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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음 -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시청 로비에 멋진 도서관이 있다면, 시민들이 앞 다투어 찾아가고 반겨줄까? 미혹한 마음이 앞서니 조금은 의심스럽다. 지금 이 순간 바라보는 공공청사의 생각이다. 그런데 전주시청 로비는 책기둥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천장을 떠받치던 보기 싫던 기둥에 책을 전시하고 시민들을 위한 작가의 공연장으로 전환 된 것이다. 콘크리트 벽이 사회적 연결망이 되었다. 책의 중요성을 알지만 공공청사 로비를 도서관으로 만든다는 것은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안될 것이란 관념을 넘고 인간의 중력을 거슬러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이렇다. 하지만 비슷한 삶 속에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다면 그나마 낳지 않을까? 그것도 차가운 도시로부터.
도시의 마음, 제목부터 반전이다. 도시에 마음에 존재할리 없지만 마음이 존재하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도로에 줄지어 있는 가로수가 눈에 띈다. 간혹 호수를 둘러싼 공원도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아스팔트와 연결된 도로망이 도시의 전광이다. 숲은 빌딩에 가로막히고 도시는 아파트에 자리를 내줬다. 시민들은 포장된 도시거리를 걸으며 짧은 호흡을 반복한다. 현대적 도시미관은 유려함과 강인함이다. 새롭게 단장한 신청사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이 시민에 다가갈 수 있을까? 전주는 반전의 도시다. 리더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도시를 새롭게 바꾼 것은 책이다. 책이 있는 곳에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이 있는 곳에 삶의 공간이 있다. 공간에 대한 재해석, 이를 불러낸 이가 전임 전주시장 김승수님이다.
그런데 왜 전주에 그토록 많은 도서관을 세우려했을까? 도심은 변화를 거듭한다. 구도심이 사라지면서 인구이동과 함께 추억도 사라진다. 도시를 만난다는 것은 새롭게 지은 건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도시에도 여전히 삶은 지속되고 수많은 추억과 기억이 남아있다. 재개발은 구도심을 평정할 가장 쉬운 명분이다. 하지만 돌더미 하나에 묻힌 추억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된다면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동일한 생각과 편견이 일을 쉽게 한다면 기존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적지 않은 고통과 인내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리더의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책은 자아의 변화를 가져온다. 일상적인 삶에 돌을 던지고 중력을 거스른다. 사회적 연결은 도시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이자 최선의 선택이다.
어떤 가치와 철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삶의 본질은 우리가 믿는 것에 좌우된다. 저자의 관점철학은 전주를 바꾼 계기가 되었다. 관점은 연대를 만들고 연대는 변화를 이끌어낸다. 나의 불편, 수고, 어려움을 감수하며 새로움이 창출되는 것이다. 관점은 세상을 바꾸는 단단한 시작이다. 관점이 방향이라면 안목은 깊이다. 안목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창조적 협동과정을 통해 잘 해내는 능력이다. 이는 창의적이고 유기적이며 사회적 초점을 만들어낸다. 안목을 통해 전달 된 사회적 에너지를 통해 삶의 과정과 도시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쉽지 않다. 낡은 사고와 충돌하면서 마찰을 일으키고 수많은 저항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왜라는 질문과 함께 사회적 관점과 창조적 협동을 지속해야한다. 무엇을 위해 이일을 하고 있는가? 전주의 수많은 도서관은 그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시민들의 삶과 공유한다.
저자는 독서를 시간의 문턱이라 말한다. 안과 밖의 경계, 하지만 들어서면 존재의 유무가 바뀐다. 독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은 삶을 바꾼다. 책을 읽으면서 삶의 경계선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주를 책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버려진 책을 손질하던 초등학교 2학년 때로부터 시작된다. 카프카는 많은 책들은 자신의 성안에 있는 어떤 낯선 방들로 들어가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저자 또한 독서를 삶의 여정에 쌓인 고착된 사유를 흔들어 새로운 만남과 세계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시간의 문턱이라 말한다. 독서에 대한 애찬, 책에 대한 사랑, 무엇보다 삶을 바라보는 확장된 시각이 전주를 책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만든 저자의 관점이다.
전주 도서관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특색과 장소를 연상 짓는 이름들이다. 한옥마을도서관, 자작자작 책공작소, 연화정도서관, 책기둥도서관, 꽃심이란 이름을 지닌 시립도서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이름이 없다. 도서관은 큐레이터를 비롯해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생태적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도서관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체험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시장임기 8년 동안 이토록 도서관에 심혈과 열정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 장과 함께 시작된 도시의 의무다. 도시는 시민의 삶을 위해 존재해야한다. 그는 도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관료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시민의 삶에 다가갔다. 그는 전주의 본래 의미를 이해하고 계승하기를 바랐으며 이를 시민에게 돌려주기를 원했다. 도시의 마음은 그가 선택한 삶이다. 전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시민의 마음이 곧 그의 마음 일 것이다. 아름다운 책, 하지만 인문학적인 고찰이 가득한, 도시의 마음을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