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 오요나의 디지털 감성 포토 에세이
오요나 지음 / 무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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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외로움, 고독, 쓸쓸함과는 거리가 먼 씩씩한 여장부 같기만 한가보다. 활달한 성격과 더불어 시도때도 없이 "어차피 인간은 혼자야.",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아무렴 어때." 등 혼자임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뱉어내는 말들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인한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나를 한번 봐줘.','나에게 관심을 가져줘.' 라고 외쳐대는 나약하기만 한 내 모습을 발견 못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건 내 입장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처럼 외로움에 지쳐 있음을 잠시 망각했었나 보다. 오요나의 글이, 오요나의 사진이 그런 나를 꾸짖는 듯 하여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외롭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하늘 아래 외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 잘 지내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묵묵하고 따스한 미소를 띄워주면 된다. 언제나 우리는 희망쪽에 기대야 한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가엾이 여기며 동정하기만 했지, 정작 내가 먼저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을 발견하여 보듬어준 적은 한번도 없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다,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모른 척 한 것 뿐이다. 나의 아픔이 더 컸기에 그들의 아픔을, 외로움을 지나쳐왔던 것이리라. 따스한 미소 한번 이면 족했던 건데...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오요나의 글과 사진을 감상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과거의 나를 반성하기도, 칭찬하기도 하며, 추억에 잠시 빠졌다가 미래의 나를 떠올리기도 하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과 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포토 에세이집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잊고 있었던 추억, 불투명하기만 했던 미래의 모습, 소중하지만 무심했던 가족,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놓쳐 버렸던 수많은 이야기들... 그 모든 것들을 되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사진들이 솔직담백한 글과 함께 실려 있는 책을 보면 특별한 오라를 방출하는 것만 많아 괜스레 설레곤 했는데, 마찬가지로 오요나, 감성, 포토, 에세이, 희망, 봄볕의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초록이 가득한 표지... 이 모든 것들에서 빛이 나는 듯, 오래도록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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