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두 발로 걷는 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5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셰릴 오르시니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교실과 집을 배경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주인공 루시는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아이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혹시 딸아이도 루시처럼 폭발할 것같은 분노를 가슴 속으로만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루시가 하는 일에는 무엇이든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놀려대는 하신타의 부추김때문에 주변의 아이들까지 루시를 베끼기 대장이라거나 루시는 화장실도 못가는 바보라거나 하는 놀려대는 통에 '교실에서는 절대로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겠다'는 루시의 결심은 번번이 무너지고 만다. 

벌을 받느라 생각의자에 앉은 루시는 마음 속의 분노를 가라앉히느라 애를 쓰지만 매번 자신을 폭발하게 만드는 하신타만큼은 결코 참을 수 없다. 마음 속으로 복수처럼 하신타를 폭풍이 이는 바닷속으로 풍덩 빠뜨리기도 하고, 학습태도표에 붙어있는 하신타의 별을 살짝 떼어내 자신의 이름 옆에다 붙여놓는 루시의 모습은 엉뚱하기도 하고 웃음도 자아낸다. 

이쯤에서 과연 루시는 어떤 아이인지 궁금증이 피어난다. 아무도 못 말리는 말썽쟁이? 아니면 잘 하려고 할수록 어긋나는 살짝 운이 없는 아이? 

아빠와 동생 캘빈과 함께 고모할머니를 마중나간 공항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훌쩍 올라탄 루시의 모습은 못 말리는 말썽쟁이가 틀림없어 보이는데, 어긋난(?) 첫만남으로 인해 고모할머니에게 고약한 꼬마 아가씨로 찍힌 뒤 일일이 말썽만 부리는 아이로 취급받는 모습엔 딱한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에구 쯧쯧!....하는.

6주 동안 고모할머니와 한방에서 생활하게 된 현실이 캄캄하게만 다가오는 사건은 다름아닌 달걀 사건! 평소 달걀 알레르기가 있어 달걀을 먹지 못하는 캘빈에게 달걀을 주지 않는 루시를 욕심쟁이에, 거짓말쟁이로만 여기는 고모할머니의 일방적인 태도에 루시만큼이나 마음이 답답해져 오는데.... 한편으로는 혹시 평소 나도 딸아이 앞에서는 루시의 고모할머니처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요즘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고 나의 잔소리에도 반응이 시원찮은 딸아이를 닦달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편하지만은 않아 '엄마가 괜히 넘겨짚고 널 몰아세우거나, 억울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이야기하며 나름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마저 일방적인 나의 착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험하게 인상을 쓰며 윽박지르는 엄마 앞에서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아이가 몇이나 될까? 

고모할머니나 엄마, 아빠 그리고 데니 선생님을 통해 평소 딸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아마도 딸아이는 루시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처음 본 루시의 모습으로 루시를 말썽쟁이라고 치부하는 고모할머니와 일관성이 부족한듯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솔직한 마음을 내보이지 않음으로써 루시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한 데니 선생님은 보편적인 부모나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고모할머니도 데니 선생님도 루시의 마음에 더 깊은 상처가 남기 전에 자신들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줌으로써 루시의 고민이 더이상 심각해 지지 않은 것이다.

"..난 네가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루시, 넌 굉장히 독특할 뿐이야. 나쁜 것과 독특한 건 전혀 다른 거란다."는 데니 선생님의 고백과도 같은 말에 정말 아이들 하나하나가 독특한 마음과 행동을 지녔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착하고 나쁘다는 잣대로만 아이들을 재려는 어른들(부모)이 몹시도 편협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가진 독특함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요즘 우리 어른들이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닐까.. 새삼 반성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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