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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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는 책들'에 이어 이동진, 김중혁의 하모니에 꽂혀서 읽게 됨.

먼저 책에 대한 인상이 너무도 강렬했는데. 이 책은 내성이 생겨서이기도 하나, 아무래도 소설에 국한되다 보니 스펙트럼은 좁았으나 나의 취향이 또 이런 소설인 관계로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니코스 카잔스키의 그리스인 조르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 총 7편의 소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덧붙여 그 작가들의 다른 책들과 그 책들과 비슷한 류의 또 다른 작품들 이야기가 나오고 또 영화 이야기까지 나와서 위시리스트에 추가한 것들이 많아졌다.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술술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관련 작품들을 검색하다 보니 자꾸 옆으로 빠졌지만, 가볍게 또 재미있게 독서할 수 있었다

허무하다는 것은 자기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알고 보니 의미 없는 것일 때 느끼는 실존적인 공허감이겠죠. 권태는 같은 일을 계속 반복했을 때 생겨나는 삶과 세상에 대한 태도일 테고요. 그러니까 토마시는 권태가 두렵기 때문에 수많은 여자들과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고 프란츠는 허무가 두렵기 때문에 한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의미를 지닌 사랑을 하려는 것이죠.

권태가 두려운 사람은 일을 저지르고, 허무가 두려운 사람은 모범적으로 행동하려는 거예요, 여기에 행복과 쾌락에 관한 것도 비슷해요, 제가 볼 때 행복은 반복에서 오는 것 같아요. 반면에 쾌락은 일회적인 것에서 오구요, 그런데 작고 반복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은 권태예요. 반대로 강하고 일회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이 맞이하는 것은 허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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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개정판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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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 생각이 나 정리가 참 담백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다. 

지혜롭고 쿨해서 공감하며.. 총 5부로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에 대한 추억과 짧은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엔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과 대화하는 식으로 저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써내려 감,  

 

이상 자기 계발서 따위는 읽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 주고 공감해주고 괜찮다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위로해 주는 그런 책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출판된다. 

인문학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본다. 사람들의 마음이 더 이상 병들지  않았으면 한다.

표를 이루기 위해 청춘을 담보잡지 않고, 삶의 과정과정에서 소소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갖게되는 삶' 

그리고 더 이상 스펙과 공부와 대기업 취업 등에 목숨 걸지 않고 행복한 학교, 행복한 아이들,  그리고 청소부가 되더라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일하는 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런 구분부터가 잘못된 거라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행복하고, 자기의 지역사회를 사랑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존중받는 그런 삶, 행복한 시민이 되는 삶을 소망한다

‘태도‘란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 사랑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식기도 하는-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에는 그 누구의 잘잘못도 없다. 그래서 ‘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가 나의 정직한 속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원한다면 분명 그를 놔주긴 해야 할 것 같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했다고 손해 봤다며 억울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반대의 경우로도 인생의 많은 날들을 채우게 될 테니까. 서로의 노고를 고마워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로 경시하지 않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많은 것들은 사랑으로 함께 해 나갈 수 있다. 악처를 연기할 필요도 현모양처를 무리할 필요도 없다. 인간적인 공정함과 낭만적인 과대함을 최선을 다해 양립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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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느덧 일 주일 문학동네작가상 9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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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책이다. 2004년도 문학동네 작가 상 수상작이라나 .. 서른 살의 화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버지와 다른 소통, 다른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와 불륜인 7살 연상의 유부녀 기연은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카페의 주인이고, 그녀의 오빠는 아버지의 기대를 받던 훌륭한 자식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어린 사람이 되어버린 채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또 방황하는 어린 시절 야구 꿈나무였던 신호가 그 시절 야구 감독과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살아온 이야기가 더해진다. 엄청 심오한 전개는 아니지만 세 쌍의 아버지란 사람과 아들이란 사람들의 히스토리가 등장한다.

론 주가 되는 건 화자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아버지와의 관계이지만.. 작가의 인터뷰에서 근대 문학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아버지 죽이기'였다고 말한다. 여기서 아버지란 가부장제뿐만 아니라 봉건질서와 왕권을 상징하기도 한다면서.. 아들과 아버지에 대해서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아버지들이 살아온 시간과 배경에 대해서 그들의 무게와 그들의 책임감과 그런 것들에 대해서 숙고해본다.

요즘 박카스 선전이 너무 좋다. 어린 딸이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또 놀러 와~~"하는. 더 이상 묵묵히 혼자 희생하고 혼자 짊어지는 어깨들이 아니길 바라면서 ..

아버지는 아버지가 알고 있는 그 아이를 키워왔고, 나는 그 아이를 버린 지 오래였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으려면 우선 우리 사이에 있는 그 아이부터 지워야 했다.

그 아이는 허수아비일 뿐이었으니까



그것은 아주 막연하고도 깊은 공포였다. 언젠가 꼭 찾아올 것만 같은 그런 것이었다. 마치 내가 아버지 앞에서 출구 없는 블랙홀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의 막연한 공포심과 비슷한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불행한 일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특히 기연 씨와 헤어지고 난 후엔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인생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있었지만 그런 짓이 바보 같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그런 식으로 고민해봐야 무엇 하나 달라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이란 내가 어떻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누군가에 의해 단단한 구조로 오랜 시간 꼼꼼하게 지어진 구조물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구조물의 미로 속을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잡하지 않으면 미로가 아니니 그 속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식의 생각도 어떤 때에는 칠 개월째 같은 자리에 붙어서 때가 덕지덕지 붙은 길바닥의 껌 조각보다도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사실 내가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 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은 너무나 자명 한 것들이었으므로,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버지의 그 침묵하는 등이었고, 그래도 언제나 창가에 수선화를 꽂아두는 어머니였고, 기연 씨였고, 기연 씨 오빠의 그 몸짓이었고, 신호 씨의 한숨이었고, 노숙자 아저씨의 굵은 주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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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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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을 처음 접한 장편소설 새의 선물, 삶이 주는 것들에 농간 당하지 않으려고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열두 살에 성장을 멈춘,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로 분리해서 분열로 가지 않게끔 단도리 할 줄 아는 소녀 진희의 가족과 이웃에 대한 비밀 이야기(?) 들이다.

 하모니카와 염소의 실루엣에서 시작된 깜찍한 첫사랑과,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 어느 날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났고, 첫사랑이 상처투성이의 이모에게 한없는 호의를 품은 시선을 보면서 질투와 도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녀 진희에게 안쓰러움이 생겼다. 인간의 서정성에 대한 그녀의 정리에 기웃거리다, 끄덕이다, 미소짓다가..

내가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을 의식할 만큼 성장하자 나는 당황했다. 내가 딛고 선 출발선은 아주 불리한 위치였다. 더구나 그 호의적이지 않은 삶은 내가 빨리 존재의 불리함을 깨닫고 거기에 대비해주기를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차피 호의적이지 않은 내 삶에 집착하면 할수록 상처의 내압을 견디지 못하리란 것을 알았다. 아마 그때부터 내 삶을 거리 밖에 두고 미심쩍은 눈으로 그 이면을 엿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삶의 비밀에 빨리 다가가게 되었다.

군인과 그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긴 머리의 여자, 이형렬과 이모의 뒷모습은 어쩐지 상징적으로 보인다. 군복이 한시성을 표상한다면 긴 머리는 처녀성을 나타내고, 또한 군복이 구속을 나타낸다면, 긴 머리에서는 자유로운 젊음이 풍겨 나온다. 군복이 제한된 현실에 대한 보상심리를 자극받았을 때 긴 머리의 처녀성은 제물이 될 수밖에 없으며, 긴 머리의 젊음이 자유를 구가할 때 군복에게는 그녀의 배신을 돌이킬 수 있는 개인적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다.

교과서가 효심을 고취시킨다는 목적으로 한 단원쯤은 반드시 어머니의 사랑을 환기시키고 모든 어린이용 동시와 동화가 어머니를 아름답고 그리운 존재로 찬미할 때마다 나는 찢어진 치마 사이로 땟국에 전 다리가 내비치던 장터의 미친년을 떠올렸다. 그때 비로소 죄의식이나 공포 같은 강력한 것보다 그리움이나 사랑 따위의 보드라운 것을 이겨내기가 훨씬 힘들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많은 여자들의 결혼은 첫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첫 키스를 하거나 처음으로 몸을 섞은 사람에게 여자들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어릴 때부터 강요된 금기라는 장치에 의해서 그것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길들여져 있다. 단지 첫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와 함께할 삶을 받아들이며 평생 바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첫 경험이 우연히 이루어지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다. 내 주변에서 듣고 본 것만 해도 그렇다. 꼭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만 첫 키스를 하고 처음 옷고름을 풀게 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성은 자기의 것이다. 남편의 것도 아니며, 처음 문을 연 남자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처녀성을 가져간 사람이 내 주인이라는 생각, 우연에 지나지 않은 그 사건에 운명적 의미를 두는 것, 그 모두가 내게는 어리석게만 생각된다. 이모가 경자 이모에게 빌려왔던 소설책들의 작가 토마스 하디와 모파상도 그것을 말하려고 [테스]나 [여자의 일생]을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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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 빈처 Poor Man's Wife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15
은희경 지음, 전승희 옮김,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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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고는 '빈처'라는 제목에 끌렸다. '현진건'의 '빈처'도 아니고 '은희경'의 '빈'처라, 알라딘서 구입하고는 가벼워서 놀라고, 책이 얇고 또 짧아서 그리고 옆에 영어로 번역이 나와서 놀랬다. 시리즈물인 것 같다.

춘의 남녀가 결혼이라는 틀에서  아저씨와 아줌마가 되고, 아저씨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것이 가정에 충실한 것인 줄로만 알고 열심히 일하고 정보를 얻는다고 사람을 사귄다고 술자리를 빈번히 갖게 되고, 아줌마는 두 아이 육아에 지쳐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자기가 독신녀라느니 애인이 있다느니.. 하는 아내의 일기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남자는 대학시절 아내를 쫓아다니던 일, 데이트하던 일, 매일 술을 먹고 늦는 일 등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녀는 일기 속에서 남편을 스테디 한 관계가 아닌 애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연애를 하고 싶다고 표현한다. 아저씨는 늘 밖에서 지치고, 아줌마는 늘 안에서 지치고,,
남자는 살아가는 것이 진지한 일이며, 비록 모양 틀 안에서 똑같은 얼음으로 얼려진다 해도 살아가는 것은 엄숙한 일이라고 결론을 맺는데, 나는 삶이 참 진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때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이렇게 안 쳐다보고 살 걸 남자들은 왜 그렇게들 예쁜 여자와 결혼하려고 안달인지 몰라. 나는 이제 얼굴을 밀어 버리고 그냥 남들과 구별만 가게 ‘마누라‘라고 써 붙이고 있을게라고

하긴 살뜰하고 다감하여 지겨운 아내, 귀하고 기특해서 조바심 나는 자식들, 남들처럼은 행복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가정사,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집이라는 일상에 갇혀 살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자유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자유가 이 척박한 세상에서 그리는 사람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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