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休
오원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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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대를 읽은 카피 문구 하나가 한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공감을 넘어 실행으로 옮겨지던 때가 있었다. ‘열심히 일한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서인지 떠나라의 정당성은 더욱 달콤하게 다가왔으며, 일상이 고단했던 만큼 일탈의 자유함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유효한 이 문구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무게와 더불어 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압축해 놓은 카피문구로 오래도록 사랑을 받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는 이제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을 넘어 제대로 쉬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시대로 넘어왔다. 치료를 의미하는 테라피와 달리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은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불완전한 상태가 전인적인 건강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뜻한다. 즉 치료가 과학적, 의학적 처치로서의 물리적 개념이라면 치유는 정서적 경험을 통한 자가 치유력을 내포한 영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힐링은 이제 텔레비전 프로그램명에까지 이용될 만큼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힐링이 수식어구가 되고 핵심 키워드가 돼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다양해지고 많아진 시대를 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문제는 과연 어떻게 쉬는 것이 제대로 된 힐링인가?에 있다. 스피드가 그대로 스트레스가 되는 시대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쉰다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는지, 쉬는 날이 주는 여유로움과 달리 정작 무엇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온전한 휴식이 되는지, 몸을 풀고 즐거움을 누리는 휴식과 전인적인 힐링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휴식을 취하고도 뭔가 허전함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온전한 휴식이라 부를 수 있는지 등등. 궁금해진다.

 

연 우리는 잘 쉬고 있는 걸까? 힐링의 시대에 던진 힐링스럽지 못한 물음표 하나가 제대로 된 에 대해 고민케 한다. 오원식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가 던진 물음이다. 어떻게 쉬는 것이 너와 내가, 몸과 마음이, 어제와 내일이, 과거와 미래가, 삶과 죽음이 온전한 쉼의 상태를 누리는 길인지를 묻고 있는 이 책은 책 제목과는 달리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역설적인 쉼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저 빈둥거리며 몸을 편하게 굴리는 것이 행복한 쉼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쉬는 명상을 통해, 면역성이 떨어진 근본 원인을 찾아내 스스로를 돌보고 치유하는 자연 건강 생활을 통해, 자연 병원으로 불리는 생태적 공간인 숲을 통해, 순수한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예술을 통해, 현실적 유토피아인 공동체를 통해 제대로 된 힐링을 이룰 수 있고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상은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고요히 쉬는 것으로 원래는 종교 수도자들이 절대자나 절대 세계와의 신비한 합일 체험의 방법으로 전수해온 것이라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명상법이 일반 대중에게도 소개되고 있으며, 굳이 전문적인 명상법을 배우지 않더라도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린 채 참다운 나를 만나는 통로로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 또한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외부에서 생기는 자극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에 따른 나의 반응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외부 자극에 따른 나의 반응을 조절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p28)

 

명상적인 삶은 욕망을 덜어내는 삶이며, 욕망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치워 정화할 수 있는 삶입니다. 명상하는 마음은 대상과 깊이 공감하는 시인의 마음이며, 생태적인 마음입니다. 모든 것에 내재한 영성을 보며, 타자에 대한 존중과 일체감을 느끼는 마음입니다.(p117)

상이 정신 건강을 위한 의 대표적 방법이라면 자연에 가까운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건강한 사람은 몸이 유연할 뿐 아니라 마음도 부드러워진다고 하지 않는가? 첨단 기기가 뿜어내는 전자파와 각종 화학첨가물이 난무하는 시대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수면시간까지 빼앗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원시적 삶을 제안할 수는 없어도 면역성이 떨어진 근본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자연 치유적 삶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삶을 가꾸는 것이기에 의미 있고 아름답다. 충분한 수면과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밥 한 그릇, 깊고 부드럽고 풍부한 좋은 호흡(), 일상생활 속에서의 꾸준한 움직임(운동)이야말로 내 몸을 온전히 쉬게 하는 바탕이 되는 셈이다. 

 

기에 약간의 시간이 난다면 새 소리, 시냇물 소리, 피톤치드의 향과 흙 냄새, 낙엽의 감촉,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등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숲길을 걸어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숲이야말로 인간의 자연복원력과 자기 회복력을 높여줄 수 있는 최상의 천연 치유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의 60% 이상이 숲인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126개의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 멋진 경관은 물론이거니와 숲의 심리적, 생태적 치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한다

우리 신체는 자연의 자극을 받으면 그에 따라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합니다. 육체와 정신이 이완되고 쾌감을 느낍니다.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력이 높아져 병이 잘 걸리지 않게 되고요. 이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반응입니다. 인류가 진화한 500만 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 속에서 살아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p216)

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며 읽은 부분은 즐거운 해방-예술 치유 이야기이다. 사실 순서와 상관없이 제일 먼저 펼쳐 본 부분이기도 할 만큼 쉼의 의미와 기능이 내게는 주로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치우쳐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기도 한 예술적 행위는 결과물로서의 작품 이전에 그 행위 자체를 하는 동안 즐기고 빠져드는 몰입의 에너지가 있기에 예술은 외적 기술을 넘어 내적 치유의 경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은밀한 개인의 일기에 이르기까지 내면의 무언가를 끄집어내 표현하고 감상하는 행위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내면의 치유 과정이니 거창할 것 없이 생활 주변의 예술적 행위에 주목해볼 필요성이 있다. 저자의 조언대로 표현은 감상보다 적극적인 치유행위라 하니 유명한 대가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기보다 서툰 손놀림이나마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기보다 일기라도 좋으니 직접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는 동안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고, 전체 속에서 부분을 정리하며 어느덧 통합적인 자기 인격과 만나는 회복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쁜 일상 속에서 짬짬이 읽어본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참 많은 것을 하는 의 진정한 의미와 방법 깨우쳐준 고마운 책이다. 이제 편안한 쉼의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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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프레젠테이션 처음이지?! - 현직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의 노하우가 담긴 'PT 잘하는 비법'
박민영.강지연.김연정 지음 / 시대에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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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낯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인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은 사전적 의미로는 듣는 이에게 정보, 기획, 안건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즉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발표라고 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굳어진 이미지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분야를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설명하던 화면이 뉴스 전반에 걸쳐 소개된 데다가 그에 관한 기사를 검색할 때마다 프레젠테이션하는 사진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용어는 기업 설명회와 같이 큰 규모에서 제품을 설명하거나 부서별 기획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시행하기 위한 장소나 시설 등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데다가 기획부터 구상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누구나가 쉽게 접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IT관련 기기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 내에서의 보고나 제안은 물론이거니와 학생들의 발표 수업, 취업준비생의 입사 면접, 각종 상담이나 토론 등에도 프레젠테이션이 활용될 만큼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PT를 활용한 업무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이에 대한 실용서적의 출간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현직프레젠테이션 전문가의 노하우가 담긴 『너, 프레젠테이션 처음이지?!』는 제목 그대로 초보자나 입문자들에게 적합한 'PT잘하는 비법서'로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준다. 뿐만 아니라 저자들의 다양한 현장 경험이 녹아있는 사례 및 Tip의 활용도에 따라 PT 전문가로 다져질 수 있는 충분한 재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 책은 프레젠테이션의 구조화부터 기획, 디자인, 리허설과 최종 점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발표, 향후 발표를 위한 피드백에 이르까지 일명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PT의 일생을 보여준다.  
특히 Part 1에서 전하고 있는 프레젠테이션의 장단점 및 실패하는 PT와 성공하는 PT, 전략적 구성법과 메시지 전달법, 서론·본론·결론 구성법 등은 PT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동기 부여 면에서 효과적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첫 스타트가 경기를 결정한다."는 우사인 볼트(단거리 육상선수)의 말처럼 오프닝 멘트는 비록 전체 구성의 5~10%에 불과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서론에서의 시작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집중도와 호응도가 달라지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광고비가, 취업생에게는 합격 여부가, 학생 입장에서는 성적 반영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변론처럼,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무대 위 배우의 연기처럼 체계적으로 준비된 이야기의 구조화를 통해 PT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책 구성의 시작부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절반부터 성공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중간 중간에 삽입된 Tip의 전문성이다. 그저 토핑처럼 멋을 내기 위해 얹는 수준이 아닌, 각 장마다의 스페셜 메인처럼 저자들의 현장노하우가 고스란히 용해되어 밑줄을 긋게 만드는 힘이랄까? PT관련 책이라면 기본적으로 들어있을 정보 외에 이 책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차별화된 깊이로 이론에 현장 기술을 더한 알찬 메뉴로 다가온다.
 
필자가 학원강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탓인지 개인적으로 Part 5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발표 중 '호감가는 목소리 만들기'는 발성의 이론적 토대 위에 발음 훈련을 위한 실습요령까지 다루고 있어 프레젠터와 유사하게 말하는 직업을 가진 이에게 유용한 실용팁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여러 모로 봤을 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나도 한 번 멋진 PT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라는 동기 부여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책이며, 현실적인 방법까지 친절하고 꼼곰하게 안내하고 있는 책이다.


프레젠테이션, 시대에듀,프레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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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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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가 주는 미세한 차이 때문일까? 차분한 찻집이나 시끌벅적한 술집과는 달리 카페라는 단어에서는 사람들 간에 주고받는 생기 있는 말소리 이외에도 색다른 문화적 활기가 느껴진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이런 생각에는 아마도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싶다.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자리한 우울한 카페가 어느 날 문득 찾아든 한 여인에 의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생기발랄한 카페로 거듭나게 됐던 것처럼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 역시 단순히 술이나 음식을 파는 가게를 넘어 마을 사람들의 단조로운 일상에 문화를 덧입히는 공간으로 카페가 등장한다.

 

시로부터 동떨어진 황량한 마을의 한 복판, 사료나 곡식, 코담배 등 생필품을 팔던 가게에 어느 날 흉측하게 생긴 꼽추 라이먼이 찾아든다. 자신을 가게 주인인 미스 어밀리어의 사촌이라 소개하는 라이먼의 등장은 이내 온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전 남편을 내쫓고 혼자 살고 있는 사팔뜨기 여주인인 미스 어밀리어는 한순간에 사촌이자 꼽추인 라이먼에게 반하게 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이간질로 싸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나 사교성이 좋아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라이먼으로 인해 평범했던 사료가게는 저녁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교장소가 된다. 본디 미스 아밀리어는 평범한 여성들과는 달리 180cm가 넘는 큰 키에 골격이 크고 힘이 넘치는데다 남자라고는 안중에 없는 듯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는 여자인데 그런 그녀에게 마을의 불한당인 마빈 메이시는 흠뻑 빠져 개과천선하기에 이른다. 온갖 못된 일을 일삼던 그가 교회에도 나가고 착실하게 일을 하는 등 사랑에 빠진 진정한 거듭남을 보이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미스 어밀리어는 그런 그와 결혼을 하지만 이내 열흘 만에 남편인 마빈 메이시를 내쫓았던 것이다. 이에 분개한 마빈은 또 다시 온갖 악행을 일삼다가 결국 교도소로 들어가게 되나 출소 후 앙심을 품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기괴한 일은 미스 어밀리어의 사랑 속에 풍족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던 꼽추 라이먼이 마빈 메이시에게 푹 빠져 그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게 된 것이다. 어밀리어는 사랑하는 라이먼을 잃을까 두려워 평상심을 잃고 마빈을 집에 들이는 위험한 동거를 하게 된다. 노심초사 불안한 날을 보내는 어밀리어와 달리 새로운 호기심과 열정으로 마빈에게 구애의 눈빛을 보내는 라이먼과 그런 라이먼을 짐승 보듯 경멸하면서도 어밀리어의 심기를 흐트려 놓으려는 듯 교묘히 이용하는 마빈. 결국 어밀리어와 마빈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어밀리어가 마빈을 제압하려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달려든 라이먼에게 의해 전세가 뒤바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패배로 끝나자 멍한 허탈감에 빠진 어밀리어는 이후 카페를 닫고 세상과 단절된 은둔의 세계로 들어가고 마빈과 라이먼은 마을을 떠난다.

 

으로 기괴한 사랑 노래요, 슬픈 발라드라 할 수 있는 이 이야기의 저자는 윌리엄 포그너와 더불어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 카슨 매컬러의 작품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었을 만큼 독특하고도 기묘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다섯 살에 열병을 앓고 몇 번의 뇌졸중을 거쳐 걷는 것조차 힘겨워진 저자는 육체의 고통을 오로지 정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듯 죽을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갔다 한다. 이 책에서도 보여주듯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평범한 세계관에 순응하기 힘든 소외된 영혼의 열망과 고독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가슴 아픈 상처와 순수한 열정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생생한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랑에도 다양한 색깔이 있고 무늬가 있다면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 어밀리어와 라이먼, 마빈이 보여주는 사랑은 언뜻 보기에 어둡고 탁한 색채에 갈기갈기 찢어진 흉터로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흉터 하나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싶다. 흉터 하나 없이 미끈하게 살아온 인생이 사랑으로 가슴 시리고 가슴 저려본 적이 있었겠는가? 그 어떤 빛깔이라도 사랑으로 마음을 내어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흉터도 세월이 지나 무늬로 새겨지는 법. 기괴한 인물들의 가슴에도 뜨거운 사랑의 젖줄이 흐르고 있음이 너무도 당연한데 무척이나 오묘하게 느껴지니, 독자로서도 색다른 호기심을 넘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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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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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운 이웃들의 사소한 모습에서도 섬세한 보석을 발견하는 능력이 있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도토리 자매>는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과정을 요란스럽지 않게 보여주는 힐링소설이다. 간결하고 재치 있는 문체 속에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삶의 단면들을 경쾌하게 보여주고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 속에는 일상이 배경임에도 동화와 영화의 중간계를 보는 듯한 묘한 글맛이 있다. 이번에 발표한 소설 <도토리 자매> 역시 단조로운 일상의 고백 속에 거창하지 않은 동화적 순수를 이중주로 전해준다.

 

다보면 가끔씩 익숙하고 가까운 사람보다 모르는 낯선 사람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기에 비밀이 비밀로 지켜지기 어려운 경우라거나 차마 말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가까움이 오히려 민망함이나 쑥스러움으로 작용해 얼버무리게 만드는 경우 등등. 그럴 때면 누군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숨겨왔던 비밀 내지는 들키고 싶지 않은 아픔에 대해 마음의 빗장을 열고 싶어진다. 그저 누군가 들어주기만 해도 좋은 넋두리부터 객관적인 조언이 필요한 고민까지 말이다. 적당한 거리가 주는 편안함은 때로 우리의 닫힌 입을,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관계의 조건이 되기도 하니까

 

구나가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이러한 바람을 누구에게든 메일을 보내고 싶은데, 아는 사람에게는 보내고 싶지 않을 때 마침 딱 좋은 존재(p8)’라는 콘셉트로 외로운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자매가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도토리 자매> 속 돈코와 구리코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견딜 수 없거나 무척 외로운 사람들에게서 편지를 받고 그들의 사연에 답장을 해주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물론 돈은 받지 않으며 답장은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보낸다는 철칙으로 말이다. 부모님과 삼촌,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연이어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 자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취지로 의기투합해 각자의 이름을 합성한 돈구리(=도토리)’ 자매로 활동하며 이메일로 외로운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받는다.

 

매라고는 하지만 생활 속에 드러나는 개인적 성향과 기질은 극과 극으로 나타날 만큼 확연히 다른 돈코와 구리코. 연애가 시작될 때를 좋아할 뿐, 결혼도 임신도 원치 않는 언니 돈코는 연애가 끊이지 않는 반면, 연애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는 동생 구리코는 반 년 동안 슈퍼와 DVD대여점, 책방, 스타벅스 외에는 간 곳이 없을 만큼 연애 자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폐쇄적 생활을 한다. 그러나 편지를 읽고 답장을 보내는 도토리 자매로서의 역할에 대한 둘의 애정은 누가 먼저라거나 높다 할 것 없이 세심하고 진지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여 이들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형식적인 답장이 아닌, 따뜻한 위로와 공감어린 조언 속에 힘을 얻는다.

 

난하지만 낙천적이고 유쾌했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성정과 사고 후 조카를 맡아 기르는 삼촌 내외의 따뜻한 인정, 그리고 무뚝뚝해 보일 정도로 과묵하지만 속 깊은 정과 지적인 낭만을 지닌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이들에게 두 자매가 물려받은 공통적인 삶의 유산은 관계의 따뜻함에서 오는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였을까?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삼촌댁에 맡겨졌던 이들 자매가 이후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데다 사회적 명망까지 갖춘 이모집에서 지내면서는 오히려 숨막히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은. 누구나가 부러워할 만한 갖춰진 조건 속에서도 무언가 부족한 상태에서 느끼는 생의 건강함을 되찾기 위해 결국 이모집을 나오게 된 데에는 돈꼬와 구리꼬의 혈관 깊은 곳에 온몸을 휘돌아 흐르는 자유 의지와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극도의 슬픔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봤기 때문에 남의 상처와 흉터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도토리 자매의 소소한 일상은 이메일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이어간다

      

을 읽다보니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도토리자매와 같은 사이트가 있어 잠 안 오는 밤, 불 밝히듯 마음을 밝힐 수 있는 공간이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고독한 현대인에게는 자기만의 밀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광장이 필요하다. 도토리자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형식상으로 은밀한 밀실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소통이 이뤄지는 광장이 되는 셈이며, 표면적 상담자는 돈코와 구리코이나 이들 역시 이러한 일을 통해 자신들의 내면을 치유해 가고 있는 피상담자가 되는지도 모른다. 도토리 자매는 밀실과 광장의 조화를 관계 맺기와 관계 유지의 장으로 지혜롭게 다룰 줄 아는 여성들이란 생각이 든다.

 

 

서없는 얘기를 두서없이 해도 좋을 대상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마음을 여는 데 경청만큼 좋은 기술이 또 어디 있으랴?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어 이메일로 사연을 받아 답장을 주는 도토리 자매의 순수하고 사랑스런 일상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만들어 주듯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오늘은 내가 한 번 도토리 자매가 돼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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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으로 가는 길 - EBS 명강사와 함께하는 SKY 고전 100선 비행청소년 1
이진희.김하규.김동린 지음 / 풀빛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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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최인훈의 광장’, 김만중의 구운몽’,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정지용의 정지용선집’, 고전소설 춘향전’,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비롯해 기타등등.

읽고 싶게 만드는 목록이 한가득이다선물용으로 포장된 과일 바구니의 탐스러움처럼, 달콤하고 상큼한 내음이 코끝을 자극하는 과일향처럼 EBS 명강사와 함께하는 SKY 고전 100<대학으로 가는 길>은 마치 동서고금의 고전들을 풍성하고 달콤하게 담고 있는 선물바구니 같다이미 읽어본 책이든 제목만 들어 익숙한 책이든, 아예 제목조차 낯선 책이든 먹어본 과일부터 안 먹어본, 또는 흔하게 맛볼 수 없는 과일이라도 입맛에 맞게 골라 먹듯 책의 어느 곳을 펼쳐도 맛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은 출판사 비행청소년의 야심작답게 열린 시각과 발칙한 상상으로 자유롭게 세상을 비행(飛行)하는 청소년 교양 시리즈물로 나온 고전안내 서적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는 해도 쉽사리 삼키기 어렵듯 고전이 삶의 지혜를 높이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채우는 데 시공을 뛰어넘는 교양서적이라고는 해도 쉽사리 소화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흥미위주의 가벼운 글이나 자기계발 류의 실용서적이 난무하고 있는 시대에 짧은 독서력으로 고전을 대하기에는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책 선택에서부터 읽기 방법까지가 만만치 않다. 그것은 고전이 담고 있는 의미가 단순히 문자적 해석이나 줄거리 요약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닌, 시대의 역사와 사상적 흐름, 인간의 근원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물음에 다가서는 앎과 깨달음에 기인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전이 당대에만 머물지 않고 시공을 초월해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 또한 같지 않을까? 시대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상황과 배경은 달라져도 본질의 유사성에는 변함이 없는. 

 

 

전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강조하지 않아도 고전 읽기의 필요성은 누구나가 공감하는 바, 특히나 대한민국 10대들에게는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예문으로 출제되는 고전 지문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독서와 토론, 논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적 요구에 과연 교과공부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에 고전 읽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시간적 여유는 둘째치고라도 어떤 책을 무엇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할지 몰라 호소하는 독자들에게 EBS 수능교재 집필진들이 모여 공동으로 펴낸 <대학으로 가는 길>은 학생들에게 궁극적인 대안은 아닐지라도 현실적 융통성으로 양질의 훌륭한 길라잡이가 돼주리라 본다. 굳이 입시를 염두에 둔 학생이 아니더라도 동서양의 고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이 책은 한 권으로 만나보는 동서양 핵심 키워드로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전통과 역사가 숨 쉬는 여행길에서 만난 친절하고도 박학다식한 안내자처럼 말이다.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첫 걸음으로 문학, 도전과 성찰, 시간 속 인간들에 대한 탐구 면에서 역사, 사회를 바라보는 합리적인 눈으로는 과학, 끝으로 사실과 현상에 대한 과학적 탐구 영역인 자연과학으로 나누어 총 100권의 고전을 소개한다. 작품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도록 작품 설명에 앞서 본문의 일부를 소개하고 있으며,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나 창작 동기, 당대의 유행사조( 또는 사상의 흐름), 책이 지닌 현대적 의미와 가치 등을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전달한다. 

 

 

인적으로는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훑어본 목록에 한국 고전이 무려 23권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 반갑고도 흐뭇한 심정이 들었다. 고전을 지나치게 서양문화와 사상에 치중한다거나 동양고전 역시 중국고전에 치우쳐 생각하기 일쑤인 독서풍토에 우리의 유구한 전통과 문화 속 빛나는 고전을 다수 품고 있음에 반가웠다. 내 것을 바로 알지 못하면 바깥 것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추종하는 습성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계하는 차원으로서도 말이다.

 

학을 알아갈수록 고전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철이 들수록 인생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재밌는 것은 고전이나 인생이나 어려울수록 깊이의 참맛을 제대로 알아가는 재미 또한 황홀하다는 것이다. 모쪼록 이 책이 그저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코스로써의 고전 해설서가 아닌, 인문학적 교양을 갖춘 사람으로서 삶의 바른 이치를 깨달아 가는 길잡이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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