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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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추락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세계경제 분석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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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무나 최근에 벌어진 일이고 아직까지 종결은 커녕 그 여파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지 조차 않았다는 주장이 다수설임에도 불구하고, 2년 전인 2008년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 공황은 그 규모와 향후 예상되는 파장의 범위로 보아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공황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1929년의 대공황이 현재까지도 확실한 원인이나 전개 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것과는 달리 이번 금융 공황은 외견상으로는 발생 원인과 전개의 매커니즘이 어느정도 밝혀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표면상 이번 금융 공황의 시발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량 모기지 채권을 통해 증폭되어 금융권과 증권사로 비화된 것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나타난 발생과 전개 과정일 뿐, 그러한 경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이 되는 경제 이론과 사조는 아직 대중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조지프 E.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폴 그루그먼과 함께 미국 경제학계의 양심으로 여겨지고 있는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번 금융 대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카고 학파가 주창하고 레이건-부시의 보수우익 공화당에 의해 실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이므로, 그들의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논리적인 궤변이며 극소수 최상층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착취 매커니즘임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파합니다.
정치세력에 의해 실행된 신자유주의 경제 체계가 내세우고 있는 주주가치 이론과 그에 상응되는 CEO들의 천문학적인 인센티브가 부실 자산인 모기지 대출금을 채권화하여 유통시켜 리스크를 분산시킴으로써 재무재표상 이익을 낸 것처럼 보이게 만들도록 유혹했다고 지적합니다.
문제의 발화점이 된 모기지 대출금도 클링턴 시대에 지속된 고성장이 미국 사회 전체에 과도한 자본을 유통시켰고, 넘쳐나는 여유 자금으로 인해 촉발된 신용 부풀림과 지나치게 오래 지속된 연방 준비 제도의 저금리 기조가 집값이 실제 가치 이상으로 부풀려졌다가, 부쉬 정부가 들어서면서 은행에 엄청난 자산을 예치해 놓은 계층의 이익을 위해 급격하게 올린 금리 상승에 상반하여 저소득층들이 엄청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은행이나 채권 회사에 차압당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부실화된 모기지 대출이라는 화약들을 모아 거대한 폭탄으로 만든 이론이 바로 ‘금융공학’인데, 각 은행과 채권 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대출들을 채권으로 변형시킨 모기지 채권을 다시 이리저리 쪼개고 합쳐서 원래의 구성이나 형태를 알 수 없도록 만든 뒤 우량 채권으로 둔갑시키고, 이것을 연기금이나 기관에 팔아넘김으로써 엄청난 부실 자산을 장부상으로는 깨끗하게 정리하거나 오리혀 우량 자산으로 바꿔놓은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가 자랑하는 금융공학의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화려한 주장과 금융공학의 교묘한 이론에 은행과 채권회사, 증권 회사들이 스스로 현혹되어, 자신들이 문제의 모기지 채권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위험성은 고사하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채권의 양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모기지 채권의 부실화가 드러나자 천문학적인 모기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을 시작으로 AIG와 리먼 브러더스까지의 거대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엄청난 구제 금융을 받는 댓가로 사실상 국유화가 되었는데, 스티글리츠 교수가 금융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 파악에 못지않게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은 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입니다.
금융 대공황 과정을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 내부의 관점에서 바라 본 [ 살아있는 역사, 버넹키와 금융 전쟁 ]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부시로부터 금융 공황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전권을 위임받은 버넹키와 연방 준비 제도가 금융 공황에 맞서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이었습니다.
자금 경색에 빠진 거대 금융 회사와 기업들의 도산 위기를 막기 위해 막대한 구제 금융을 제공한다는 방식 자체는 납득할 수 있지만, 문제는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기준과 시기, 방식들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분별한 구제 금융의 남발은 이번 금융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인 월스트리트 은행가와 자본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오히려 부추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오바마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사태는 다소 희망적이 되었지만, 불행히도 미국의 정치와 사회, 언론 구조상 오바마 역시 그러한 잘못을 과감하게 바로 잡기는 힘들고, 잘못된 구제 금융의 지원과 예상되는 후폭풍에 대한 대비도 여전히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자신을 비롯한 다보스 포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의 폐기와 미국과 전세계의 경제를 건전한 방향으로 부흥시키기 위한 새로운 경제학 체계의 수립을 주창합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모기지 채권과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금융공학이 바로 미국을 강도로 만드는 거대한 사기라고 비난하고, 모든 경제적, 정치적 규제의 철폐를 주장한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 이론이 결국은 이러한 한계를 모를 만큼 탐욕스럽고 무분별한 ‘미국식 막장 자본주의’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파국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규제 철폐가 아닌 정부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규제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번 금융 공황에서 보여졌듯이 이미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으로 묶인 지구 전체의 경제를 위해 이미 신뢰를 잃은 미국식 경제가 아닌 새로운 경제 이론을 수립하고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장의 자유와 자율이라는 전근대적인 억지를 여전히 내세우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과 정부의 능동적인 개입과 조정을 요구하는 케인즈 학파의 흐름을 잇는 스티글리츠와 크루그먼 등 양심적인 경제학자 진영의 대결은 결국 거시 경제학과 통화 정책, 금융론을 넘어 사상 전쟁이 될 것이며, 혁신경제학을 위한 이러한 사투가 지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학은 결국 사회와 개인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신자유주의 이론의 결과로 극도의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 빈부양극화가 발생한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와 개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도덕적이고 가치있는 것을 보호하고, 전세계를 글로벌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기조로 한 새로운 경제 이론과 체계를 수립하고 적용시켜 나아가야 깊게 파열된 자본주의 경제 체계가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발 금융 대공황이 전세계를 휩쓴 지 벌써 2년 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그 끝은 보이지 않고, 다가올 거대한 여파에 대한 예측과 대비책도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금융 대공황의 원인과 전개 과정에 대한 분석과 비판도 경제적인 매커니즘에만 한정되어 있으며, 근본적인 사상적, 이념적 요소들은 여전히 상존해 있음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간된 스티글리츠 교수의 [ 끝나지 않은 추락 ] 은 금융 대공황으로 가시화된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의 허황함과 위험성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공박하고, 오바마 정권의 대응책의 불안함도 더불어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적에서 그치지 않고 극우보수 정권이 퍼트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이념과 이론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