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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유럽 100배 즐기기 - '10 ~ '11 최신개정판 ㅣ 100배 즐기기
홍수연.홍연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0년대 이후의 학생들에게는 [ 먼 나라 이웃 나라 ] 쪽이 익숙하겠지만, 386세대들에게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걸쳐 당시 독일에 유학 중이던 이원복씨가 매 달 항공 우편으로 보내온 원고를 소년 잡지인 < 새소년 >에 연재한 후, 클로버 문고를 통해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던 [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이 훨씬 더 친숙한 원본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시관이와 병호, 그리고 보호자인 선생님과 가이드 격인 선생님의 유럽 유학생 친구까지 모두 4명이 함께 유럽 여행길을 떠나서 만나고 겪게 되는 다양한 유럽의 문물들을 유럽 현지에 살고 있는 작가 만이 가능한 생생한 이야기와 사진들에 만화 특유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곁들여 보여주어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이 작품은 비록 두 소년의 외모가 일본의 유명 만화가인 치바 테츠야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문제가 되어 연재를 중단하고 이후로는 단행본도 재간되지 않았지만, 당시에 초중학생이던 386 세대들에게는 유럽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만큼 새롭고 알찬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저도 역시 [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 클로버 문고 단행본을 사서 책장이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유럽 여행의 꿈을 키웠지만, 군사 정권이던 80년대에는 해외 여행 자체가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하기 힘든) 허가제였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방학 때 해외 배낭 여행을 나간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척박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역사적인 6.10 항쟁 승리의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로 마침내 이루어진 해외 여행 자유화 덕분에 대학생들 사이에 해외 배낭 여행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던 90년대에는 대학원과 군대에 있었고, 그후에는 사회에 막 자리를 잡느라 고군분투하느라 해외 여행의 꿈을 잠시 접어두어야만 했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해외 여행은 만들던 잡지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면서 신혼 여행의 형식으로 겨우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결혼식 후 업무 인수인계 관계로 곧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2달 여를 연기하는 사이에 그만 1997년 10월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IMF가 터진 것이죠.
이미 사전에 예약을 다 마치고 출발을 불과 1주일 가량 남겨놓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터진 IMF 체제에서 환율이 수직으로 치솟는 것을 보면서 출발한 유럽 여행은 매일 1~200원씩 오르는 살인적인 환율과의 싸움 그 자체였습니다(그때 유럽에서 한국 여행객들은 버스에서 강제로 내려지고 호텔에서 숙박을 거절당하는 일까지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우리 원화의 1/2 수준이던 이탈리아 리라화가 불과 보름 후에는 1:1까지 올라갔을 정도니 여유있는 여행은 솔직히 무리였었기에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들이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그때는 아직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지고 갔던 유럽 가이드북의 상당 부분은 각 국 화폐의 원 대비 환율과 환전소 위치, 환전 수수료, ATM 기기가 있는 곳의 위치 등으로 채워져 있었고, 인터넷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이어서 관광 안내소의 위치나 한국인 민박, 한국 식당의 위치 등이 가장 중요한 정보로 적혀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관광 자체에 대한 정보도 훨씬 제한적이고 일률적이어서 대부분의 국내 가이드북들의 내용이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여행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영어로 된 [ 론리 플래닛 ]이 국내 가이드북들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고 신뢰를 받았습니다.
그 후 13년이 지나 다시 한 번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읽어 본 최신판 [ 핵심 유럽 100배 즐기기 ]는 그동안 확연하게 달라진 유럽 여행 트랜드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와는 전혀 다른 컨셉과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함께 안겨주었습니다.
2010년 2월의 최신 정보를 기준으로 개정되었다는 2010~2011년 판은 우선 맨 앞에 다양한 기간 별, 연령대 별, 취향 별로 짜놓은 모범적인 스케쥴 제안들이 제시되어 있고, 이어서 유럽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들과 유럽 문화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들이 다이제스트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각 나라 별 가이드 역시 그 나라에 대한 지리 부도식의 도식적인 설명은 최소한도로 줄이고, 그 나라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들(영국에서는 뮤지컬, 프랑스에서는 미술관 등), 영화나 그림, 문학 작품들 속에서 보았던 장소들, 그 나라에 가면 꼭 즐겨야 할 문화(프랑스의 와인과 빵, 영국의 클럽, 빈의 커피 하우스 등), 특정 매니아들을 위한 관광 포인트 추천, 그 나라에서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들 등 과거에 비해 보다 실질적이고 다양하게 변화된 관광 트랜드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관광 정보들은 과거에 비해 보다 간략하고 실용적인 내용 위주로 정리되어 있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URL로 대신하고 있는 점도 인터넷 시대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가이드북들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각 나라와 도시마다 맨 처음에 나와있던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들이 본 책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별도의 포켓북에 모아져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실제로 거리에 나서서 돌아다닐 때 지도 때문에 두껍고 무거운 가이드북 전체를 손에 쥐고 다니는 것보다 얇은 포켓북만을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스위스까지와 북유럽,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동유럽까지와 스페인으로 유럽을 크게 동서로 나누고 중간에 별도의 표지를 넣어, 일정과 필요에 따라 책을 분권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점도 같은 의미에서 매우 실용적입니다.
각 나라나 도시 별 해설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세세한 관광지 별 설명은 보다 간략해진 느낌인데, 이는 큰 틀을 먼저 잡고 이해한 후 세세한 장소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찾아보는 것이 대세가 된 현재의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으로 책을 두껍고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핵심적인 정보만 담고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인터넷으로 보충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장소인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셰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같은 곳들은 별도로 자세하게 구조와 관람 포인트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아 실제적인 효용성은 간과하지 않고 오히려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다양한 읽은 꺼리나 여행 팁들도 이전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고 흥미와 재미를 북돋우어 주는 내용들이어서 가이드북 자체가 재미있는 읽을 꺼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든 점도 마음에 듭니다.
과거의 가이드북과는 달리 각 나라마다 한 두 개의 대도시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그외의 도시들은 아예 다루지 않은 점이 눈에 띄는 차이점인데, 이는 과거와는 달리 요즈음은 각 국가 별, 도시 별로 독립시켜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국가 별, 도시 별 가이드북들이 많이 나와 있으므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그런 책들을 참조하고, 이 책은 어디까지나 개략적인 가이드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집니다.
색색의 지도나 화려한 컬러 사진같은 것은 일절 없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실용적인 정보들로만 채워졌던 [ 론리 플래닛 ]도 각 국가 별, 도시 별 가이드북들을 별도로 출간하면서 사진과 지도들을 대거 싣는 방향으로 전환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두 권의 두꺼운 가이드북만으로 모든 정보를 대신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가이드북은 개략적인 플랜과 현지에서의 핸드북으로만 기능하고, 보다 상세하고 깊이있는 정보는 인터넷과 국가 별, 도시 별 가이드북들을 참조하라는 것이 현재 여행 가이드북의 새로운 트랜드임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긴 요즘은 노트북, 넷북이나 아이패드, 심지어는 핸드폰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외국의 이름모를 골목길에서도 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니까요.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13년 만에, 이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 번 떠나는 유럽 여행이 훨씬 더 편하고 알 찰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듭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