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데보라 잭 지음, 이수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신은 '생각한 다음 말하는가? 말하면서 생각하는가?', '혼자 있을 때 기운을 얻는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기운을 얻는가?', '일대일 토론과 집단 토론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가?', '생각과 계획에 초점을 두는가? 사람과 사건에 초점을 두는가?'

이 책의 출발은 자신의 성격 유형(외향적/내향적)을 바르게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표지에서부터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대상을 코믹하면선서도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데보라 잭의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은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책이다.

물론 시끄럽다는 것은 내향적인 성향과 다른 외향적 성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세상을 빗댄 말이며, 인간 관계와 세상과의 소통에 다소 어눌한(?) 듯 보이는 내향적인 입장에서의 일방적인 표현일 뿐이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며 활동적으로 보이는 외향형에 의해 인도되어지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자인 데보라 잭은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성공한 컨설던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리더십과 소통에 관한 분야의 강의로 많은 이들에게 실천적 영감을 제시해주고 있는 인물이다. 보통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한다고 하면 상당히 외향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라는 선입견을 갖기 마련인데 저자는 의외로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으로 본인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런 보편적 선입견을 깨기 위해 내향적인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소통의 강점들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곳곳에는 자신의 성격 유형을 점검해볼 수 있는 테스트 항목이 제시되어 있으며, '핵심체크'를 통해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소통 전략이 자신만의 강점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스스로가 기입해보는 란도 제공되어 있다. 수많은 강연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압축해놓은 '현장수첩'은 실제로 생활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외향형과 내향형의 행동 특성을 공감지수 높게 정리해놓은 책갈피이기도 하다. 사례를 읽다보면 평소 자신의 행동 유형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점검하게 되며, 자신과 다른 유형에 대한 행동 방식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여유가 생겨난다.

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겨진 부분은 각 장마다 가볍게 응해볼 수 있는 '퀴즈'란인데 성격 유형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짧은 질문 속에 함축적으로 담아낸 매력이 있다. 예를 들면, '왜 설문조사를 하면 내성적인 사람의 숫자가 외향적인 사람보다 훨씬 적을까? (답 : 내성적인 사람은 애초에 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 외향적인 사람들은 타고난 소통의 달인이므로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답 : 그렇지 않다. 외향적인 사람들도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그들의 모든 인간 관계가 깊이 있게 유지되는 건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다.) / 왜 내성적인 사람은 완벽주의 성향이 있을까? (답 : 내면에 집중하여 깊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등이다.

을 읽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영역에 '내향적인 성격'의 굴레를 씌운 채 그들의 성향을 능력으로 결부시켜 오해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비사교적이며 숫기가 없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거나 비밀스럽고 무뚝뚝해보이며 고립되어 있다, 는 일반적인 편견에 대해 저자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 이미지 뒤에 숨겨진 긍정적 본성을 '잔잔한 물이 깊다'는 가치로 드러낸다. 선천적으로 독립적이며 외면보다 내면의 가치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데다 감지하기 힘든 비언어적 면까지 파악할 수 있는 놀라운 관찰력을 지니고 있어 신중함과 꼼꼼함까지 갖추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일에서의 능률 및 관계의 소통에서 뛰어난 장점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점이 그러하다.

격 유형과 상관없이 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최대의 수확은 '황금률'보다 '백금률'이 관계 유지를 위한 소통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에 비해 백금률은 '상대방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선한 의도로 친절을 베풀고 적극적으로 다가갔음에도 상대방이 뒤로 주춤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면 이는 무례함에서 오는 반응이 아닌 외향형과 내향형의 차이에서 오는 자기 표현 방식일 뿐이다. '남도 나 같으려니..'라는 일방적 기대보다 '그(그녀)는 나와 다를 수 있으니..'라는 배려에서부터 백금률의 의사소통은 출발한다. 외향적인 사람에게는 의례적인 인삿말 생략도 무심함으로 비춰질지 모르나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일상 생활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이 꼬치꼬치 캐묻는 피곤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관계의 어색한 소통을 줄이고 싶다면 누구나가 당장 적용해볼 만한 훌륭한 방침이다.

목만 보면 '내향형'에 초점을 두고 씌어진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겠지만 막상 읽다보면 외향형이든 내향형이든 중간형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 자신을 먼저 바르게 알고 타인을 이해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이므로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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