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특별한 주인공들, 특이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저마다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책들이다. 세 책이 모두 질 티보 라는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마티유의 까만색 세상>에서 마티유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사실 까만색 세상은 암흑이 아니라 모든 색을 품고 있는 풍요롭고도 다채로운 세상임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개의 눈이 보이지 않지만 대신 33개의 감각이 눈을 대신해서 그려내는 세상은 분명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만큼 그 마음의 눈은 각별해서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기존 통념을 이만큼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뒤엎기도 힘들 것 같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는 성폭행을 당한 여자 어린이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나탈리는 그림으로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지만, 독자는 글을 읽으며 마치 그림을 보듯 생생하게 나탈리의 두려움과 슬픔과 절망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말해 버림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들어준다는 행위의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아 버린다.

 

<쌈짱과 얌전이의 결투>는 서로 다른 두 아이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재미있는 설정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한 아이는 공부와는 담을 쌓고 덩치는 크고 힘도 세지만 친구 사귀는 데는 서툴다. 한 아이는 키도 작고 얌전하고 공부를 잘 하고 친구들 사이에 인기도 많다. 덩치 큰 아이는 작은 아이가 부럽지만 오히려 결투를 신청한다. 작은 아이는 결투를 미룰 구실을 만들어가다가 결국 둘이 한편이 된다. 마음을 연다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결국 이 세 권을 읽고 질 티보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리즈에는 질 티보의 작품이 꽤 여럿 눈에 띈다. 어린이책을 읽으면서도 전작주의자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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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행복>은 단편 모음집이라면 <우리 친구 할래?>는 장편이다.

우연히도 두 책 모두 작가가 신현신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다기 보다는 일상의 행복, 또는 마음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은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작가는 보여주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깜찍하게도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한수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 마음의 도약 또는 성장이 이 작가 특유의 화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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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거나 겁이 유난히 많다면 분명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스스로도 위축되어서 점점 더 수렁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이 책들은 조금은 특별한 주인공들이 남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 긍정에서부터 그런 수렁을 헤쳐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나와 다르다고 그런 친구들을 놀리던 아이일지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런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질지 모르겠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과 세상을 보는 눈이 그만큼 더 밝고 깊어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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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와 새봄이는 취학전 어린이 특유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보여주는 주인공이다.

우산 하나, 긴 줄 하나 만으로도 얼마든지 즐겁게 놀 수 있는 아이들의 내면 세계를 엿보며 아하,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 우리 아이도 그랬어, 라고 고개 끄덕일 수 있는 책이다.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인 하늘이와 새봄이는 상상 놀이를 하면서도 항상 서로를 생각하는데, 그런 모습도 취학전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엄마들은 아이들의 상상 놀이와 대비되어 어른들의 현실 논리의 대변자로 그려져 있다.

아이 키우며 살림하는 엄마들의 고충이야 뻔하지만, 상상과 현실이 매개되는 지점은 정녕 없는 것일까.

<말해 버릴까?>는 학교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아이의 도덕심리를 꽤 정밀하게 탐사하고 있다.

담임에게는 비밀을 털어놓았지만, 끝까지 친구에게는 진실을 털어놓지 못한 결말이 독자에게 숙제를 남겨준다.

이미 해결된 일인데 굳이 진실을 밝혀서 혼란을 자초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하고 마음의 짐을 덜 것인지...

주인공이 겪는 양심의 고통을 보며 독자들은 충분히 정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직이 단순히 공동체 내의 질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용기있는 정직의 표현을 지향한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주인공은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개개인은 한없이 연약한 도덕적 존재임을 고백하는 토대 위에서만 진정 도덕적인 공동체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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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넘어가는 저학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그 강을 건널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글 못지않게 그림의 비중이 큰 편이다.

특히 <책 먹는 여우>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와 이야기일 것이다.

<내 다리는 휠체어> 역시 좀 다른 관점에서 장애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내 다리는 남과 다른 휠체어라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장애가 아니라 다를 뿐이지 않은가.

휠체어 다리와 두 다리가 당당히,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더이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발붙이기는 힘들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의 시작을 꿈꾸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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