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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와시다 고야타 지음, 김정화 옮김 / 와우라이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인 조카의 진로를 두고 언니에게 상담전화를 받았습니다.
제 직업이 학원강사이다보니 다년간 입시를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는군요.
고3이 코앞인데 그저 막막하기만 한 상황으로 진로탐색과 관련된 전공 분야는 무엇으로 결정해야 할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의 조화는 어느 지점에서 맞추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서요.
이것저것 점검할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았습니다만, 내신 관리나 과목별 성적보다 더 큰 문제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거나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아예 모른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아직 '하고싶다'라는 특정 분야를 절박하게 느낀 적이 거의 없기에 조카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에서든 망설여진다고 하더군요.
눈에 띄게 잘 하는 분야가 있거나 특별히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선택의 폭을 좁혀나갈 수 있으련만, 이도저도 아닌 경우는 정말이지 무엇을 1단계에 놓고 기준을 잡아야할지 막막할 수밖에요.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돼서 그런지 무척이나 반갑고 기대가 되더군요.
꼼꼼하게 읽어본 후 중요한 포인트를 정리해 조카에게 조언을 해주리라 마음먹었으니까요.
비단 조카만의 문제가 아닌, 40줄에 들어선 제 자신도 늘 이 문제로 고뇌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펼쳐 읽었음에도 평점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소득이 적었기 때문일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개인적으로는 목차 구성이 몹시 알차고 체계적으로 느껴져 실질적인 문제 파악과 방향 제시를 기대했는데 막상은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항들의 열거에 그친 듯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게다가 번역서 특유의 오타도 군데군데 발견돼 예정된 출간날짜에 촉박하게 맞춘 느낌이랄까요?
제 개인적인 독서 습관인지라 늘상 책을 읽으며 오타 표시를 해두고는 하는데 이 책에는 발견 오타가 좀 많더군요.
혹 제가 잘못 이해해 올바른 표현을 무리하게 바꿔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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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p.27 : 않을까? - 아닐까? / p.36 : 선수도 - 선수로 / p.43 : 여전히 사람이 - 사람이 여전히 / p.49 : 작은 따옴표 하나 빠짐 / p.75 : 내용이 - 내용을 / p.110 : 지술 - 기술 / p.112 : 뭐든 시작하지 않는 - 뭐든 시작하는 / p.140 : 하던 하지 않던 - 하든 하지 않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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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한쪽으로 제껴둘 만한 책은 아닙니다.
익히 알고 있다 해도 깊이 깨닫지 못해 가벼이 흘려보내는 숱한 상식들을 저자는 '톡' 쏘는 소스를 곁들여 독자 앞에 10 part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구체적인 사례와 진단까지 첨가한 메뉴얼 체계가 독자 입장에서는 '나는 어느 유형, 어느 사례에 가까운 걸까? 고민하게 만듦도 이 책의 유용한 효과 중 하나일 겁니다.
특히 part 4에서 들려주는 '하고 싶은 일을 모르는 걸까? 알려고 하지 않는 걸까?'는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대로 '하고 싶은 일 찾기를 미루고 있는 것(p.68)일 수도 있으며, 쉽게 '모르겠다'는 말을 내뱉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떨쳐 일어나려는 의지가 약한(p.74)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하고 싶은 일'을 수 년째 머리 속에 막연히 밑그림으로만 그린 채 색칠하는 데는 늘 상황을 핑계대며 미뤄왔으니까요.
정작 '지금 하고 있는 일'과의 현실적 비교 속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용기를 못 내고 있었으니까요.
'최소한의 것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모르겠다는 것은 지적 태만일 수도 있다(p.76~77)'는 저자의 지적대로 학생은 학생으로서의 최소한이라는 범주를 학교생활과 학업으로, 직장인은 직장에서의 업무 능력 향상과 자기계발로(혹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직을 위한 적극적 교육 투자로), 구직자는 다양한 정보 수집과 적극적인 구직 활동으로, 각자의 위치에 맞게 접근하고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혹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무엇을 우선으로 두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분들께 저자의 생각 분류법을 소개해주고 싶습니다.(책 속에서는 이런 의도로 씌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이해하고 '하고 싶은 일'에 적용해보니 딱 들어맞더군요.)
'먼저 모호한(obscure) 것과 분명한(clear) 것을 구별하고, 분명한 것에서 혼란스러운(confused) 것을 구별한다.'(p.70)
가령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청소년상담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문구점, 청소년 공부방 봉사, 문화재 해설가'라면 이중에서 해도 그만이거나 안 해도 어쩔 수 없다 싶은 모호한 것인 문구점, 공부방 봉사, 문화해설가' 등을 일차적으로 빼버립니다.
그런 다음 꼭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니면 관련 분야라 그저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것 뿐인지 혼란스러운 대상을 정리합니다.
평소 심리학과 철학 분야를 즐겨 읽고 관심을 두고 살아서인지 막연하게 꿈의 한 분야로 저장해놓고 살았는데 사실 '심리학자'는 그저 '유희'에 가까운 독서 영역일 뿐, 현실적으로 간절히 바라고 꿈꾸던 꿈의 영역은 아니었음을 이참에 점검해보게 되더군요.
책이란 게 저자의 손을 떠나면 수용자에 따라 다르게도 읽혀진다고 하는데 이 책이 이런 면에서 제게는 그렇군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나 금세 이르지 못하고 헤매거나 길을 찾지 못해 좌절하는 사람에게는 part 6이 심리적 위안이 되주리라 봅니다.
'헤매고 보람 없이 되돌아온다 해도 모조리 허탕은 아니다.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는 길 하나는 알아냈기 때문이다.(p.117)'
에디슨은 전구 하나를 발명하는데 무려 2천 번 정도의 실패를 거듭했다고 하죠?
그렇게 힘든 연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에디슨은 '그래도 전구를 만들지 못하는 방법 2천 가지는 알아냈으니 소득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죠?
실수를 즐기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달아도 두 번 다시 헤매지 않기 위해 바로 돌아서지 않고 걸어온 길을 탐색해보는 여유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이 책에서 얻은, 마음에 위안이 되는 구절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어차피 고생할 거라면 좋아하는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이왕 힘들게 할 일이라면 자기가 선택한 일이면 좋겠다. 이게 기본이고 이게 솔직한 심정이다.왜일까? 자기가 선택했기 때문이다."(p.137)
하고 싶은 일은 시간이 없고 몸이 피곤해도 스스로가 원해 쪽잠을 자면서도 견뎌내지만, 하기 싫은 일은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내일로 미루고 있음을 생활 속에서 종종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