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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세계 - 두뇌 속 저장장치의 비밀 ㅣ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3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엮음, 홍경탁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기억은 신비하다. 백과 사전을 다 외운다든지, 한번 본 것은 평생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든지
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신기하기도하고 부럽기도하다. 또 사람들은
자기 기억에 대해서 확신하지만, 어릴 때 기억은 상당부분 왜곡되어 있다거나 혹은 거짓 기억을 주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억이라는 것을 반드시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예전에 맹장수술 후에 일정 기간 동안의 부분 부분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고 한동안기억력이 아주 쇠퇴했던 적이 있다.
아무리 기억해도 편린조차 찾을 수 없는데, 사진이나 기록에는 분명 내가 있었다. 그 때 기억상실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취가 기억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데, 의사들은 대부분 부정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어떤
기억은 잊어버리려해도 잊혀지지 않고 어떤 것들은 꼭 기억하려고 부단히 애써도 잊어버린다. 도대체 기억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기억의 매커니즘을 알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가진다.
<기억의 세계>는
나의 이런 의문들이나 답답함에 대해 어느 정도의 답을 주고, 또 알지 못했던 기억의 세계에 대해서 많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 주고 있다. 기억이란 결국 뇌의 작용이기에 이 책의 상당 부분은 기억과 관련된
뇌의 작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뇌에 대한 부분을 다룬 내용들은 전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세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책을 읽다가 한가지 놀랍게 생각한 것은 이 책의 저자는 여러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번역의 영향 때문 일 것이다. 원서는 분명히 저자마다 문체가 달라서 다른 사람이 쓴 느낌이
들 터인데, 한 사람이 번역했기에 저자가 한 명인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을 것인데, 그러나 편집과 구성이 물흐르듯 잘 짜여서 그런 느낌을 준 부분도 크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억의 신비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연구된 내용들을 소개해주고 있고, 새롭게 밝혀지고연구된 사실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억에 대한
여러 오해들과 편견들을 바로 잡아주고,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뛰어난 책이라 생각한다. 단 한가지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 되겠지만, 거의
대부분 딱딱한 내용이어서 과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다.
기억에 신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탐구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