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섹스, 그리고 사랑
틱낫한 지음, 신소영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님이 말하는 섹스와 사랑이라?  

왠지 자연스럽게 연상되지 않는 단어의 연결이다.

저자가 금욕적인 생활 속에서 정신적인 도를 구하는 종교 지도자라는 신분 때문인지 다소 선정적인 제목이 우선 눈길을 끌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내용은 수행자의 마음 다스리기처럼 차분하고 고요하다.

섹스라는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본질적으로 진실한(또는 성숙한) 사랑을 논하는 책이라 보는 게 맞다.

가볍게 만나 쉽게 헤어지는 쿨한(?) 시대에 전 세계의 정신적 스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이 들려주는 참된 사랑법은 무엇일까?

 

마치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는 원숭이와 같이 인간도 애욕의 감옥을 이곳저곳 옮겨 다닌다.(p9)   

 - 애욕망경 9절  

 

애욕의 뿌리는 깊고 견고하다. 나무를 잘라버릴 수는 있지만 가지와 잎은 다시 돋아날 것이다. (p40)     

- 애욕망경 8절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것은 그 덧없음을 꿰뚫어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지한 우리는 그 형상이 좋고 아름다운 것이라 여긴다. 겉모습에는 진실되거나 영속적인 가치가 담겨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p63)      

- 애욕망경 16절 

 

 

욕망을 뒤에 내려놓고 애욕을 좇는 길에 신경을 쓰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애욕의 그물을 찢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하면 어떤 것도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p151)

- 애욕망경 21절

 

 

'욕망경'은 올바른 사랑에 대한 부처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경전으로 첫 번째 글자인 '애(愛)'는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되지 않은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을, 두 번째 글자인 '욕(慾)'은 갈망과 탐욕, 욕망을 말한다. 그러므로 '애욕'은 '욕망이 담긴 사랑'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부처가 수도승을 대상으로 가르치고자 한 마음수양법이었으나 가벼운 인스턴트 사랑에 점점 익숙해지는 현대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가르침이다.

 

랑이 집착의 옷을 입게 되면 상대방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고, 사랑이 감정에만 충실하게 되면 상대방을 제대로 알기 어렵게 된다.

스님은 남녀가 서로 진실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육체적, 영적으로 온전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육체적 친밀감이 감정적 친밀감과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기에 성적 친밀감은 서로에 대한 교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영적 수준의 공감이 더해졌을 때라야 성숙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감정적, 영적 친밀감이 없는 섹스는 공허할 뿐이며 진실한 사랑이 없는 성행위는 외로움만 더욱 부추길 뿐이니 타인이 아닌 자신의 마음 속에 안식처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을 권한다.  

 

리는 외로움을 느낄 때 쉽게 사랑에 빠진다.

아니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감정에 빠진다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인지 모른다.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힘들 때 빠르게 다가온 사랑은 실체는 없고 이미지만 열정으로 포장되기 쉬운 법이다.

관계가 지속될수록 실체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은 크게 벌어질 것이며 결국 서로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 스님은 진정한 영적 동반자란 당신이 찾아 헤매던 아름다움과 사랑을 당신 내면 깊은 곳에서 찾아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임을 조언한다.

 

스컴은 물론이거니와 손 안에 들어온 인터넷 세상 속에서 상품화된 성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변심한 애인을 찾아가 해꼬지를 하는 흉흉한 기사가 종종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요즘 시대에 자신만의 만족을 위한 이기적 사랑이 아닌, 서로에게 진실한 사랑을 얻기 위해 스님의 마음수행법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지혜의 명상과 욕망 다스리기, 내 안의 나에게 집중하기, 고통을 이해하고 나누기, 서로에게 깊게 뿌리 내리기 등 마음 먹기에 따라 충분히 연습이 가능한 일들로 말이다.

 

트남에서는 결혼한 부부가 서로를 '나의 집'이라 부른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호칭이 '나의 집'이라니, 얼마나 황홀하고 멋진 말인가? 

이 책은 어쩌면 사랑이 욕망이 아닌 안식처가 되는 법을 핵심으로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식처를 얻기 위해, 안식처를 가꾸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한 유용한 힌트가 부록으로 실린 '마음챙김 수행법'에 실려 있으니 꼼꼼하게 챙겨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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