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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교과서 - 시대가 변할수록 빛을 발하는 불멸의 경영법칙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현창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일전에 제가 속해있는 한 동호회 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평일 오후에 있었던 오프 모임에서 근무 중에 어렵게 빠져 나왔다고 투덜대던 한 회원이 마침 옆에 있는 다른 회원에게 ‘직장에 얽매여 있는 노예 신세가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영업자가 부럽다’고 말하자 그 말을 들은 분이 ‘월말만 다가오면 은행에 찾아가서 어음 할인을 부탁하거나 대출을 구걸해야 하는 고통을 아느냐? 그리고 그걸 매 달마다 되풀이해야 하는 답답함을?’이라고 날카롭게 일갈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에 아파트의 다른 주민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등 뒤에 큰 회사가 버티고 있어서 모든 일을 쉽게 할 수 있고, 어지간히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해고당하거나 감봉당하는 일은 없는’ 직장인들의 무사안일하고 나이브함에 새삼 놀란 적이 있습니다. ‘매 순간마다 자신의 판단이나 능력에 따라 자신은 물론 동료와 부하들의 생계 전체가 달려있는’ 개인 사업자와 자영업자의 위기 의식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안이한 사고와 행동 방식에 말입니다.
매일 밤 잠을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서 일어나 식은 땀을 흘려야 하는 이러한 개인 사업자와 자영업자들의 절박하고 피말리는 고통을 [ 사장의 자격 ]에서는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고 책임져주지도 않는 이 압박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라고 말하며 ‘이를 악물고 견뎌라’고 밖에 말해줄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개인 사업자나 자영업자들이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허울좋은 호칭 속에는 이러한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 고통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정해진 대로 공부해 왔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현재와 장래가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해 온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보호의 장벽을 벗어나 자신의 선택과 책임만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택한 이후부터는 과거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 양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밟지않고 검정 고시로 학력을 취득하는 사람에게 극단적일 만큼 정보와 배려가 적은 것처럼,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선택과는 다른 창업과 경영에 대한 마음가짐과 기본적인 자질 함양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자기 사업의 창업이나 운영에 대한 책과 조언서들이 넘쳐나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성공한 대기업 경영자들의 자서전과 성공담만이 넘쳐나는 우리나라 서점에서 [ 사장의 교과서 ]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이 책은 개인 사업이나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이미 하고 있는 ‘사장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정말 소중한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경영자로써 일과 경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과 자세의 확립에서부터 시작하여 회사의 근간이 되는 비전과 이념의 확립, 경영 전략 수립의 기본적인 원칙들 같은 회사와 사업의 기본적인 틀을 짜는 법을 먼저 말한 후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원칙을 마케팅을 통해 구체화하는 법, 회사 운영의 기술적 근간이 되는 회계와 재무의 본질을 파악하는 법, 인적 자원을 관리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법 등의 회사 운영의 토대가 되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하나씩 언급한 후 조직의 리더로써 갑추어야 할 리더십과 리더로써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취직을 하지않고 곧바로 개인 사업을 시작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모두 사업을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만 생각하지, 사업이 회사를 다니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이나 시작한 후에 자신의 기업 이념이나 비전을 확립하거나 자신만의 경영 전략이나 마케팅 원칙을 수립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고, 회계나 재무, 총무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아주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조직의 리더라는 인식을 갖는 경우는 놀랄만큼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물론, 사업을 운영한 지 한참이 지난 시점에서도 제대로 인식하거나 의식하고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체계적으로 조언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이 책이 개인 사업자나 자영업자들에게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기 전이나 이미 ‘사장님’이라고 불리고 있는 시점에서 반드시 읽어두어야 할 필수적인 ‘사장학 교과서’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