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양양 고사성어 어휘력 일취월장 - 어휘력을 키워주는 알짜배기 고사성어 30 일취월장 국어실력 1
세사람 지음, 백명식 그림 / 다봄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국어든 외국어든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어휘력은 의사 소통을 위한 기초 공사에 해당할 만큼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 틀림없다. 예나 지금이나 영어 실력의 밑바탕을 다지기 위한 노력으로 학생들이 영어 단어 외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듯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준비 운동이자 심화 기술이기도 한 어휘력은 긴 시간에 걸쳐 쌓아가는 비장의 무기이자 언어 활용 능력을 위한 최고의 자산이다.

 

 

자문화권에 속한 탓에 어려서부터 수 많은 한자 어휘를 듣고 자란 우리에게 한자성어는 매우 가깝고도 친숙한 어휘인 동시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먼, 그저 어렵고 까다롭게만 느껴지는 부담스런 대상이기도 하다. 상황이나 문맥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기에 적절하면서도 언어의 깊이가 있는 장점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표의문자 특유의 어려운 접근성 탓에 많은 사람들이 배우기를 꺼려하고 활용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래선지 간단한 생활 어휘 몇 가지만 가지고도 충분히 의사 소통이 가능한데 굳이 배우기 어려운 한자성어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익혀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기도 한다. 강의 현장(국어강사)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의 반응은 이 부분에 대해 꽤나 회의적, 부정적이다. 영어 단어 외울 시간도 부족한데 국어 시간에 한자성어까지 테스트 한다는 게 심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 필요성 여부에 대한 공감이나 확신이 부족한 면도 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몇몇 학생들은 국어 시간에 왜 한자(한문)를 배우느냐는 비약된 질문을 던질 정도로 한자성어를 관용어나 동음이의어, 다의어, 속담, 명언처럼 생각과 정서를 보다 풍부하게 뒷받침해주는 어휘의 범주 중 하나가 아닌, 한문이라는 교과목의 범주로 오해하는 양상이 크다. 때로 백 마디 말보다 고사성어 한 단어가 모든 상황을 압축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음을 몇 가지 예로 들어가며 나는 아직까지도 매 수업시간마다 한자성어를 5개씩 테스트하고 있다. 어휘력은 결코 하루 아침에 책 한권으로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과 더불어 깊이 있게 음미해보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느긋한 표현으로 한자성어 활용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번에 다봄출판사에서 나온 동화작가, 소설가, 편집자로 구성된 '세 사람(저자 공동명)'이 엮은 『의기양양 고사성어 어휘력 일취월장』은 어려서부터 쉽고 재미있게 고사성어(한자성어 중 고사의 유래가 있는 것)를 익힐 수 있는 또 하나의 반가운 책이다. '세 사람이 가면 그중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에서 공동 저자명을 따온 글쓴이들의 재치있는 이름 풀이가 책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다.

책의 구성은 '노력, 공경, 존중, 마무리, 성장, 순리, 위기, 준비성, 배신, 이중성, 경박, 상식, 정직, 욕심, 의리, 공감, 겸손, 재능, 결단, 집중' 등등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상황과 감정이 5장의 큰 주제 아래 묶여져 있다. 개인적으로 고사성어마다 활용되는 각각의 상황을 핵심 주제어로 간략하게 짚어준 점은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인 초등학생을 크게 배려한 저자의 멋진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기껏 고사성어를 공부하고 암기했어도 정작 어떤 상황에 어떤 식으로 써야할지를 모른다면 헛고생한 것밖에 되지 않겠는가? 기능에 충실하도록 활용 유형과 방법을 키워드로 간략하게 제시해준 것은 습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활용으로 이어지는 훌륭한 안내자 하나를 덧붙여둔 것과 같다.

각 장마다 소개하고 있는 각각의 고사성어는 고사성어에 얽힌 유래를 친근한 이야기체로 풀어가고 있으며, 고사성어가 지닌 상황적 의미와 고사 성어를 이루는 낱낱의 한자, 짧은 문장 속 고사성어 활용, 신문 기사 속 고사성어 활용, 비슷한 말/반대말/따로 쓰는 말 등 실생활 속에서의 활용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그림은 초등학생들이 동화책 읽듯 자연스럽게 책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또 하나의 나침반이 되고 있으며, 책 뒷부분에 편집해놓은 '알짜배기 고사성어 30'도 책에 수록되지 않은 다양한 고사성어들을 추가로 찾아볼 수 있도록 보충해놓은 곳이다.

 

 

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 수록된 고사성어가 30 개로 이루어진 점인데, 어휘력 향상을 위한 고사성어 본연의 기능 면에서 좀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 후에 시리즈로 다음 편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권당 4~50 개 정도는 소개돼야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을 익히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양적 소개 면에서 아쉬운 것은 가격대비 가치를 염두해두는 소비자의 일반적인 심리가 아닐까?

 

 

래도 흥미로운 접근과 교육적인 내용이 다양한 시도 속에서 시대에 맞게 출간되고 있음은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온갖 애매한 신조어와 자모음을 줄여쓰는 통신어의 범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일취월장하는 고사성어 실력으로 의기양양해지는 모습을 상상해보며 이번 서평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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