 실바리스의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도 그냥 ‘뜸금없네’ 라고만 생각했다. 그는 화산 폭발로 인해 사라진 도시 상피에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몇 십 년 동안 은둔의 생활을 하며 자신의 고향에 대해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희대의 거짓말쟁이다. 그렇다. 그는 거짓말쟁이다. 단지 그뿐이다. 그에 대해 더 이상의 상상은 작가는 용납지 않는다. 그러니 그에 대해 우아하고 낭만적인 상상을 떠올리지는 마라. 그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나도 그냥 넘어갔다.

 

백칠십팔일 동안 캔맥주만 마신 남자가 있다. 백칠십팔일 동안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드는 저녁까지 캔맥주를 마시는 생활을 반복하다 백칠십구일 째 되는 날 아침, 맥주 마시는 일을 그만둔 남자. 오로지 캔맥주와 땅콩만으로 백칠십팔일을 버티어온 남자. 그는 공기업의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직장인이지만,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한두 시간이면 처리할 간단한 업무를 끝낸 후 사무실 구석자리에서 화분처럼 조용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는 일을 하기 위해 고시원과 학원가를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고, 13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개껌이라도 질근질근 씹어먹고 싶은 무료함을 견디다 못한 그는 13호 캐비닛이라는 이상야릇한 세계로 발을 한 발짝 내딛게 된다.

 

그가 왼쪽에서 열세 번 째 놓여 있는, 유일하게 자물쇠가 달려 있는 13호 캐비닛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순전히 무료했기 때문이다. 단지 그뿐이었다. 딱히 이유가 있을 리 없었다. 그냥 심심했을 뿐이었다.

 

13호 캐비닛 안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믿거나 말거나’ 에 나와야 할 것 같은 특이한 사람들에 대해 기록해 놓은 파일들이 가득하다. 손가락에서 은행 나무가 자라는 사람, 고양이가 되고 싶은 남자, 남자의 성기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 매번 자신의 분신을 화장해야 하는 샴쌍둥이, 눈 깜짝할 새에 몇 달, 몇 년의 시간이 사라지는 타임 스키퍼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변화된 종의 징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칭하는 심토머들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공대리는 심토머들에 대한 파일을 읽기 시작한 후 심토머들을 연구하는 괴짜 권박사의 협박에 못 이겨 심토머들의 전화를 받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만나서 술 한잔도 기울이는 등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정리하고 보관하는 일을 7년간 계속한다.

 

그렇게 공대리를 통해 심토머들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 들려줄 것 같던 작가는 권박사가 병에 걸려 사망하기 직전부터 어이없게도 스릴러 첩보물로의 변화를 꾀한다. 모기업에 의한 협박과 납치, 고문 등 책의 장수를 늘리는 게 목적인 듯한 인상을 풍기는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 것이다.

 

기괴하고 섬뜩한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나와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유머러스하고 능청스러운 문장이 무척 유쾌하고 재미 있었다. 하지만 첩보물로 변하는 순간부터 늘어지기 시작한 이야기는 더 이상 재미를 유발시키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설득력이 약한 궁색한 결말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작가의 문학동네 수상작다운 면모는 소설 중간 중간에 나타난다.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토머들의 증상에 관한 기록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물을 보는 듯 허무맹랑하지만 공대리를 등장시킴으로 인해 현실적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고, 감칠맛 나는 작가의 재치 넘치는 글 솜씨와 새로운 인물들을 창조해내는 그만의 독특한 창의력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으로의 그의 행로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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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2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서 조금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창의력' 면에서 저도 점수를 높이 주고 싶었어요. 문학의 매력은 그런 데에 있는 것 같아요. ^^

얼음장수 2007-01-21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저런 이야기를 다 끌어왔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킥킥 거리는 웃음을 참아가며 읽느라 진땀뺐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ryuhwlove 2007-01-2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김언수 작가의 창의력~ 정말 높이 살만하죠?^^
얼음장수님~ 정말 그렇죠? 저도 웃음 참느라 진땀 좀 뺐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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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타자, 투수 그들을 지칭하는 용어 밖에는 없지만,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랬기에 2006년에 개최된 WBC 프로야구 코리안 시리즈에 열광하던 주변 사람들을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틈에 끼고 싶어 기웃 기웃거렸을 테니 말이다. 응원에 열을 올리던 그들을 쫄래쫄래 쫓아 다니며 "타율이 뭐야? 병살타가 무슨 말인데, 이닝은 뭐고?"   쉬지도 않고 질문을 해댔다. 그런 나를 귀찮다는 쳐다보면서도 알아야 야구 용어들을 나열해가며 열심히 설명을 해준 그들의 열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입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던 나는 야구가 어려운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헷갈려 하다 결국 야구에서 눈을 돌렸다그나마 다행인건 대신 손과 도구를 쓰는 다를 , 학창 시절 심심찮게 했던 발야구랑 비슷하구나 하는 야구에 대한 나의 견해를 간단하게나마 정의 내릴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내가 책에 관심을 가지게 순전히 나의 오만함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한 책을 여태껏 읽지 못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으니, 남에게 뒤지는 싫어하는 데다 욕심이 유달리 많은 나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지 않나 싶다. 나의 그런 성격을 찬찬히 살펴보자면 동안 읽은 책이 헤아릴 없을 만큼 많아야 정상일 테지만 실상을 살펴보자면 다른 독서 애호가들에 비해 명함도 내밀 정도로, 그야말로 세발의 피라고 하기에도 모자랄 만큼 수는 많지 않다. 그러니 책을 선택하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세울 없는 오만방자한 욕심쟁이의 되도 않는 자존심 때문이라고 있겠다.

 

각설하고, 이러한 연유로 책을 손에 들긴 했는데, 어랏,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야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니 당연하게도 야구 용어만 나왔다 하면 책을 뒷전으로 밀어버렸던 것이 원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진땀 꽤나 흘렸다. ,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야구 용어가 빼곡히 나와있는 야구 용어집은 절대 아니니까...

 

연일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우울과 절망이 가득한, 희망을 찾으려면 귀를 쫑긋, 눈을 희번덕거려야만 간신히 있을 정도로 빡빡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들 발버둥 치기에 여념이 없다. 쉬지 않고 달려온 만큼 즐겁고 행복한 미래가 보여야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으니 조바심이 더욱 열심일 밖에 없다. 삼미의 주인공인 ‘나’가 보여주는 또한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창 시절에는 일류대에 들어가기 위해 전교 1 자리를 고수하고, 일류대에 입학해서는 일류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린다. 그러다 일류 기업에 입사하여 한시름 놓나 싶지만 새벽 출근, 새벽 퇴근의 반복이다. 뒤를 돌아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주구장창 달리다 고개 들어 보니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는 떠나고, 회사에서는 정리해고를 당한 힘없는 ‘나’만 있을 뿐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제자리를 찾을 있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는 ‘나’를 보며 불알친구 조성훈은 말한다. “지면 어때?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 9 아웃에서 스트라이크 쓰리 상황을 맞이한 타자 같았어. 4 내내 그렇게 살았지? 조금 들어온 .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했겠지? 삼진이다, 끝장이다, 라고! 바보야, 그건 볼이었어. 그러니까 이젠 1루로 나가서 쉬란 말이야. 쉬고, 자고, 뒹굴고, 놀란 말이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 공을 끝까지 보란 말이야. 물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겠지. 어차피 세상은 한통속이니까 말이야. 제발 이상은 속지 . 거기 놀아나지 말란 말이야. 내가 보기에 분명 공은 이제 부디 삶을 즐기라고 던져준 ‘볼’이었어.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고,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는다”는 삼미의 정신을 이어 받은 조성훈은 ‘나’와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었다. 프로만이 살아남는 사회에서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삼미의 아마추어적인 정신과 실력은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거리였고, 같은 이유로 유년기 ‘나’의 인생에서 삼미는 수치스런 존재였다. 잠시 머문 동안 누구도 깨지 못할 수많은 기록을 세운 삼미가 해체되면서 ‘나’의 유년도 끝이 났다. 하지만 조성훈을 통해 되살아난 삼미의 느긋함이야 말로 ‘나’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것임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조성훈과 함께 삼미의 마지막 팬클럽을 창단함과 동시에 ‘나’만의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프로 야구에서 삼미는 그들만이 있는 노히트 노런의 어처구니 없는 기록, 최다 연패 기록 짜고 친다 해도 나올 없을 정도의 최하 성적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프로만이 대우 받고 살아 남는 사회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프로정신이 아닌 삼미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아닐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박민규 작가 특유의 재치로 가볍게 풀어나가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문장 문장 곱씹으며 쉴새 없이 웃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어찌나 아쉬운지 앞으로 넘겨 다시 읽기를 번이나 반복했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음에 다시금 속이 상했지만, 지금이라도 접하게 되어 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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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0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야구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었지만 이 작품 너무 즐겁게 보았어요. 덕분에 박민규 팬이 되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