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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정말 큰 사건이다. 3년 전 주인공 디에나에게 일어난 그 사건 이후로 사건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버지는 디에나의 눈을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 사건은 물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현장에서 있던 세 사람, 디에나와 오빠의 친구였던 토미 그리고 아버지 가운데 철딱서니없는 토미의 입방아에 의해 주인공 디에나를 학교는 물론 샌프란시스코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퍼시피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쉽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는다.
학교는 물론 작은 도시 퍼시피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3년 전의 그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며 그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디에나임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 디에나가 만나는 인물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어쨌든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들, 아빠와 엄마, 오빠 대런과 올케언니 스테이시, 조카인 갓난아기 에이프릴과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가장 친한 친구로 스스럼 없이 만나는 제이슨과 리 정도가 전부이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를 열세 살 디에나에게 일어난 일은 우리가 생각하듯 디에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은 결코 아님을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사리판단을 분명하게 해서 일어난 일은 결코 아니지만 이제 막 사춘기로 이성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진 디에나의 호기심이 일으킨, 디에나의 아버지와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일대 사건임이 분명함에도 정작 당사자인 디에나에게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그 사건으로 인해 가쉽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처지로 또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을 대하는 아빠의 태도 변화가 못견디게 힘들 뿐이다.
어쩌면 아직은 그런 사건에 대해 완고한(?) 우리 사회와 다른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디에나여서인지, 오빠인 대런과 스테이시가 10대에 에이프릴을 낳아 지하방에서 독립을 꿈꾸며 고달픈 생활을 하는 것 역시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냉랭해진 아빠로부터의 자유로움을 꿈꾸며 오빠 가족의 독립에 기꺼이 함께 동참하고자 할뿐이다.
미국의 10대 아이들의 성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삶에 대한 그리고 생활에 대한 부분을 부분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디에나의 이야기를 통해, 철부지 십 대의 불장난같은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으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그 정신적 혼란속에서도 결국에는 자신 내면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지혜롭게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는 아주 교훈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한창 사춘기를 앞둔 딸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디에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란 그리 석연치 않다. 결코 믿고 싶지 않은 사건의 현장을-이야기로만 들어도 부정하고픈-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한 아버지의 충격을 상상만 해도 끔찍할 뿐이다. 나 자신이 주인공 디에나보다 디에나가 자신의 말을 제발 좀 들어달라는 아버지의 입장이고보니 오히려 사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자신에 대한 태도가 변한 아버지의 모습만 크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입장은 생각해 주지 않는 디에나가 살짝 괘씸해 지려고 한다.
그렇다고 3년 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쩌면 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도 있는 어린 디에나에게 말조차 제대로 건네지 않는 아버지를 100%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아버지의 그런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뿐. 무조건 딸아이와의 마주침조차 피하는 모습은 같은 부모로서도 답답하기만 하다. 솔직히 디에나를 비롯한 가족들 모두에게 힘든 시선이나 입방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타도시로의 이주같은 것조차 고려해 보지 않는 디에나의 부모가 왠지 미련스럽기도 하다.
어쨌거나, 사건이 일어난 당시나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이나 역시 10대인 디에나. 아마도 아직은 부모의 입장이나 심경을 헤아리기엔 부족한 나이이려니 생각과 함께 그나마 사건을 피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구해낸 모습만큼은 대견하기 그지 없다.
문득, 나와 딸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하고 생각하니 나의 모습이 그렇게 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디에나의 아버지처럼 입을 닫아버리고 딸을 피하게 될지, 아니면 딸아이도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하며 위로하고 또 위로할지, 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꼭꼭 숨어들지.......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난다고 해도 아이(자식)에게 있어 부모는 그 누구보다 힘이 되어주고 피난처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의 심정도 허심탄회하게 자식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래야 또 다른 오해와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터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