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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알렝 -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에 살았던 프랑스 소년 이야기, 물구나무 그림책 67 ㅣ 파랑새 그림책 68
이방 포모 글 그림, 니콜 포모 채색, 김홍중 옮김 / 파랑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제2차 세계대전의 오랜 전쟁을 겪고난 부모에게서 태어나 그 시대가 그랬듯 텔레비젼은 커녕 모든 것이 넉넉치않고 어수선한 환경에서 자라는 알렝의 이야기이다.
아무튼, 알렝이 들려주는 당시 프랑스의 사회적, 경제적 분위기를 비롯하여 알렝의 일상 이야기가 큼지막한 그림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비록 프랑스어를 잘 모르지만, 책의 아랫부분에 참고로 마련해놓은 용어풀이는 그림속 알지못할 간판이나 글귀에 관심을 집중시켜 알렝과 좀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욕실이 없어 부엌에서 세수나 목욕을 하는 알렝 가족의 모습이나 난방을 위한 석탄을 날라주는 석탄장수 아저씨와 커다란 마차에 얼음을 싣고 다니며 배달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재미있기도 하고 찌그러진 양철통을 들고 우유 심부름을 가는 알렝이 식료품가게에서 사먹던 갖가지 모양의 과자와 초콜릿 그리고 오래오래 빨아 먹을 수 있는 아니스 향 사탕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또,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롤러스케이트는 유난히 소리가 크고 모양이 조금 다르기는 해도 알렝과 친구들에게도 재미난 놀이로 아주 일찍부터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요즘 딸아이는 롤러스케이트보다 한층 개선된 롤러블레이드세대로 무척 신기한 모양이다.
여학교와 남학교로 나뉘어진 당시의 학교나 수업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선생님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수업시간에 몰래 장난을 치다 선생님께 걸려 벌을 쓰고 반성문을 쓰는 알렝의 모습은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밖에 알렝이 들려주는 가족들고 함께 하는 주말풍경이나 할아버지의 농장을 찾아 일을 돕는 모습, 나무칼을 들고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전쟁놀이를 하는 알렝의 모습은 조금은 다르기는 하지만 역시나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다.
사실, 알렝이 들려주는 오래전 이야기를 읽노라니 우리에게도 전쟁이후의 가난하고 여러모로 부족했던 시대를 들려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로 사진과 같은 사실적인 자료를 담거나 또는 글로만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어서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인 나에게 참으로 참담하고 궁핍하다는 생각만을 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 시대를 떠올릴때면 더없는 가난과 초라함으로 그려진 참담한 역사의 한 조각을 잊고픈 생각이 먼저 엄습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우리와 크게 다를 것없는 상황을 넉넉한 색채로 그려낸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알렝의 이야기는 궁핍함이나 참담함보다는 오히려 그 나름의 낭만과 삶이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도 알렝과 같은 시대를,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이 아닌, 당시의 풍경을 조금은 낭만적으로 풀어낼 필요가 있음을 문득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