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 무엇이 내 행복을 훼방놓는가?
매릴린 케이건 & 닐 아인번드 지음, 서영조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리 속담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으로, 사람들은 자칫 그 대상을 타인으로 제한하려 들지만 정작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은 자신의 속마음이 아닐까 싶다.

어렵고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에 빠져 정작 '본심'은 덮어두고 그럴싸한 합리화로 포장된 '진심'을 말하고 있음을 나 또한 종종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이 상처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소극적 외면으로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황처럼 슬픔이 극도로 오른 상태에서는 누구나가 일시적으로 죽음 자체를 부정하는 '자기방어'가 나타나는데 이는 보편적인 경우인 데다 특수 상황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현실 감각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배우자의 부정한 관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끊임없이 자기 세뇌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면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볼 겨을도 없이 상황은 극도로 치닫고 결국엔 상대방과의 관계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다.

이처럼 이 책은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자기 방식대로 벗어나려는 인간심리인 방어기제에 대해 그 정도와 문제성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목에서부터 묘한 끌림을 느꼈던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은 심리학의 범위 중에서도 외부의 공격에 대한 자기 방어적 심리 작용에 관한 책으로, 본심을 가리는 마음의 보호자(방어기제)를 '부정/투사/합리화/지성화/유머/전치/승화/지연행동/이타주의/소극적 공격성'의 10가지 범주로 다루고 있다.

공동 저자인 '메릴린 케이건'과 '닐 아이번드'가 40여 년간의 임상 실험을 통해 정리한 책인 만큼 부정적 방어기제 각각의 의미 및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제시와 더불어 자가진단 테스트 항목, 치유를 위한 노력 방법 등 마음을 다스리는 실용적인 레시피들로 가득 찬 책이다.

이 책에서 간추린 '본심을 가리는 마음의 보호자(방어기제 )10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부정 - "난 괜찮아, 우린 괜찮아, 모든 게 괜찮아"

불안감을 줄이고자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는 전술로, 가장 원초적인 방어기제

2. 투사 - "내가 끔찍한 게 아니야. 당신이 그래."

받아들일 수 없거나 충격적이거나 당황스러운 생각, 기분, 충동 등을 불안감을 덜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

3. 합리화 - "그건 나한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느낀 실망감, 분노, 상처받은 기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난해하고도 논리적으로 보이는 변명으로 덮는 것

4. 지성화 - "슬프고 두려운 감정을 억누르고 이론적, 논리적으로 생각해!"

고통스럽고 불편한 사건이나 생각과 관련 있는 감정들을 해명하여 없애버리기 위해 단어, 정의, 이론적 개념 등을 이용하는 것

5. 유머 - "분위기가 불편하거나 어색해? 그럴 땐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거나 특정 상황에서 괴롭거나 불편한 기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웃음과 농담, 특히 풍자와 아이러니를 이용하는 것

6. 전치 - "A때문에 불쾌한 이 기분을 누구에게 풀지?"

놀랍거나 굴용적이거나 불쾌한 기분과 충동을 좀 덜 위협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에게로 돌리는 것

7. 승화 - "편치 않은 욕구나 감정을 남들이 인정할 만한 활동에 쏟아부어!"

자신 혹은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이나 기분을 용인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꾸는 것

8. 지연행동 -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돼~"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내면의 고민을 피하기 위해 시작하거나 완료해야 할 일 혹은 행동을 미루는 것

9. 이타주의 - "내 존재의 의미는 남을 위해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회피하기 위해 시간이든 돈이든 에너지든 자신의 것을 남에게 헌신적으로 바치는 것

10. 소극적 공격성 - "A가 방심하고 있을 때 미소를 지으며 분노를 터뜨려"

분한 마음이나 적대감, 상처받은 기분을 관련 없는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렇다고 해서 방어기제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성숙한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배려한 차원에서 자기 감정을 조절하고 전체의 조화와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낮추거나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할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처럼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듯이 방어기제를 과하게 사용할 경우 자신의 삶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돼 결국엔 자기정체성에 회의감마저 들 수 있기에 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감정을 외면하다 보면 상황을 바르게 보지 못 하게 되고, 상황을 바로 보지 못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자기 보호막처럼 방어기제를 자주 사용하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경우 자기 학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무엇이 내 감정, 내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지, 무엇에 솔직해지지 못하는지, 무엇에 약하게 작용하는지 자신의 속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자기 치유가 필요한 것이 결국엔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지름길인 것이다.

을 읽다보니 나는 '유머'와 '승화'라는 방어기제를 줄곧 사용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어색하거나 불편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시도하는 '유머' 속에는 나 자신이 억압받았던 상황이나 기억에서 도피하고 싶은 방어기제가 작용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호통의 민망함에서 탈피하고 싶은 욕구가 감정의 이완을 불러일으키는 '유머'로 변형되어 나타났으며,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나름의 긍정 요소를 찾아 '승화'의 쾌감을 누려보려 애썼던 것 같다.

자가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마음이나 감정을 드러냈을 때 마음이 상처받거나 다치는 것이 두려워 방어기제를 사용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 상황을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에서, 사랑에서 번번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p.5)'고 짚어주었듯이 행여 그간에 내가 사용해온 방어기제가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보호막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떠올려본다.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거나 타인을 배려한 방어기제와 달리 타인을 의식한 방어기제는 자신에게 또 다른 피해의식과 자책으로 다가와 본심과 다른 진심으로 전해져 스스로를 얕은 회의감에 빠트릴 수도 있으며, 상대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음을 깨달아 건강한 자아 들여다보기가 가능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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