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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오길 잘했어 - 엄마와 딸이 함께한 14일간의 인도여행
유승혜 지음 / 리스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인도를 대표하는 건축물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미소도 포즈도 푸근하게 다가오는 모녀의 모습을 담은 표지의 사진에 부러움이 불쑥 밀려온다.
'엄마와 딸이 함께한 14일간의 인도여행'이란 작은 글씨가 이 책을 중간쯤 읽다가 몇 번째 표지를 다시 들여다볼 때에서야 내 눈에 들어왔다.
그때까지 읽었던 내용들이며 책의 두께는 14일이 아니라 한 달을 훌쩍 넘는 기간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알차게(?) 다가왔기에.....
그제서야 목차와 본문 사이에 '우리 모녀가 14일 동안 다닌 코스'를 숨겨진 보물찾듯 찾아내고보니 모녀가 다닌 곳이 모두 다섯 개 도시로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도여행지였다. 델리- 바라나시-아그라-자이푸르-자이살메르.....
결코 내게도 낯설지 않은 다섯 개의 도시를 돌며 들려주는 모녀의 인도여행은 한편으로는 익숙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결코 실현불가능한 남의 이야기인듯 낯설게 다가왔다.
올1월까지 내리 3년을 인도여행을 다녀온 터이기에 모녀가 들려주는 델리, 바라나시, 아그라, 자이푸르, 자이살메르의 곳곳이 아련한 추억을 돋게 했다. 아쉽게도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티격태격해도 언제나 내 편에 서주는 엄마가 아닌 남편 혹은 이제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과 함께, 딸이 아닌 아내와 엄마로서였지만......
서른이 다 되어가는 딸이 엄마랑 여행을, 그것도 인도라는 범상치 않은 여행지로 이름난 인도라는 곳을 여행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할 터.. 그러나, 이미 자신이 '나고 자란 첫 번째 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엄마와 어쩌면 영원한 추억을 담은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도에 함께 오기 전 이미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고 온 나름 베테랑 여행자인 딸아이가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다섯 살 어린애마냥 여겨지는 엄마는 틈만나면 쉴새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하고 제풀에 토라지기도 하고,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바라나시 가트를 울며 걷는 딸아이에겐 변함없이 돌아갈 안식처임에 틀림이 없어보인다.
아....이미 스무해도 더 전에 엄마와 영원한 이별을 한 나로서는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부럽기만 한 모녀의 여행담이다.
처음 몇 해 동안엔 믿기지 않는 엄마의 부재가 어느덧 문득문득 눈물나는 그리움이 된지도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동안 엄마와 함께 변변한 여행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에 새삼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그렇게 바삐 떠나가셨으니....
결코, '14일' 동안의 여행담이라고만 여겨지지 않는 딸과 엄마라는 두 여자가 '인도'라는 몹시도 낯선, 그래서 더욱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특별한 땅에서 만들어가는 특별한 추억을 들려준다. 인도니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인도니까 겪을 수밖에 없는 사건들...
이전까지 한 번도 본적없는 그들의 눈망울과 한 번쯤은 좌불안석이 되게하는 싸이클릭샤의 앙상한 뒷모습은 정(情) 많은 우리들로 하여금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과 주머니를 활짝활짝 열어야만 될 것같은 죄책감(?)같은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마음은 결코 그리 오래가지 않게 만드는(?) 곳이기도 한 그야말로 INCREDIBLE INDIA~
이미 인도를 세 차례 다녀왔음에도 모녀가 들려주는 인도여행기는 결코 식상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델리-바라나시-아그라-자이푸르- 자이살메르의 주요 여행명소에 대한 정보와 엄마와 딸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가슴이 뜨끈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아내고 있어, 마치 신선한 재료로 잘 비벼낸 한 그릇의 비빔밥같은 책이다.
엄마와 딸 그리고 인도... 어느틈에 내 가슴 한 켠에 그리움으로 자리잡는 말들이다, 이 비빔밥같은 책으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