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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일 노트 - 쓰기만 해도 인생이 풀리는
기적의 일 노트 보급위원회 지음, 김민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인 독서 취향상 자기계발서나 성공 관련 서적, 올백비법, 무슨 분야 몇 %안에 드는 노하우 등등의 책을 꺼려오던 내가 이 책에 호감을 보이게 된 건 순전히 '쓰기만 해도 인생이 풀리는'이라는 부제 탓이다.
무엇가를 끄적거리며 쓰는 행위가 오래 전부터 생활화, 습관화돼 있는 내게 '쓰기만 해도 인생이 풀리는 기적의 일 노트'라는 제목은 보는 순간 일기와 같은 형식에서 찾을 수 있는 자아성찰의 힘이 번뜩 떠올라 신선한 반가움을 주었다.
대개 이런 류의 서적은 잡다한 이론이나 현상, 또는 과장된 경험을 섞어 뻔한 내용을 새롭게 포장해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저자가 제시한 관계 개선의 힌트가 아닌, 독자 스스로가 대안을 찾아가는 방법 제시라는 점에서 일단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것도 하루 일과 중 유쾌한 일이 아닌 불쾌한 일을 그저 쓰기만 해도 인생이 풀린다니, 얼마나 흥미로운 제안인가?
현대인은 가족과 친족, 이웃의 범위를 벗어나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직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가장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른 성격과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지위와 역할 속에서 보내는 집합체이다보니 누구에게나 크든 작든 직장 내 스트레스가 하나 둘 쌓이게 마련이고, 스트레스는 불쾌를 넘어선 분노로 이어져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오기도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삐걱거림, 그것이 공적인 업무에서 비롯된 갈등이든 사적인 호감도에서 발생하는 거리감이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에게 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함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둘 이상이 모이면 갈등이 조성되고 셋 이상이 모이면 분파가 생겨난다는데 과연 이 속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일들을 현명하게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사장은 사장대로, 경비원은 경비원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어려운 일, 피곤한 일, 답답한 일, 속상한 일, 화나는 일 등등을 '불쾌한 일'이라 통틀어 표현하고 있다.
수시로 말이 바뀌는 상사, 쓸데없는 회의와 지나치게 많은 보고서, 직장 내 통용되는 무의미한 관습,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독재형 상사, 동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 터무니없는 실적이나 성과를 강요하는 상사, 회사의 열악한 경영 상태와 낮은 장래성 등은 젊은 샐러리맨의 직장 스트레스 원인에 오른 Top10 중 일부이다.
이와 같은 불쾌한 일이 계속되는 직장에서 과연 책 제목대로 불쾌한 일을 쓰기만 해도 '유쾌한 일'로 바뀌게 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책을 읽어본 독자로서의 내 답은 명쾌하다.
그.렇.다
책에서 지시한대로 하루 일과 중 불쾌한 일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한 달간만이라도 꾸준히 써보게 된다면 분명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렇게 확신하는 근거는 인간은 생각하고 반성할 줄 아는 동물이며 자아성찰이야말로 무엇보다 빠른 관계 개선의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치 일기가 우리에게 주는 효과처럼 말이다.
하루 일과를 쓴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성찰을 통해 자신을 반성한다는 뜻이며, 반성은 상대를 탓하는 수준을 넘어 나 자신의 부덕과 모순을 뒤돌아보며 변화를 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이 의도하는 것 또한 불쾌한 일을 피하기보다 불쾌한 대상과 일을 꼼꼼히 기억해두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관계의 틀을 개선해보자는 데 있다.
책 속 표현을 빌자면 '쓰느 것이 지우는 것'(p.15)이므로 하루하루 불쾌한 일을 안겨준 사건을 간단하게 기록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는 동시에 타인에 대해서도 '이래서 이랬구나'내지는 '나라면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먼저 이렇게 해야지'라는 대책이 덩달아 따라오게 된다.
예를 들면 '이유도 묻지않고 바로 화내는 상사 - 나는 화내지 않겠다'처럼 불쾌한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교훈으로 여기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은 향상되는 셈인 것이다.
누군가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보다 스스로가 원인을 분석하고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실천력에 있어서는 더 효율적이니 자연스럽게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의 관계 맺기가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이 책은 실용서적답게 part4에서는 '기적의 일 노트' 실제 작성법을, part6에서는 '상황별 불쾌한 일과 대책 사례'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책을 읽은 독자가 당장이라도 실천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대로 기적의 일 노트를 작성해보고 때때로 복습한다면 자신이 얼마나 성장해있는지 알게 될 것이며, 나아가 불쾌를 단련의 기회로 삼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까지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