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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학교에 가다 ㅣ 미니 미니 1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미니는 또래보다도 키가 월등히 커 원래 이름인 '헤르미네'보다 '키다리 아가씨'로 더 많이 불리는 여자아이랍니다.
미니보다 두 살 위인 오빠 '모리츠'는 미니가 싫어하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키가 크고 깡마른 미니를 아예 '작대기'라고 부른답니다.
(어디서든 철 없는 오빠와 새침데기 여동생의 캐릭터는 늘상 존재하는 커플인가 봐요.^^)
할머니가 의사에게 키가 그만 자라게 해주는 약이 있는지 물어볼 정도로 미니의 큰 키는 가족 모두에게도 예의주시할 만한 관심거리입니다.
그런 미니에게 큰 키보다도 더 걱정스러운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익숙하게 보낸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입학할 때가 다가온 것이지요.
학교에 다니고 있는 모리츠 오빠가 숙제를 하느라 끙끙대는 모습을 보거나 학교에서 돌아와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자신에게 '못되고 악랄하게' 군 선생님들을 얘기할 때마다 미니는 9월 입학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답니다.
게다가 유치원 친구들이 많이 다니게 될 '캐퍼' 학교를 마음에 두고 있는 미니와 달리 부모님은 모리츠 오빠가 다니고 있는 '슈넥' 학교가 가는 길도 위험하지 않고 등하교 하기에도 편하다며 '슈넥'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한답니다.
고민 끝에 미니는 가족들의 제안에 따라 빨강 구슬과 파란 구슬 중 하나를 뽑아 학교를 결정하게 되지요.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는 모습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닮고 싶은 태도이기도 합니다.^^)
빨간 색 구슬을 꺼낸 미니는 결국 가족들이 원하는 '슈넥' 학교를 가게 되는데, 이때 미니가 마음 속으로 뱉은 말이 가관입니다.
'온통 모르는 아이들보다는 신호등 없는 교차로 두 개가 훨씬 덜 무서운데!'(p.21)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아이에게 신호등 없는 교차로 건너는 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낯선 사람들 틈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현실임을 적나라하면서도 재치있게 담아낸 명대사라고 할 수 있지요.
어쨌든 슈넥 학교로 결정된 이후 미니에게 남은 또 다른 걱정거리는 누가 미니 반의 담임선생님이 되느냐는 겁니다.
엄격한 슈타르 선생님과 불공평한 스메칼 선생님 중 과연 어느 분이 미니 반의 담임선생님이 될지를 두고 무거운 상상을 하다가 드디어 입학식 첫날에 담임선생님을 첫 대면하게 되는데 모리츠 오빠가 알려준 바와는 달리 자상하고 친절한 후버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학교에 대한 온갖 공포와 불안은 미니가 직접 경험하고 부딪치는 현실 속에서 하나 둘 긍정과 안심으로 바뀌고 마침내는 학교에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학교를 좋아하게 되지요.
미니의 입학식을 둘러싼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도 눈에 띄는데 특히 미니와는 취향이 극단적으로 다른 할머니가 손녀의 입학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손수 지어준 원피스 소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재치있는 배려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가족의 품 안에서 배울 수 있는 협동적 지혜란 무엇인지를 따뜻하게 보여주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가정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첫 교육의 장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는군요.
미니하고는 달리 또래보다 키가 작아 고민인 제 아들 녀석이 이 책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요?
아마도 키가 큰 사람도 작은 사람 못지않게 고민이 많다는 상대성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크든 작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가운데 낯설지만 새로운 사회에 조금씩 다가가는 법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내용 같지만 넓게 보면 기존의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모든 이에게 전하는 메세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