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시험'이라니.... 제목도 참 특이(?)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때마침 5월 15일 공교롭게도 스승의 날인 오늘 딸아이의 학교에서는 때늦은 중간고사가 있었다. 어제 미리 만들어 놓은 꽃다발 모양의 카드와 미니장미가 탐스럽게 담긴 바구니모양 화분을 선생님께 드린다며 상기한 얼굴로 등교하던 딸아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거실 바닥에 놓여있던 이 책을 집어들더니 휘리릭~ 읽어버리고 슬며시 내려놓으며 하는 말 '나도 욕시험 한 번 봐보고 싶네~'란다. 덧붙여 하는 말이 말투도 웃기고 선생님의 모습이 웃기단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하며 책장을 펼치니 내 예상과 달리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나의 어린시절보다 조금 더 오래전의 이야기인듯...경상남도 밀양이라는 글쓴이의 고향때문일까.... 주인공 야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심하디 심한 사투리가 생생하게 귓전을 파고든다. 하고 많은 시험중에 '욕시험'이라니....어느날 갑자기 누런 똥종이를 나눠주며 평소 알고 있는, 또는 들어봤던, 하고 싶은 욕들을 쓰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에 여느때와 달리 멀뚱멀뚱하기만 한 아이들. 급기야는 시험이라고 하니 점수에 약한 아이들이 하나둘 욕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서도 선뜻 욕을 쓰지 못하는 주인공 야야. 평소 억울한 일이 있어도 속 시원하게 욕 한 번 못해보고 꾹꾹 참았던 탓에 동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하는 욕들을 적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뒷장까지 빼곡하게 욕을 채운다. 청소를 마치고 교무실에 가자 선생님들이 야야의 욕시험지를 들고 돌려보며 야야를 욕쟁이라고 놀려대니 야야는 그만 욕시험을 보게 한 선생님조차 밉고 원망스럽다. 집에 와서도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억울하다. 평소 선생님의 딸이라는 것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속 시원하게 욕 한 번 못하고 사는데....... 거기다 누구누구의 딸 기특하다는 소리에 마음놓고 실컷 놀아보지도 못했는데, 게다가 욕쟁이라는 말까지 들으니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이불 속에서 꺼이꺼이 울고 또 우는 야야. 그 다음날 눈꺼풀이 서너 근이나 된 야야를 상상하니 안됐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키득키득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래저래 선생님이 미운 야야. 선생님이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마음 속으로만 실컷 욕을 해대는 모습이 오히려 애처롭다. 그러다 방과 후에 남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영문을 몰라하던 야야가 마침내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실컷 울어버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선생님의 그동안 욕 한 번 변변히 못하고 선생님의 딸로, 엄마의 딸로 살아가는 야야의 버거움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리고 목이 메어 끄윽꺽 소리도 나지 않을 때까지 엎드려 우는 야야 옆에서 아무말없이 앉아계신 선생님의 모습에 나도 왠지 콧잔등이 시큰해져왔다. 그동안 욕시험으로 자신을 욕쟁이로 만들어버린 선생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어느새 펑펑 쏟아낸 눈물과 함께 씻겨졌는지, 아이들이 말로 하지도 못하고 꾹꾹 눌러 참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시험지에다 대고 욕이라도 시원하게 풀어 놓고 답답한 마음을 훌렁훌렁 씻어 버리라고 욕시험을 보게 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제서야 선생님이 종이에 싸서 주신 사탕이 고맙기까지 한 야야.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짓는 내내 선생님이 주신 사탕의 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그 달달함과 함께 선생님에 대한 특별한 마음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지 않았을까....... '스승의 날'에 욕시험을 둘러싼 야야와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딸아이에게도 야야의 선생님같은 분이 계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들은 아이들 다워야지'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요즘 아이들도 마음 속에 꾹꾹 참고 사는 것을 속시원하게 시험지에 쏟아내는 욕시험도 보면서 산다면 아이들이 좀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