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행복한 동행 - 부부가 행복하게 동행하는 12가지 지혜
김병태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옛말에 "이 방 저 방이 좋다 해도 제 서방이 제일이고, 이 집 저 집이 좋다 해도 제 계집이 제일이라"는 말이 있다.(p.266)

다른 사람과의 비교 속에 때로 상대방이 초라해보이고, 각자의 기준에서 어긋난 모습 속에 서로가 실망할지라도 힘들 때 곁에 남아 끝까지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지원군은 역시나 제 서방, 제 계집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35억의 남자 가운데 발견한 유일한 나의 남자, 35억의 여자 가운데 찾아낸 유일한 나의 여자.

배우자는 70억 사람 가운데 신비롭게 맺어진 인생 파트너요,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누는 상담자이며, 아플 때 밤잠을 설쳐가며 돌봐주는 간호사이자 가장 멀리까지 오래 가주는 친구이다.

'천생연분'의 소중함을 잊고 '평생 웬수'처럼 함부로 대하기에는 몹시도 희박한 인연으로 맺어진 이땅의 소중한 관계가 '부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연애를 거쳐 결혼에 골인한 수많은 부부들이 크고 작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등을 돌리고마는 연약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서로의 가슴에 낸 작은 생채기가 깊은 염증이 되고 급기야 무서운 암으로 번져 부부 관계가 깨지기 전에 서로가 들여다봐야 할 초기 진단의 처방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가정 문제가 사회 문제로 확대될 만큼 이혼이 급증하고 혼기를 넘긴 미혼남녀가 넘쳐나는 요즘같은 시대에 '결혼'이라는 제도로 맺어진 '부부'의 이상적 모습은 어디에서 모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십상인 부부에게 '룸 메이트(Room mate)'를 넘어 '소울 메이트(Soul mate)'로의 관계 회복에 대한 처방과 힌트를 주고 있는 책이다.

김병태 목사가 쓴 『부부, 행복한 동행』은 부부로서 한 공간을 공유하는 것만이 아닌, 영혼의 동반자로서 비움의 지혜를 통해 채움의 사랑을 보여주는 부부지침서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듯 '부부가 흔들리면 부모도 공경하기 어렵고, 부부가 진통을 앓으면 자녀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p.5)'는 점을 감안해보면 가정에서의 우선적인 관계는 '부부'임에 틀림이 없다.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을 적극 권하는 이유는 살아보니 나 또한 위 사실에 공감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부부, 행복한 동행』은 제목 그대로 행복한 동행을 위한 부부 간의 사랑의 기술을 12파트로 나누어 각 장마다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가며 생활 속에 적용해볼 수 있는 실천적 제안을 보여준다.

각 장마다 6가지의 실천 항목으로 분류해놓은 소주제들은 이제 갓 부부로 맺어진 신혼부부에게는 '부부학'에 입문하는 예습서가 될 것이요, 치열한 다툼과 갈등의 과정을 겪어온 중년의 부부에게는 살아봐서 이미 안다고 자만했던 부분에 대한 복습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놓치고 간 문제의 핵심을 다시 들여다보며 잘못 풀어온 부분을 점검해보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실수를 줄여볼 수 있는 것이다.

노년의 부부에게는 함께 살아온 날들에 대한 소중한 인연을 앨범처럼 정리해보며 서로의 존재 의미에 대해 감사함으로 다져가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이 책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누구나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 유지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어디선가 우스개 소리로 들어본 이야기거나 단편적인 구성으로 읽어봤음직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부간 소통의 기술과 적절히 버무러져 이론적 엄숙함이 아닌 실천적 유쾌함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글 중간 중간에 양념처럼 뿌려놓은 '남편/아내를 위한 보약30첩', '부부싸움의 기술', '간 큰 남자 시리즈',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남편/아내의 역할' 등도 각자가 지향해나갈 자세로 마음판에 새겨가며 읽을 만하다.

 

한편 저자가 교회와 가정사역에 관련된 저술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목사라고 해서 종교적 색채가 짙을 거라 추측한다면 오산이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이땅에서 부부로서 연을 맺고 살아가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적용되는 생활 방식이므로 저자는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듯 남편도 아내를, 아내도 남편을 같은 원리로 섬기는 지혜에서 가정의 평화와 안식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일례로 책 앞 부분에 소개된 내용 중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한 표현이 있다.

여자에게는 ' 돈, 건강, 딸, 친구, 강아지' 순으로 나이 들수록 필요해지는 것이 있다고 한다.(p.12)

남자에게는 어떨까?

남자는 나이들수록 첫째, 애 엄마. 둘째, 부인. 셋째, 마누라. 넷째, 아내. 다섯째, 집사람(p.13)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스개 소리로만 흘려 듣기에는 많은 의미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이다.

아내에게 일순위를 빼앗긴 남자라면 젊은 시절의 어긋난 부부 관계부터 점검해 볼 일이다.

혹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아내의 걱정어린 조언을 잔소리로 치부하며 귀를 닫지는 않았는지, 시댁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친정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집안일에 치어 처녀 때처럼 가꾸지 못하는 아내의 처지를 게으름으로만 탓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아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웃집 남자의 월급봉투와 아파트 평수 비교에 남편을 기죽이지는 않았는지, 지나친 불평과 잔소리로 남편을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자녀에게로 쏠린 뒷바라지 사랑 때문에 남편을 뒷방손님 취급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결국 삐걱거리는 현재의 불편함이 있다면 서로에게 잘 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누릴 가장 안전하고도 든든한 종신보험임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가정의 달인 5월에는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 형성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날이 연이어 펼쳐진다.

5월 21일은 제정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부부의 날'이다.

달력 안에 숨어있는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라는 것은 둘(2)이 만나 하나(1)를 이루는 깊은 의미도 있겠지만, 일방적(1)인 노력이 아닌 쌍방(2) 간의 노력과 이해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마주보기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해주는 날이기도 하다.

이기적인 나를 버리고 협력적인 우리를 만들어가는 장기적 훈련 상대가 부부임을 감안해 본다면, 단기간에 상대를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가능한 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조화야말로 현명한 동행길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울리지 않는 종은 더는 종이 아니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p.17)'라는 저자의 말처럼 아무리 좋은 깨달음의 글귀일지라도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감상의 사치요, 심리적 위안에 지나지 않을 뿐이니 오늘부터라도 소중한 남편/아내에 대한 사랑 표현을 넘치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